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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담보’ 하지원 “엄마 생각 나 눈물 쏟을 뻔 했어요”
“윤제균 감독 한 마디에 출연 결정…찐하게 다가오는 사랑 느꼈다”
“어린 ‘승이’ 슬픔과 밝음, 내 감정과 같은 베이스라 낯설지 않았다”
2020-10-05 00:00:00 2020-10-05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너무 오랜만에 본다. 이번 추석 연휴 가족 단위 관객들의 원 픽영화로 꼽히는 담보에 하지원이 출연한다. 2017년 오우삼 감독의 맨헌트이후 3년 만의 복귀작이다. 국내 영화로는 2016년 말 개봉한 목숨 건 연애이후 4년 만이다. 꽤 오래된 시간이다. 사실 그 동안 개인적으로 떨쳐내기 힘든 아픈 시간도 있었다. 국내 복귀가 개인적으로 아직 이르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가 담보를 선택한 건 몇 가지 이유가 분명해 보였다. ‘목숨 건 연애개봉 즈음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을 수도 있다. 그리고 언제나 씩씩하고 강인한 여전사 느낌으로만 인식돼 왔던 자신의 모습을 조금은 내려놓고 스스로도 이야기 안으로 좀 더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컸을 것이다. ‘출연 분량에 대한 부분을 묻는 질문에는 그저 웃음으로만 대답을 대신했다. 전혀 고려 대상은 아니었단 점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영화적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윤제균 감독의 러브콜이 마음을 움직였던 것 같다. ‘담보의 제작자인 윤 감독의 한 마디는 하지원의 가슴 한 켠을 저릿하게 만들었다.
 
배우 하지원. 사진/CJ엔터테인먼트
 
추석 연휴 직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오랜만에 만난 하지원은 예상 외로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오랜만의 국내 영화 복귀도 있지만 큰 아픔이후 언론과 만나는 첫 자리이기에 그런 듯 싶었다. 그래서인지도 모른다. ‘담보속 그는 예전 그가 다른 작품에서 보여 준 당차고 씩씩하고 용감한 모습이라기 보단 그냥 딱 하지원스러웠다. 이미 블혹을 넘긴 나이라 모든 것을 넘어섰을 것이라 해도 하지원도 때론 이럴 수 있을 것 같다고 느껴졌다.
 
“(웃음) 글쎼요. 그렇게 생각하고 접근한 건 아닌데. 그렇게 보이셨다면 영화의 의도와 잘 맞아 떨어진 것 같아요. 관객 분들을 많이 울리고 맘껏 울게 하는 영화가 맞아요. 그런데 어떤 영화들은 정말 그 감정까지 담담하게 다가서기도 하는데, ‘담보는 그 눈물의 감정에 딱 집중해서 가는 것 같아요. 저도 그 감정에 많이 집중했어요. ‘가족에 대한 얘기. 생각만으로도 따뜻한 단어잖아요.”
 
배우 하지원. 사진/CJ엔터테인먼트
 
대중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다. 반대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원 정도의 톱스타담보에서 이 정도의 비중으로 출연한단 게 의외였다. 배우들에게 비중의 문제가 출연의 결정을 선택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니지만 분명히 고려의 대상은 된다. 하지원이 그런 점을 고려하고 출연하는 배우는 아니지만, 약간의 고민이 됐을 수도 있을 듯싶다. 그리고 영화 자체의 장르성도 사실 하지원의 평소 배우 이미지와는 조금 동떨어진 느낌이었다.
 
“무슨 말씀인지 충분히 이해돼요. 저도 시나리오가 왔을 때 전혀 그런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에요. 근데 윤제균 감독님이 저한테 지원아, 난 네가 울면 정말 슬프다라고 말씀을 하시면서 출연 제의를 하시더라고요. 영화의 문을 열고 닫는 역할인데, 꼭 제가 했으면 한다고 하셨어요. 그 말씀을 듣고 시나리오를 보니 담보속 그려진 사랑이 너무 찐하게 다가오더라고요. 이런 사랑이면 다가서도 되겠다 싶었죠.”
 
배우 하지원. 사진/CJ엔터테인먼트
 
그런 찐한 사랑의 감정은 베테랑 하지원으로선 그려내는 데 어렵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의외로 첫 촬영부터 감정을 휘어 잡는 데 고생을 했다고. 무려 첫 촬영이 영화 속에서 헤어졌던 엄마를 만나러 중국으로 건너가 엄마와 만나게 되는 과정을 담은 모습이었다. 영화에서 이 장면은 먼 거리에서 성동일(두석 역)과 함께 걸어오는 장면을 담담하게 담아 낸 모습으로 표현됐다.
 
저도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경험해서 어렵지 않게 촬영을 시작할 줄 알았는데, 시나리오에서 굉장히 묵직하게 다가온 장면이 예상 밖으로 제 첫 촬영으로 잡혀서 걱정이 많았어요. ‘진짜 너무한 거 아냐’(웃음) 싶었다니까요. 촬영 전에 연출을 맡으신 강대규 감독님이 추천해 주신 음악을 들으며 감정을 잡았어요. 진짜 걱정 많았죠. 그나마 엄마가 김윤진 선배님이고, 외할머니가 나문희 선생님이셔서 걱정한 것만큼 어렵지 않게 넘어갔어요.”
 
