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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동향)김창학 현대ENG 사장, 하반기 정비사업 반등 기회 주목
내리막 걷는 영업이익률, 상반기 3.9%…정비사업 수주액 1조2782억원 돌파
2020-09-06 06:00:00 2020-09-06 10:06:59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코로나19가 곳곳을 할퀸다. 경제 활동 위축으로 타격을 받는 기업이 나오고 있다. 건설사도 남 일이 아니다. 다른 산업보다 코로나19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다지만 완전한 방역은 불가능하다. 코로나19 위기의 압박감은 플랜트처럼 해외 사업에 무게를 싣는 건설사일수록 심하다. 
 
해외 매출 비중이 큰 건설사 중 하나가 현대엔지니어링이다. 지난해부터 김창학 대표이사 사장이 이끌고 있다. 김 사장의 상반기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부진했다. 올해는 매출액 3조5590억원, 영업이익 1377억원을 올렸다. 지난해 동기 매출액은 3조3842억원, 영업이익은 2000억원이었다. 이 기간 매출액은 늘었으나 실속이라고 볼 수 있는 영업이익은 줄었다. 이를 나타내는 영업이익률은 5.9%에서 3.9%로 떨어졌다.
 
영업이익률 하락은 올해 상반기만의 일이 아니다. 2017년 연간 영업이익률은 8.2%였는데 2018년 7.2%로 미끄러졌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률은 6%였다. 역시 전년 대비 1.2%포인트 내려갔다. 
 
이는 매출원가 상승의 영향이 컸다. 매출원가가 늘어나면 매출총이익이 줄어드는데, 판매관리비가 고정돼 있다고 가정한다면 영업이익도 감소한다. 회사의 판관비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400억원 수준이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1607억원을 지출했다. 
 
반면 매출원가는 2017년 5조4087억원에서 2018년 5조4996억원, 2019년 6조522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원가는 3조2606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3조171억원보다 많았다. 매출액이 늘어나면 매출원가도 커지는 게 당연하지만, 매출액 상승보다 원가 증가폭이 더 컸다. 이를 보여주는 매출원가율은 2017년 86%에서 2019년 89%까지 올랐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수익성 좋은 현장의 공사가 끝나면서, 원가율이 오르는 기저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원가율은 91%를 기록했다. 하반기 매출원가가 상반기와 비슷하다면 올해 총 매출원가는 지난해보다 오를 가능성이 있다. 연간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감소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반기 김 사장이 실적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강하지 않다. 코로나19 감염자가 계속 나오면서, 해외 곳곳에 위치한 공사 현장이 멈추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조인트벤처 형태로 참여한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 공장도 작업이 더디다. 이곳은 지난 7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현장 근무자들이 국내로 복귀했다.
 
이처럼 해외 현장의 공사가 느려지면 일정 수준 이상 공사하고 받는 기성금 회수가 늦어진다. 이는 매출 감소와 직결된다. 매출 하락 역시 영업이익을 낮추는 요소다. 
 
그렇더라도 회복의 기회는 남아있다. 리스크가 큰 해외보다 비교적 안정적인 국내 일감이 더 많기 때문이다. 김 사장이 쌓은 수주잔고는 상반기말 기준 24조4862억원인데, 이중 국내분이 12조8137억원으로 52%를 차지했다. 그간 해외 일감이 더 많았던 것과 대비된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해외 수주잔고가 전체의 51%였다. 
 
국내 일감의 증가는 도시정비사업 수주에서 선전한 덕이 컸다. 김 사장은 올해 인천 송림 재개발, 울산 중구 재개발, 청주 사직 재개발 등을 따내며 도시정비 수주 1조클럽에 가입했다. 지난달까지 확보한 도시정비사업 규모는 1조2782억원이다.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이 1조원을 넘은 건 올해가 처음이다. 
 
김 사장은 이 같은 정비사업 수주를 이어갈 예정이다. 재정비사업 등 안정적 일감에 집중하고 전략적인 수주지역과 우량사업을 선별 수주한다는 방침이다. 플랜트·인프라 같은 분야보다 수익성이 좋은 정비사업 일감을 확보해 매출을 낸다면 회사의 영업이익이 오를 수 있다.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현대엔지니어링 본사. 사진/현대엔지니어링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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