[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대장동 개발사업 당시 화천대유·하나은행 컨소시엄의 무산 위기를 두고 정영학 회계사와 곽상도 전 의원 측이 공방을 벌였다. 정 회계사는 호반건설과 하나은행의 접촉으로 컨소시엄이 깨질 뻔했다고 주장했지만 곽 전 의원 측은 그런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는 4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기소된 곽 전 의원과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3회 공판을 열었다. 이날 증인으로는 정 회계사가 다시 출석했다.
변호인은 정 회계사의 반대신문에서 “검찰 진술서에 따르면 호반건설 회장은 호반그룹 계열사가 산업은행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한 사실은 있다고 했다”면서도 “호반건설 회장이 하나금융그룹 회장을 만나 컨소시엄 참여를 제안한 사실은 없다고 하는데 이 내용을 아느냐”고 물었다.
정 회계사가 모른다고 답하자 곽 전 의원 측은 “증인은 호반건설 회장이 하나금융그룹 회장을 찾아가 컨소시엄 구성을 제안했다고 들었다고 진술했는데, 증인에게 이런 얘기를 해준 이모 하나은행 부장이 거짓말을 한 것이냐, 증인이 거짓말을 한 것이냐”고 추궁했다.
정 회계사는 “저는 이모 부장에게 들은 얘기를 한 것”이라며 “당시 컨소시엄이 깨질 위기에 있어 엄청 힘들었기 때문에 기억나는 대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에 곽 전 의원 변호인은 “하나금융 회장은 검찰 조사 당시, 2015년 2월경 호반건설 회장에게서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하나은행이 산업은행 컨소시엄으로 들어오라고 제안을 받거나 (관련)논의를 위해 담당자 자리를 마련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없었다고 했다”며 “호반건설이 대장동 사업에 참여하려던 사실도 전혀 몰랐다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고 질문했다.
이에 정 회계사는 “호반건설 회장이 하나금융 회장을 찾아가 ‘그랜드 컨소시엄’을 구성하자고 했다고 들었다”며 “당시 며칠간 잠도 못 잘 정도로 힘들었기에 기억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곽 전 의원은 화천대유와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깨지는 걸 막아주는 대가로, 아들을 통해 김씨로부터 50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곽 전 의원으로선 컨소시엄이 무산될 위기가 없었다는 점을 증명하면 곽 전 의원이 김씨에게 대가성 뇌물을 받을 이유도 없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이에 곽 전 의원 변호인은 정 회계사의 진술을 탄핵하려는 시도를 거듭했다.
또 곽 전 의원 측 변호인은 “정 회계사가 검찰 조사 당시 ‘곽 전 의원 아들에게 퇴직 위로금 50억원을 지급한 건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무산되지 않게 해주는 대가라고 들었다’고 한 진술은 김만배씨에게 들은 게 아니고 화천대유 양모 전무에게 전해들은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정 회계사가 맞다고 말하자, 변호인은 “양 전무는 검찰에서 이런 진술을 정 회계사에게 한 적이 없다고 했다”며 “양 전무는 오히려 그런 얘기를 정 회계사에게 들었다고 했는데 양 전무 진술이 허위인가”라고 반문했다. 정 회계사는 “양 전무가 그렇게 얘기해서 기억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곽 전 의원은 지난 2015년 대장동 개발 사업에 참여한 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꾸리는 데 도움을 준 대가로,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아들 병채 씨를 통해 퇴직금 등 명목의 50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뿐만 아니라 곽 전 의원은 남 변호사에게 2016년 20대 총선을 전후로 불법 정치자금 5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50억 클럽’ 혐의를 받는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지난 2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