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술을 마시다 자신을 화장실 앞까지 부축해준 사람을 상대로 유사강간을 시도한 군인의 주거침입 혐의 부분을 다시 판단해야 한다며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A씨의 범행 순서상 주거침입죄는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주거침입 유사강간·폭행·강제추행미수 혐의로 기소된 육군 모 부대 소속 일병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31일 밝혔다.
육군 일병 A씨는 2019년 12월 3일 밤 9시 48분께 주점에서 술을 마시다 자신을 남자화장실 앞까지 부축해준 피해자 B씨를 여자화장실로 끌고 가 유사강간을 시도했으나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으나 2심은 이를 뒤집고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주점 여자화장실에 들어감으로써 주거침입죄를 범한 사람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며 “주거침입강제추행죄 및 주거침입강간죄 등은 사람의 주거 등을 침입한 자가 피해자를 간음, 강제추행 등 성폭력을 행사한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 주거침입죄를 범한 후 사람을 강간하는 등의 행위를 해야 하는 일종의 신분범이고, 선후가 바뀌어 강간죄 등을 범한 자가 그 피해자의 주거에 침입한 경우에는 이에 해당하지 않고 강간죄 등과 주거침입죄 등의 실체적 경합범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심은 이와 달리 피고인이 유사강간죄의 실행행위에 나아가기 전에 ‘주거침입죄를 범한 자’의 신분을 갖추었는지에 대해 살피지 않은 채 주점 여자화장실의 소유자나 관리자에 대해 주거침입죄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다”며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주거침입유사강간)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A씨가 여자화장실에 들어가기 전 이미 유사강간을 시도했으므로 구 성폭력특별법상 ‘주거침입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피고인의 강제적인 물리력의 행사는 유사강간을 위해 피해자의 항거를 불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을 개시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