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법제화하라는 사회의 요구가 거세다. 그러나 일부 반대세력 반발이 잠잠해지지 않는 한 정치권이 결단을 내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논의가 확산되려면 보수·기독교 세력의 반대주장이 사실과 다르고 과장됐다는 점을 여론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성애, 부정 대상 아냐, 그대로 인정해야”
차별금지법 제정을 가장 강하게 반대하는 목소리는 차별금지법을 도입하면 동성애를 비판하는 등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울러 동성애를 조장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같은 주장은 동성애를 부정적으로 보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동성애는 부정해야 할 대상이 아닌, 그대로 인정해야 할 성적 지향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성애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성애 역시 긍정이나 부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류하경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는 “성소수자를 반대하는 건 왼손잡이를 부정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 “동성애는 비판 대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다는 주장 역시 잘못된 면이 있다. 동성애 자체를 비판하고 부정하는 건, 정당한 비판이 아닌 혐오에 가깝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가 혐오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유를 뜻하는 건 아니라는 지적이다.
류 변호사는 “성적 정체성을 부정하는 발언은 삶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모욕적 발언보다도 충격이 될 수 있다”며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다는 게 반대세력의 주장이지만, 차별금지법으로 막고자 하는 건 혐오”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사소송에서도 정신적 피해에는 금전적으로 보상하도록 하고 있고, 형법도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등 비물질적 피해를 입힌 가해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9년 6월 서울 중구 명동과 ·을지로 일대에서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 참가자 뒤로 동성애 반대 피켓을 든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업 채용 때 자율성 제한? 근거 없는 과장”
재계에서는 인력 채용시 자율성을 제한하고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이 역시 과장됐다는 비판이다.
기존의 법률은 이미 채용에 있어 장애인,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장애인 차별 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10조는 기업이 채용과 임금, 복리후생, 승진, 해고 등에 있어 장애인을 차별해선 안 된다고 명시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은 기업이 근로자를 모집할 때 성별, 용모나 키, 체중 등 신체적 조건과 미혼 여부 등으로 차별하지 말 것을 규정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채용 과정에서 차별 받지 않을 대상을 성소수자, 이주민 등 보다 다양한 소수자로 넓히는 것이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혜인 변호사는 “기업이 인원을 채용할 때 업무와 상관 없는 이유로 차별해선 안 된다는 건 기존에 있는 근로기준법의 정신”이라며 “차별을 막는 건 기업의 자율성 보장에 앞서 노동권으로 보장되는 영역”이라고 반박했다.
또 “노동법 체계에 비춰보면 채용 과정에서 (부당한 이유로)차별할 권리가 기업에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장애인차별금지법, 남녀고용평등법 등 기존의 법체계에서도 채용 때 차별을 막으려고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취업을 희망하는 근로자 입장에서는 역차별을 당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에 관해 조 변호사는 “누군가가 차별 받지 않는 것을 역차별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사회 변화 빨라…개별 법률만으로는 소수자 보호 한계”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이들은 이미 개별적인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이 있다며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비슷한 발언을 하며 차별금지법 도입에 반대했다.
하지만 개별적인 법률만으로는 다양한 소수자를 법적으로 보호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가 변화하고 소수자 인권 의식이 신장하는 만큼, 새로운 정체성의 소수자들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개별 법률을 제정하는 건 비효율적인데다 입법 공백으로 인해 소수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국회 통과 후 시행까지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하나의 이유만으로 차별하는 단일 차별을 넘어, 미혼 여성이면서 난민인 경우, 장애인이면서 외국인인 경우 등 복합적인 차별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찬성론자들은 주장한다. 개별적인 차별금지법만으로는 복합적인 차별을 막는 데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장은 “개별 법률이 지키지 못하는 소수자의 정체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뿐 아니라, 복합적인 차별을 막기 위해서도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권운동 활동가들이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을 위한 평등길 걷기' 도보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