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의 '론스타 연루' 의혹 제기를 방어하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손실보상' 공약 파기 논란을 해명하는 데 상당한 공과 시간을 썼다. 국민의힘은 '경제통'인 추 후보자의 강점을 부각하는 정책 질의에 주력했다. 추 후보자는 인수위원회 입장과는 결이 다른 대답도 내놔 눈길을 끌었다.
추경호 "외환은행 매각, 당시로 다시 가도 같은 결정"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은 론스타 의혹과 윤 당선인의 손실보상 공약 파기를 들어 추 후보자를 강하게 압박했다. 김수흥 민주당 의원은 추 후보자를 향해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후보자의 말을 믿어도 되느냐'고 추궁했다. 이에 추 후보자는 "당시 국익과 시장을 위해 법과 원칙에 따라 최선을 다했다"며 "감사원 감사와 검찰 조사가 이뤄졌고, 법원도 1·2·3심에서 일관되게 문제가 없다고 최종적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장모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하나금융지주에 투자해 높은 이익을 거뒀다'며 2012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하는 정보가 사전 유출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꺼냈다. 그러자 추 후보자는 "장모가 재산을 얼마나 가졌고 어떻게 증식했는지는 알 방법이 없다"며 "증여받은 세금을 완납했다"고 반박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론스타 사태란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헐값에 매입한 뒤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하는 일련의 과정을 가리킨다. 추 후보자는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을 취득할 때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으로 외환은행 인수 전반을 논의한 '10인회의'에 참여했고, 그 결과 론스타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12년 론스타가 외한은행을 하나은행에 매각할 때 추 후보자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재직했다. 론스타 사태는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까지 번졌다.
추 후보자는 양경숙 민주당 의원이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사고 되파는 과정에 의혹이 끊이지 않았는데, 과거로 돌아간다면 똑같은 결정을 하겠느냐'고 묻자 "그 시장 상황이라면 저는 아마 그렇게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불법성이나 다른 사사로움이 개입되지 않았고, 나름 공적인 판단을 한다면 실무진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론스타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엔 "(그런 일은)실무진이 혼자 결정하는 게 아니고 장관, 관계기관 등에 보고하며 진행된다"며 "과장 혼자 결정하는 상황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손실보상' 공약 파기 논란엔 "충실히 이행"
손실보상 공약 파기 논란과 인수위의 국정과제 준미 미흡에 관한 질타도 쏟아졌다. 고용진 민주당 의원이 "윤 당선인의 손실보상 공약, '1호 공약'이 후퇴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추 후보자는 "온전한 손실보상 대책은 인수위를 중심으로 검토를 하고 있다"며 "국민께 드린 약속을 충실히 지키도록 작업 중이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인수위가 국정방향·과제와 관련해 국민들에게 내놓은 게 없어서 깜깜하다. 나라를 어떻게 끌고 가려는지 알 수가 없다"며 "저는 문재인정부 출범 때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참여했었는데, 당시 새정부 국정과제와 구체적 방향을 매일 몇 건씩 발표했다"고 꼬집었다.
앞서 인수위는 지난달 28일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을 발표하고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통과되는 즉시 전체 소상공인·소기업 등 약 551만개사를 대상으로 피해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윤 당선인의 공약인 일괄지급은 차등지급으로 변경됐으며 소급적용 약속마저 파기돼 소상공인들의 공분을 샀다. 피해지원금 규모조차 제시하지 못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종부세 폐지' 당장 어렵다…임대차 3법, 시장 보며 보완"
추 후보자는 정책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선 윤 당선인의 입장과 대비되는 모습도 보였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에 관한 방향 설정을 어떻게 하고 있느냐'고 묻자 추 후보자는 "현재 주식시장을 둘러싼 대내외적 여건이나 자금 유입, 투자자와 시장의 수용성 등을 고려하면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을 2년 정도 유예할 필요가 있다"며 "동시에 증권거래세도 인하하면서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이 투자할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추 후보자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개편할 생각이 있느냐'는 정일영 민주당 의원 질의에는 "재산세와 종부세 통합 문제는 연구·논의할 때가 됐다"면서도 "단기간에 할 문제는 아니고 충분한 용역을 한 뒤 검토해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윤 당선인은 종부세와 재산세를 장기적으로 합치겠다는 공약을 낸 바 있다.
인수위가 폐지·축소를 포함해 전면 재검토를 논의하는 임대차 3법에는 "제도가 부당하다 해서 그 제도를 한꺼번에 돌리면 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시장을 보고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심스러운 접근을 강조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