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법정에 출석한 피해자의 법정 증언에 관해 피고인의 반대신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피해자 증언은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반대신문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거의 증명력을 탄핵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는 점에서 형식적, 절차적인 게 아니라 실질적이고 효과적이어야 한다”며 “증인이 반대신문에 답변하지 않는 등 증명력을 탄핵하는 게 사실상 곤란했고 그 책임이 피고인이나 변호인에 있지 않다면 반대신문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증인의 법정진술은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 2013년 초 지인 B씨와 함께, 필리핀 앙헬레스 지역에서 피해자 C씨의 전신을 권총 손잡이 부분과 주먹, 발로 3시간 동안 수차례 폭행했다. C씨가 B씨에게 돈을 빌려 지인 D씨에게 다시 빌려줬는데, D씨가 돈을 갚지 않고 변제에 관한 약속도 지키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같은 혐의로 기소된 A씨는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았다. 당시 피해자 C씨가 법정 진술을 위해 증인으로 나왔다. C씨의 요청에 따라 A씨가 퇴정한 후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A씨의 변호인은 C씨를 상대로 반대신문을 진행했는데, 55개의 문항 중 절반 가량만 진행하고 나머지는 차후 공판 때 하기로 했다.
그러나 C씨는 A씨의 보복이 두렵다며 4회 공판 때 예정된 증인신문에 불출석했다. 이후에도 C씨에게 보낸 증인소환장이 수취인 불명 등으로 송달이 되지 않거나 C씨의 휴대전화가 꺼져 소환통지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A씨 측은 반대신문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았다며 피해자의 경찰·검찰 진술조서는 증거능력이 없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1심 재판부는 이후 별도의 증인소환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변론을 종결한 후,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후 열린 항소심에서 검찰은 C씨를 증인으로 신청했고, C씨와 통화해 차후 공판 때 출석하겠다는 다짐을 받았다고 법정에서 밝혔다.
C씨는 6회 공판에 출석하라는 증인소환장을 직접 수령했으나 A씨와 합의했고 병환 중이라 거동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다시 불출석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C씨의 구인영장도 발부했지만 C씨의 소재를 찾지 못해 영장을 집행할 수 없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결국 변론을 종결한 뒤 원심을 깨고 A씨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A씨의 반대신문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됐다고 볼 수 없어 피해자의 진술기재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할 것”이라며 “C씨의 경찰·검찰 진술조서에 관해 A씨가 C씨를 신문할 기회가 주어졌다 볼 수 없어 진술조서의 증거능력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검사가 불복했지만 대법원은 A씨와 C씨가 정면으로 배치되는 취지의 주장을 하며 공소사실을 극렬히 다툰 점, 폭행의 일시와 수단, 방법 등에 관해 A씨가 반대신문으로 C씨 진술을 탄핵할 필요성이 있는 점, C씨 진술의 신빙성을 담보할 외부적 정황이 있다는 걸 검사가 증명하지 못한 점 등을 이유로 상고를 기각했다.
서울시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사진=대법원)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