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기업의 요구를 반영하는 쪽으로 대폭 수정돼 국회에 제출됨에 따라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수정안에는 중대재해 발생 책임자 대상을 낮췄고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한 처벌 규정도 약화됐다. 정부가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묻고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권을 보호하겠다는 당초 입법 취지보다 상당히 변색된 것이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29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기업 처벌을 못 하는 기업 처벌법이 될 수 있다”며 수정된 중대재해법을 강하게 비판했다. 류 의원은 사실상 취지가 많이 없어졌다며 “사업장에서 일어나는 중대재해가 개인의 과실이 아니라 기업에서 안전 시스템의 미비로 일어나는 기업 범죄라는 것을 인식하기 위한 그런 법안인데 사실 주요 내용이 다 빠져버렸다”고 일갈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도 수정된 중대재해법안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김 대표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중대재해의 85%가 일어나는데 이런 사업장에 적용을 4년 유예하는 것도 모자라 50~99인 사업장도 2년 유예를 가져왔다"며 "원청책임도 약화, 처벌도 완화, 징벌적 손해배상도 약화"라고 꼬집었다. 그는 "왜 문재인 정부에서조차 산업재해가 줄지 않는지 이유를 알 것 같다"며 지적했다.
백혜련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 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고 이한빛PD 아버지 이용관씨,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이사장,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노총에서도 크게 반발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신임 민노총 위원장으로 선출된 양경수 당선인은 29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노총은 10만의 노동자, 시민의 발의로 완성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즉각 입법과 더불어 온전한 입법을 요구하며 동조 단식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오늘 산업재해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국회를 찾아 정부에 비판의 소리를 더했다.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중대재해 범위 안에는 2명 이상이나 1명 이상 이렇게 정부안이 나왔는데 너무 충격"이라며 “혼자 일하는 것을 처벌하지 않으면 수많은 죽음을 막지 못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고 이한빛 PD 아버지 이용관씨도 "정부안은 한마디로 말해서 법의 취지를 완전히 무시하고 법의 실효성을 완전히 빼버린 알맹이 없는 껍데기만 남은 안"이라고 분노했다.
한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전날 제출된 정부안을 토대로 중대재해법 제정안 심사를 이어간다. 법사위는 사업장 규모에 따른 단계적 법 적용, 인과관계 추정, 공무원 처벌 여부, 사업주 처벌 범위 등 쟁점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