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정부가 내년부터 도입하려는 '개인유사법인 사내유보금 과세제도'가 중소기업의 현실을 무시한 제도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개인유사법인 사내유보금 과세는 배당을 강제하는 효과가 발생해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 중소기업의 성장을 더 저해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5일 '개인유사법인의 사내유보금 과세의 문제점 검토' 보고서를 통해 "개인유사법인은 약 35만개, 적정 유보소득을 초과하는 법인은 약 6만5000개에 달해 내년부터 사내유보금 과세제도가 도입되면 상당한 세금이 부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적정 유보소득 예시. 사진/한경연
보고서는 국내 대부분 중소기업이 가족이 주주인 가족기업으로 출발해 개인유사법인의 비율이 50%에 달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청년창업 중소기업도 개인유사법인에 해당한다. 이들이 개인유사법인 사내유보금 과세를 적용받지 않으려면 계획하지 않은 배당을 해야 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인 자본의 축적을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올해 코로나로 기업들이 존폐 기로에 서 있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성장을 더 어렵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강조했다.
임동원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획일적 기준으로 '개인유사법인은 잠재적 탈세자'라는 프레임을 씌워서 과세하는 것은 중소기업의 현실을 무시한 행정행위"라며 "전체 실업률보다 청년 실업률이 2배가 높은 심각한 상황에서 이 제도가 도입된다면 청년창업을 육성한다는 정부정책에도 반하고 증세 효과만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보고서는 개별적인 법인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산정된 금액을 유보소득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법인은 잠재적인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유보소득을 늘릴 수 있는데, 현재와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유보금이 많아졌다고 획일적으로 과세한다면 이는 기업의 존폐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실현 이익의 과세 문제도 제도 철회 이유로 지적했다. 유보소득 중 이익잉여금 전체를 법인이 현금으로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금이 부족한 법인의 경우에는 배당 자체를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배당으로 간주해 주주에게 과세하는 불합리한 증세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법인의 유보소득을 주주의 배당으로 간주해 배당소득세로 과세하는 국가는 없다는 주장이다. 미국과 일본은 법인의 유보소득에 추가 법인세를 과세하며, 모든 유보금액이 아니라 수동적 소득에만 과세하거나 자본금 등 적용대상 제한을 두고 있다.
임 위원은 "사내유보금이 많이 적립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과세하는 것은 투자, 연구개발 등을 통한 기업의 미래성장을 어렵게 하고 세부담과 경제적 비효율만 증가시켜 중소기업의 성장을 저해한다"며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의 성장기회를 빼앗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중소기업에 대해 개인유사법인의 사내유보금 과세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대기업에 도입한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와 법인세 최고세율 3% 인상 등과 함께 법인에 대한 전방위적인 증세 정책을 완성하려고 한다"며 "중소기업이 대부분 개인유사법인이라는 현실을 간과한 개인유사법인 사내유보금 과세는 중소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세부담만 증가시키는 부정적인 영향만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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