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한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렸던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이 폐지된 지 약 1년 반 만에 ‘금융·증권범죄 수사협력단(협력단)’이 출범했다.
이전 합수단이 검찰의 직접 수사를 전제로 한 금융·증권범죄 전담 수사 조직이었다면, 협력단은 말 그대로 검찰과 금융당국 등 각 기관이 협업하는데 방점을 둔 조직이다. 수사권 조정에 따른 새로운 수사협업 모델로, 수사 주도권을 쥐고 있던 합수단과는 다른 형태다.
협력단 검사는 사법통제 및 기소 역할을 하고, 수사는 검찰수사관과 금융감독원 등 파견 직원 등으로 구성된 수사팀이 맡는 식이다. 협력단 내 수사과 소속 6개 수사팀이 수사를 진행한다. 당초 수사팀은 단독 지청 규모인 10팀으로 구성할 계획이었으나 절반 수준으로 꾸려졌다.
협력단은 박성훈 단장을 필두로 검찰수사관과 특별사법경찰(특사경) 등 총 46명이다. 전체 인력 수는 2013년 합수단 설립 당시 인원(총 47명)와 비슷하지만 구조상 수사 범위는 제한된 모습이다.
특히 협력단 소속 검사의 직접수사 기능이 상실되면서 금융범죄 수사 역량은 이전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5억원 이상 사기·횡령·배임 등 6대 범죄에 대해서는 협력단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지만 합수단 만큼의 신속한 사건 처리가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합수단은 금융위·금감원·예금보험공사·국세청 등 전문 인력들이 수시로 파견을 나와 수사 지원을 하며 함께 치고 빠지는 수법으로 속도감 있게 금융·증권범죄를 대응할 수 있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이어 주식·가상화폐 투자 열풍 속 각종 사기꾼들이 활개를 치고 금융·증권범죄 수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협력단에도 합수단 만큼의 힘이 실릴 것이란 예상이 나왔지만 빗나갔다.
말 그대로 ‘협력’의 역할에 그쳐 검찰이 아닌 금감원 특사경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검찰의 공소유지 권한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과 같은 굵직한 사건은 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가 계속 도맡을 전망이다.
법조계에선 법무부가 비판을 감수하면서 ‘협력단’이라는 이름으로 금융·증권범죄 전담 조직을 다시 추진한 배경에 급증하는 가상화폐 범죄를 대응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이 같은 전망도 비껴갈 것으로 보인다.
협력단 구성원들의 이력을 살펴보면 대부분 금융·증권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핀테크 등 신종 금융기법을 활용한 사기꾼들은 법안 시행과 당국의 움직임에 대비해 이미 해외 거래소를 통한 '코인 믹싱 작업(코인을 쪼개고 섞는 세탁 행위)'을 마쳤을 가능성이 높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가상화폐 사건의 경우 일반 형사부에서도 맡거나 피해 규모가 크면 금융조사부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 금융범죄(6대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아직 검사가 갖고 있다”며 “이제 (협력단이) 출범한 만큼 아직은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증권범죄 수사협력단이 설치된 서울남부지검 '금융범죄중점검찰청' 현판. 사진/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