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의 영상진술 특례조항이 위헌 결정을 받은 가운데, 법조계에서 피해자 보호를 위해 조속한 대체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17일 오후 서울시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미성년 피해자 영상진술 특례조항 위헌결정 이후의 대응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임수희 수원지법 안산지원 부장판사는 “단순위헌 결정으로 아동 피해자 보호에 공백이 생긴 만큼 신속한 대체입법 방안의 마련이 시급하다”며 “피고인의 재판절차상 권리를 보장하되 아동 보호와 조화를 이루는 중요한 기준과 이정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법절차 전반, 민감하게 대응해야"
또 “사법 절차 전반적으로 아동에 민감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피고인의 반대신문 또는 반대신문으로 인한 위해에는 아동을 가급적 노출시키지 않도록 돼야 한다는 확고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외국의 사례도 제시됐다.
법무부 형사법제과장인 문지선 부장검사는 “북유럽 국가들은 성적 또는 신체적 학대 피해를 입은 아동에게 필요한 모든 사법, 복지, 보건서비스를 아동 친화적 환경을 갖춘 단일 장소인 ‘아동의 집’에서 제공한다는 뜻의 ‘바르나후스 모델’을 도입했다”며 외국 사례를 소개했다.
이 모델에서 아동은 별도로 법정에 출석할 필요 없이, 훈련된 면접관과의 면담만으로 사법절차를 마칠 수 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피고인의 대리인은 면접관을 통해 아동에게 간접적으로 질문할 수 있다. 이 같은 조사과정이 촬영된 아동의 인터뷰 비디오는 법정에서 증거로 제출된다.
"반대신문시 아동 피해 막을 방법 고민 필요"
문 부장검사는 “대안입법은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면서도 사법절차 과정에서 성폭력 범죄 피해아동이 재차 피해를 입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체입법이 만들어지기 전 현행 법 제도 아래서 미성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응방안도 제안됐다.
여성변회 아동청소년지원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신수경 변호사는 “미성년 피해자의 최초 진술 이후 피의자의 무분별한 접근, 협박, 진술 번복 또는 허위진술 강요 등이 우려된다”며 “수사기관은 이 같은 사항이 처벌대상임을 피의자에게 미리 적극적으로 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아동학대처벌법이나 가종폭력처벌법 등에서는 피의자의 피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조치들의 청구권자로 검사를 규정하고 있으나, 실무적으로는 피해자가 조치 필요성을 수사기관에 적극 요청하는 경우에 한해 이뤄지고 있다”며 “피해자 변호사가 미성년 피해자의 상황을 긴밀히 파악해 수사기관에 의견을 표명하는 등 변호사 역할을 제고할 수 있도록 수사기관의 협조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헌재가 미성년 피해자 보호 외면"
토론 참석자들은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의 보호를 외면했다며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비판하기도 했다. 헌재는 지난해 12월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의 영상진술 특례조항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30조6항을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여성변회 아동청소년지원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배수진 변호사는 “재판과정에서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타당한 이유를 들어 반대신문의 필요성을 주장한다면 재판부는 미성년 피해자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헌재가 특례조항을 위헌 결정 한 배경에는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는데, 실제 재판에서는 미성년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피고인 반대신문이 종종 이뤄지곤 했다는 것이다.
배 변호사는 “일부 미성년 피해자는 사실을 밝히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법정에 나가는 것을 꺼려하고 혹시라도 자신이 실수해 가해자가 형사 처벌을 받지 못하게 되거나, 자신의 진술이 부인 당하는 경험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해야 한다면 이러한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17일 오후 서울시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미성년 피해자 영상진술 특례조항 위헌결정 이후의 대응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사진=김응열)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