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온라인쇼핑몰이 과거 찍은 모델 사진을 쓰려면 해당 모델에게서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연예매니지먼트사 소속 A씨가 온라인쇼핑몰을 상대로 낸 초상권침해금지 및 방해예방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촬영자로부터 촬영에 관한 동의를 받았다 하더라도 동의 당시 피촬영자가 사회 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상 허용했다고 보이는 범위를 벗어나 이를 공표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그에 관해서도 피촬영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촬영자나 공표자는 피촬영자로부터 사진촬영에 관한 동의를 받았다는 점이나 촬영된 사진의 공표가 사진촬영에 관한 동의 당시 피촬영자가 허용한 범위 내의 것이라는 점에 관해 증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간의 제한 없이 이 사건 사진을 사용하는 것을 허용했음을 전제로 이 사건 사진 사용의 전부가 원고의 초상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초상권 및 계약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쇼핑몰이 해당 사진을 내리지 않는 경우 A씨에게 매월 1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다.
A씨는 2016년 6월 온라인쇼핑몰과 촬영계약을 맺고 장신구를 착용한 상반신 사진을 9회 촬영 후 405만원을 받았다. 당시 계약 내용을 살펴보면 촬영사진 저작권 및 사용권은 쇼핑몰에, 초상권은 A씨에게 있다고 명시돼 있다. A씨 촬영본을 인터넷에 게시·인화·전시 및 출판할 수 있다고 정했으나 사용기간은 정하지 않았다. 촬영본을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2차 가공이 불가는 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후 A씨는 2017년 6월 말 한 연예매니지먼트사와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2018년 11월 해당 쇼핑몰에 촬영계약 해지 통보 및 사진 사용 허락 철회의사를 밝히면서 사진 사용 중지를 요청했다.
그럼에도 A씨 사진이 쇼핑몰을 비롯해 롯데쇼핑닷컴, 네이버, 다음 등에 게재되자 A씨는 해당 쇼핑몰을 상대로 초상권침해금지 및 방해예방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A씨 마지막 사진 촬영일(2017년 6월1일경)로부터 사건 변론 종결일까지 2년 10개월 가량이 지났는바, 이미 통상적인 광고 모델 사진의 사용기간은 도과됐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A씨 측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피고가 부작위의무를 위반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원고에게 위반 행위가 종료되기까지 매월 1000만원의 비율로 계산한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명함이 상당하다”고 제시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피고가 상품을 판매하는 동안 기간의 제한 없이 이 사건 사진을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사진 사용이 원고의 초상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은 이유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계약서상 촬영계약에 따라 만들어진 촬영본의 저작권 및 사용권이 피고에게 있고, 피고가 촬영본을 인터넷에 게시·인화·전시·출판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는 사진 촬영에 2000만원이 넘는 비용을 투입한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사정과 사회통념을 고려해보면 피고가 촬영계약서에 따라 사진을 인터넷에 게시한다는 것은 피고가 상품 판매를 위해 해당 사진을 사용하는 것임이 명백하므로 원고의 초상이 쇼핑몰 웹사이트에 게재되거나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에 노출되는 것은 전제돼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