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진=인수위 제공)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소수의 검찰 출신이 만들어 낸 인사 참사'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부실 인사 검증 논란은 이렇게 요약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18개 부처 장관 후보자들을 국민 앞에 선보였으나 함량 미달의 인사 참사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의혹에 휩싸인 후보자들의 낙마 사태가 현실화될 경우 새 정부 출범 전 국정운영 타격은 불가피하다.
자녀 의대 편입학 특혜 의혹에 휩싸인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조국 시즌2'로 비화됐다. 한덕수 국무총리·한동훈 법무부·권영세 통일부·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 등도 인선 발표 후 석연치 않은 재산 증식과 자녀 관련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부실 검증 문제는 역대 정부에서도 빈번했다. 다만 과도한 재산 증식이나 자녀 문제 등은 인사 검증 과정에서 충분히 스크린이 가능하다. 1차 내각 발표에 이름을 올린 8개 부처 장관 후보자들의 경우 '전두환 리더십은 의리'(박보균 문체부), '출산은 애국'(정호영 복지부), '출산기피 부담금 도입'(이창양 산자부) 등 과거 문제가 된 칼럼이 곧장 도마 위에 올랐다. 단순 검색만 해봐도 알 수 있는 내용을 검증팀에서 걸러내지 못했다. 청문회 단골소재인 위장전입 문제(이상민 행안부) 등 기본적인 검증조차 부실했다. 이렇게 되자 인사검증팀이 잡아내지 못한 것인지,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인지 의문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20일 인수위와 국민의힘을 종합 취재한 결과 부실 검증의 원인은 검찰 출신이 주축이 된 인사검증팀 구성의 한계, 보안에만 집중하다 빚어진 소규모 인원, 윤 당선인의 의중(윤심)이라는 삼박자가 빚어낸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인수위는 인사 문제와 관련해 추천과 검증 기능을 분리시켰다. 인사 과정에서 정치권이 개입할 여지를 남기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보안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하지만 추천팀과 검증팀이 따로 일하는 데다, 누가 누군지도 모를 정도로 비밀리에 부쳐진 탓에 도리어 업무 연계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검증팀은 윤 당선인의 최측근인 주진우 전 부장검사와 이원모 전 검사가 투톱을 맡고 있다. 이들은 윤 당선인의 법조 인맥으로 구성된 '서초동 그룹'의 핵심으로 꼽힌다. 이동균 서울남부지검 형사3부 부장검사는 나중에 파견 형태로 합류했다. 경찰과 국세청 등 관련 전문가들도 활동 중이다. 주 전 검사는 박근혜정부 당시 민정수석실 파견 검사로 일하면서 인사 검증보다는 사정 업무에 주력했다고 한다. 전문성에 대한 의문부호가 달릴 수밖에 없다. 그는 새 정부의 인사수석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검증을 맡은 이들이 검찰 출신 주축으로 이뤄졌다는 점은 한계로 작용했다. 검증 과정에서 법적 잣대에만 치우쳐 '국민 눈높이'라는 도덕적 기준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입김을 차단키 위해 법조 전문가로 구성된 검증팀을 꾸렸지만 도리어 법조인 출신의 한계를 드러낸 인사 참사가 됐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 당선인이 정 후보자 논란에 "부정의 팩트"(17일) 유무를 언급하다가 국민적 질타가 이어지자 "법적 책임을 넘어 도덕성까지 지켜보겠다"(19일)고 입장을 선회한 것도 이런 인식이 드러난 단면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인사검증의 인력 부족이다. 검증팀 인원은 적은데 장관 후보자들을 추리고, 청와대에 입성할 사람들을 분류하는 등 업무량이 너무 많다는 하소연이 이어졌다. 인수위 인사검증 주체나 규모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10여명 규모로 파악됐다.
과거 인사청문회를 준비했던 관계자는 "국회에 인사청문회 보고서가 도착하면 한 명의 후보자를 다섯 명이 달라붙어서 과거 행적, 언론 기고문, 가족 등 문제가 될 것들을 일주일 정도 탈탈 턴다"며 "그런데 10여명 규모의 인사 검증팀이 뭘 할 수 있겠느냐. 짧은 시간과 인력 부족 탓에 사전 모니터링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소규모 인원으로는 범죄사실 여부 등 기본적이고 단순한 검증밖에 이뤄질 수 없다는 얘기다. 이어 "후보자 한명 당 실무적으로 인사 검증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최소한 두 명 이상은 있어야 한다"며 "인원 보강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사진=연합뉴스)
윤심이 제대로 된 인사 검증을 가로 막는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된다. 윤 당선인은 '능력'과 '전문성' 위주로 장관 후보자를 추렸다고 하지만, 정작 윤 당선인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다수다. 윤 당선인의 '40년 지기'로 소개됐던 정 후보자를 비롯해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는 '윤석열 사단'으로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권영세 통일부·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 등도 대선 당시 윤 당선인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인물이다. '한번 믿으면 끝까지 쓴다'는 윤 당선인 특유의 용인술이 작용했다. 그러다보니 검증팀에서 윤 당선인의 뜻이 반영된 인물에 대해서는 검증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었을 거란 분석이다.
민주당 인사청문위원회 태스크포스(TF) 소속 고민정, 민형배 의원은 "실력을 보고 인선한다더니 인연을 보고 인선을 했다"며 "윤 당선인이 자신의 심복과 상담하며 철저한 검증 없이 내각 명단을 국민께 발표한 것 아닌지 우려가 나올 정도로 후보자들의 자질과 도덕성, 전문성 문제가 심각하다"고 주 전 검사를 인사 실패의 책임자로 거론했다.
그럼에도 윤 당선인이 정 후보자를 인사청문회까지 끌고 가겠다는 입장을 내비치자, 당내에선 보폭을 맞추기 바쁘다.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 맏형 격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에서 "청문회를 열어 공방을 벌이고 거기에 대한 국민적 평가가 나올 것"이라며 "거기에 따라서 조치를 취하면 되는 것"이라고 윤 당선인과 같은 발언을 했다.
한덕수 총리 후보자도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인수위의 부실 검증 논란에 "검증팀 모두가 정말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분명히 말하고 싶다"고 했다. 한 후보자는 "이제는 그런 검증의 결과를 바탕으로 언론과 인사청문회가 검증해야 하는 단계"라며 "각 후보자가 적극적으로 본인이 왜 그런 언론의 지적과 감시를 받는지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는 사이 일부 소장파 의원들과 청년 정치인들의 "이해충돌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김용태 최고위원), "조국사태를 잊어선 안 된다"(박민영 대변인)며 선제적 조치를 취해달라는 요구 사항은 묻히고 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