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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번이 엎어진 차별금지법…소수자 인권 뒷전
(표류하는 차별금지법①)2007년 첫 입법 시도…15년 동안 좌절 반복
입력 : 2022-04-1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2007년, 차별금지법의 법제화 시도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실패했다. 역대 국회에서도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 했으나 매번 무산됐다. 어떤 차별도 존재해선 안된다는 필요성에 사회는 공감했다. 인권 의식이 그만큼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치권은 일부 반대 세력의 눈치를 보기에 급급하다. 헌법은 인간이 평등하다고 규정한다. 성소수자이든, 이주민이든, 장애인이든, 인간이란 사실만으로 존엄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법적 공백으로 인해 차별 받는 이가 나와선 안되지만, 잘못된 사실과 과장된 오해가 차별금지법 도입을 막고 있다. 입법을 반대하는 이들의 왜곡을 바로잡고, 국회가 차별금지법의 시행을 위해 결단을 내릴 때다. (편집자주)
 
시대가 변해도 차별은 ‘현재진행형’이다. 내달부터 집권당이 되는 이준석 국민의힘의 대표는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선 장애인단체를 향해 혐오를 조장하는 발언을 내뱉고서 이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 성소수자 변희수 하사가 지난해 3월 사망한 이후 부당한 차별을 일체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이 도입될 거란 기대가 잠시나마 일었으나, 과거에도 그랬듯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진보세력을 표방하는 거대 여당도 차별금지법 반대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다. 그 사이 혐오가 점차 세를 불린다. 헌법은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다'는 보편적 가치를 명시하고 있다. 입법·행정·사법부가 포괄적인 차별을 금지해야 할 근거이다. 이 같은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법률을 안착시키기 위해 국회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대 국회에는 11일을 기준으로 4건의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안이 발의돼 있다. 지난 2020년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차별금지법안’을 비롯해,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안’, 박주민 민주당 의원과 이상민 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평등에 관한 법률안’ 등이다.
 
이들 법안은 공통적으로 합리적 이유 없는 포괄적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성별이나 성적 지향, 출신지역, 장애, 출신국가와 민족, 학력 등 어떠한 사유로도 차별 받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중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건 장 의원 발의안뿐이다. 나머지 3건은 지난해 법사위에 회부됐지만 아직 안건에 오르지도 않았다. 장 의원의 안도 2020년 상정 이후 단 한번도 소위원회에 회부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심상정 정의당 당시 대선 후보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차별금지법 정기국회 처리 무산 민주당·국민의힘 규탄 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 시도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2007년에는 법무부가 입법을 예고했고 이듬해에는 노회찬 당시 민주노동의원 등 10명이, 2011년에는 박은수 당시 민주통합당의원과 권영길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했다. 2012년에도 김재연 당시 통합진보당 의원이 법안을 냈다. 
 
차별금지법 입법 시도가 오랜 기간에 걸쳐 이뤄졌음에도 번번이 좌절된 건 보수·기독교 세력의 거센 반발 때문이다. 지지율에 민감한 정치권으로선 반대를 무릅쓰고 입법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지난 2013년에는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의원들이 스스로 입법안을 철회하기도 했다. 최원식·김한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각각 동료 의원 50여명의 동의를 얻어 법안을 냈다. 그러나 이후 일부 기독교 단체에서 법안을 철회하라고 끈질기게 요구했다. 결국 의원들은 스스로 발의를 물렀다. 
 
현재의 사회적 눈높이는 당시보다 소수자 인권 의식이 높아졌고, 제고의 필요성이 커졌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여전히 반대세력의 눈치를 보기에 바쁘다. 지난달 치뤄진 20대 대선 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시 대선후보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흐름은 강화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제정 과정에서 폭넓은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표에 민감한 선거철일수록, 반대 여론을 무시해 논란을 만들면서까지 차별금지법을 법제화하기는 부담스럽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당시 국민의힘 후보)은 아예 차별금지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국민의힘 기독인회는 정의당 등이 추진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이미 발표한 바 있다”며 “이미 20여개가 넘는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기 정부 임기 동안에는 차별금지법 제정의 동력이 더 떨어질 것이란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국민의힘 당시 대선 후보가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중앙선대위 장애인 복지지원본부가 개최한 전국 릴레이정책투어 '장문현답(장애인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 출정식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78석의 자리를 확보하고 있는 민주당은 차별금지법 제정이 늦어지는 게 야당 때문이라고 화살을 돌린다. 민주당이 이번 국회에서만 차별금지법, 평등법 등 관련 법안 3건을 냈으나, 국민의힘의 반대당론이 강하기 때문에 입법이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여당 측 한 관계자는 “개신교인들을 상대로 한 차별금지법 입법 찬성 여부 조사에서도 긍정평가가 높게 나오는 등 이제는 차별금지법이 도입될 때가 됐다고 보고 있지만 야당의 반대 의견이 워낙 거세다”며 “국민의힘이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꾸야 한다”고 꼬집었다.
 
야당 책임이 없는 건 아니지만 민주당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의석을 과반 이상 가진 여당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논의에 적극 나서지 않았고 이런 탓에 여론의 관심도 점차 식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민주당이 의지를 가졌다면 법안이 계류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지지율을 잃을까봐 발의안을 상정도 하지 않는 등 기본적인 절차도 밟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장도 “민주당이 거대 공룡 여당이면서도 이번 국회에서 인권의 진전을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며 “차별금지법의 입법이 지지부진한 건 민주당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김응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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