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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과제 산적한데…밥그릇 싸움만 몰두
핵심은 '감사위원 두 자리'…인수위, 법무부 업무보고 전격 취소
입력 : 2022-03-24 오후 4:45:48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윤석열 당선인(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사상 유례가 없는 신구 권력 충돌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조건 없는 만남' 제안에 윤석열 당선인 측은 "유감"이라고 받아쳤다. 사안마다 대립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여부와 함께 한국은행 차기 총재 지명, 공석인 감사위원 인선 등 인사권을 둘러싸고 극심한 이견을 보였다. 여기에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놓고 격돌했다. 진실공방에 감정싸움까지 더해졌다. 이대로 가다간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 간 회동조차 없이 정권 이양을 맞을 수도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실종된 민생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자영업자 눈물조차 메말랐다. 완전한 손실보상을 약속했지만 기약조차 없다. 연일 확진자가 쏟아지는 가운데 들쭉날쭉한 방역 체계도 그대로다. 다음달 태양절을 기해 북한이 ICBM 시험발사를 재개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한반도 긴장도 크게 고조됐다. 이처럼 산적한 과제를 놓고 청와대와 인수위가 밥그릇 싸움에만 매몰됐다는 지적은, 떠나는 이보다 시작하는 이에게 분명 부담이다. 정치적 해법조차 걷어차는 태도에 윤 당선인을 향한 비판도 커졌다. 
 
급기야 "답답해서 한 번 더 말씀 드린다"며 문 대통령이 나섰다. 문 대통령은 24일 오전 참모회의에서 "다른 이들의 말을 듣지 마시고 당선인께서 직접 판단해 주길 바란다"며 결단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나는 곧 물러날 대통령이고, 윤 당선인은 곧 새 대통령이 되실 분"이라며 "두 사람이 만나 인사하고 덕담하고 참고될 말을 나누는데 무슨 협상이 필요한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무슨 회담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을 예방하는데 협상과 조건이 필요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조건 없는 만남을 거듭 제안했다.
 
그러자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즉각 "당선인의 판단에 마치 문제가 있고, 참모들이 당선인의 판단을 흐리는 것처럼 언급하신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반박했다.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과의 회동이 난항을 겪는 것과 관련해 "다른 이들의 말을 듣지 말고 직접 판단하라"고 한 것이 청와대와의 협상 채널로 나선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 등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에 대한 비판이라는 해석이었다. 또 "정부 인수인계가 원활치 않은 상황에서, 더구나 코로나19와 경제위기 대응이 긴요한 때에 두 분의 만남을 '덕담 나누는 자리' 정도로 평가하는 것에 대해서도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윤 당선인도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인사권과 관련해 "원칙적으로 차기 정부와 다년간 일해야 할 사람을 마지막에 인사 조치하는 건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전날 문 대통령이 차기 한국은행 총재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담당 국장을 지명한 것에 대한 여진이었다. 청와대는 윤 당선인 측과 사전협의된 인사라고 했지만, 윤 당선인 측은 "협의나 추천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윤 당선인은 이를 부동산 매매 계약에 빗댔다. 그는 "당선인은 부동산 매매 계약에서 대금을 다 지불한 상태, 명도만 남아 있는 상태"라며 "(당선인이)곧 들어가 살아야 되는데 아무리 법률적 권한이 매도인에게 있더라도 들어와 살 사람의 입장을 존중해서 (매도인)본인이 살면서 관리하는 데 필요한 조치는 하지만 집을 고치거나 이런 건 잘 안 하지 않냐"고 지적했다. 
 
신구 권력 충돌의 여파는 다른 곳으로도 튀었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 분과는 이날 예정됐던 법무부 업무보고를 전격 취소했다. 이용호 간사와 유상범 위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교체로 퇴임할 장관이 부처 업무보고를 하루 앞두고 정면으로 반대하는 처사는 무례하고 이해할 수 없다"며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강하게 비판했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검찰 독립과 중립을 이유로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총장의 독립 예산권 편성, 검찰의 직접수사 확대 등을 공약했다. 박 장관은 선출권력의 통제로부터 검찰이 벗어나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될 수 있다며, 이를 검찰공화국의 신호탄으로 봤다. 
 
갈등의 핵심인 감사위원 선임 건이 풀리지 않으면서 대립 전선도 굳어지는 기류다. 청와대와 인수위 설명을 종합하면, 공석인 감사위원 2명에 대한 인사권을 놓고 양측이 극한대결을 펼치고 있다. 각각 1명씩 선임하자는 청와대 제안에 당선인 측은 나머지 1명에 대한 비토권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이는 나머지 1명을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감사원 기조가 전면적으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지난 16일 단독 오찬 회동을 예정했지만 당일 오전 전격 취소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청와대도 더 이상 회동 제안을 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위는 윤 당선인이 다음주부터 지방 방문 등 민생 일정에 돌입할 것이라고 했다. 접점이 없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결국 두 사람이 만나 정치력으로 풀어야 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 권한을 압박하는 것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다소 서운한 것이 있더라도 지금 대통령은 윤 당선인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현직 대통령이 인사를 하는 게 윤 당선인이 말하는 원칙이고 상식"이라며 "인수위가 해야 할 역할을 뒤로 미룬 채 지금처럼 전선을 확대시켜 나가서는 국민 통합이나 협치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임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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