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남욱 변호사에게 금품을 요구한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는 3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기소된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영학 회계싸, 정민용 변호사 등의 26회 공판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이날도 정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정영학 녹취록’의 녹음파일을 재생했다. 이 녹음파일은 대장동 개발 특혜·비리 의혹의 진상을 밝힐 핵심 증거로 꼽힌다.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의 통화 내용이 담긴 2013년 10월4일 녹음파일에서 정 회계사는 “지난번에 통화 들려주신 적 있지 않나, ‘유유’가 갖고 오라고 난리치는 거 들었다”며 “좀 심하더라, 돈 맡겨놓은 것처럼 빚쟁이 다루듯 하더만”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남 변호사는 “신경 써야 할 일 아니다”며 “완전 지겹다”고 답했다. 정 회계사가 통화에서 언급한 ‘유유’는 유 전 본부장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녹음파일에 관해 “유 전 본부장이 남 변호사에게 금전을 요구하고 있고 이를 재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2013년 12월2일 녹음파일에서도, 남 변호사가 정 회계사와 통화하며 유 전 본부장이 돈을 달라고 요구한다고 말한 내용이 담겼다.
해당 녹음파일에서 남 변호사는 “돈 안 만들어주면 안할 기세라니까, 만배 형은 나보고 달래라는데”라고 언급했다. 정 회계사는 “달래셔야죠”라고 대답했고, 남 변호사는 “일을 같이 안 하겠다는 것 아니야”라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이 금전을 재촉하는 정황으로 보인다.
유 전 본부장은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에게 3억5200만원의 뇌물을 받고 이들에게 사업의 편의 등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또 김씨 등과 공모해 성남도개공에 651억원의 손해를 끼치고 화천대유에 각종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70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혐의도 적용됐다. 이날 법정에서 재생된 녹음파일의 내용은 유 전 본부장의 이 같은 혐의 일부를 보여주는 정황이다.
녹음파일에는 남 변호사가 대장동 개발 사업을 두고 “4000억원짜리 도둑질을 하는데 잘 하자”고 언급한 부분도 담겼다.
녹음파일에서 남 변화는 정 회계사와 통화하던 중 이같이 말하며 “(문제가 되면)이건 게이트 수준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도배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검찰은 해당 녹음내용에 관해 설명하면서 “정 변호사와 김민걸 회계사가 성남도개공에 취업하고 남 변호사가 정 변호사에게 대장동 사업 잘 부탁드린다고 휴대전화를 만들어주면서 얘기한 부분이 확인된다”고도 부연했다.
정영학 회계사가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특혜·비리 의혹’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