배우 하지원. 사진/CJ엔터테인먼트
 
김윤진과 나문희의 존재감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를 것이라고 전하는 하지원이다. 도저히 쉽게 잡히지 않는 감정조차 두 대선배의 얼굴을 보니 자신도 모르게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고. 그냥 엄마였고 외할머니의 모습이었단다. 감정을 잡기 힘들어 음악을 들으며 도움을 받던 그는 막상 두 선배의 얼굴을 마주하자 쏟아질 뻔한 눈물을 억지로 참느라 더 고생을 했단다.
 
두 분의 존재감은 정말 배우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이견을 달 수 있을까 싶어요. 윤진 선배님과 함께 누워서 자는 장면에선 제가 눈을 감고 있었는데도 집에 계신 엄마 생각이 나서 눈물이 쏟아질 뻔했어요. 그리고 문을 열고 나오시면서 저를 끌어 안는 나문희 선생님한테서 진짜 우리 외할머니가 느껴졌어요. 이게 연기인가 싶었을 정도였어요. 정말 너무 대단하신 분들이고. 꼭 다시 함께 하고 싶은 대선배님들이세요.”
 
배우 하지원. 사진/CJ엔터테인먼트
 
이런 대선배들과의 연기도 있었지만 이제 겨우 8세인 아역 박소이와의 협업은 언뜻 상상이 안되는 도전이기도 했다. 현장에서도 사실 박소이와 실제로 만난 횟수가 거의 없었다. 하지원과 박소이는 각각 주인공 승이의 성인 배역과 아역 부분을 나눠서 소화했다. 영화에선 처음과 마지막을 하지원, 그리고 중간의 과정을 박소이가 담당했다.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 박소이와 베테랑 하지원이 같은 배역을 하기에 감정의 연결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저 뿐만 아니라 다들 걱정 많으셨을 거에요. 그런데 소이가 저랑 성격적으로 굉장히 비슷한 거 같더라고요. 감독님 말씀을 들었는데 현장에서 엄마도 안 찾고 스태프와 정말 잘 어울려서 즐기면서 했데요(웃음). 소이가 표현한 어린 승이의 슬픔과 밝음이 기본적으로 내가 갖고 있던 베이스라 낯설지 않았어요. 동일 선배님과 희원 선배님이 정말 밸런스를 잘 잡아 주셨던 것 같아요.”
 
배우 하지원. 사진/CJ엔터테인먼트
 
하지원은 영화 속에서 아저씨성동일과의 연기 호흡에 대해선 두 말이 필요 없을 정도의 찰떡 궁합을 자랑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영화 속 하이라이트 부분에 대해선 사실 이견도 좀 있었다고. 촬영 전 감독님과 성동일 그리고 스태프와의 회의에서 실제 촬영 내용에 대한 이견을 보이기도 했다고. 물론 영화 속 결과물은 최상이었단 점을 전하면서 웃는다.
 
결국 승이가 동일 선배님이 연기한 두석을 아빠라고 부르는 장면에서 감정이 터지는 데. 제 생각에는 감정적으론 이해가 되는 데, 승이가 정말 그렇게 부를까 싶더라고요. 승이가 두석을 안 받아 들이는 게 아니라, 영화 속에서 그 장면 이전에 어떤 사건이 있잖아요(웃음). 그 장면 이후 두석에게 아빠? 전 사실 좀 납득하기 힘들었어요. 그런데 감독님에게 뭐 설득 당했죠. 하하하. 결과물을 보니 감독님 설득이 맞았던 거 같아요(웃음)”
 
배우 하지원. 사진/CJ엔터테인먼트
 
하지원은 대중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가 무려 11년 전 개봉한 해운대. 같은 제작사에서 만든 영화로 11년 만에 다시 흥행을 정조준 한다. 올해 추석 연휴라면 담보가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흥행 성적표에 대한 질문에는 당연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라며 웃는다. 하지만 당연히 베테랑 배우로서의 책임감도 있기에 더 좋은 작품으로 대중들의 입맛에 다가서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흥행은 정말 하고 싶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하기 싫다고 안 하게 되는 것도 아닌 거 같아요. 어떤 쪽이든 다 받아 들여야죠. 모든 작품에서 다 최선을 다했고. 결과가 좋지 않으면 스스로가 되짚어 봐야죠. 뭔가 조급해 하는 성격은 아니에요. 하지만 책임감을 느끼고 당연히 작품에 임해요. 그리고 매번 새로운 작품 그리고 새로운 인물을 만나고 싶죠. 예전에는 작품보단 캐릭터에 욕심을 느끼고 접근했는데, 이젠 작품이 더 먼저에요. 우선 담보가 좋은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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