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이 3일 임기 9년(3연임)을 확정했다. 씨티은행장에 5연임하며 15년의 행장 임기를 지낸 하영구 전 은행연합회장에 이은 사상 두 번째 장수행장이다. 주요 은행의 '2+1'년 행장 임기 구조가 무리한 실적경쟁을 일으킨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행장 교체기를 맞은 다른 은행에도 변화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SC제일은행은 이날 이사회와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오는 2021년 1월 임기가 끝나는 박 행장의 3연임을 최종 결정했다. 지난 2015년 5월 은행장에 임명된 박 행장은 이번 재선임으로 2024년 1월까지 SC제일은행을 이끌게 된다. 4개월이나 임기가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SC제일은행이 서둘러 행장 선임에 나선 것은 박 행장의 꾸준한 성과에 더해 코로나19로 대외 경기 불안이 확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코로나로 국내 금융시장 경기가 좋지 않다는 판단에 이사회에서 인선 시기를 당겨 영업 환경을 안정화하자는 의견 표명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SC제일은행은 박 행장의 취임과 함께 순손실 구조에서 빠르게 벗어났다. 2016년 이후 3년간 2000억원대 순이익을 달성했으며, 지난해엔 3144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에도 올해 상반기 1820억원의 순익을 냈다.
9년의 임기를 보장받은 박 행장의 개인적인 감회도 남다르다. 최근 시중은행장들은 기본 2년에 성과에 따른 1년 연장이라는 임기를 부여받고 있기 때문이다. 허인 국민은행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 지성규 하나은행장이 그 예다. 권광석 우리은행장은 이보다 더 짧은 1년 임기 이후에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이 때문에 오는 10월부터 이들 은행은 순차적으로 행장 선임 절차에 들어간다.
이 같은 임기 구조는 2010년 이후 진행된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개편과 연관이 깊다는 분석이다. 그간 KB·신한·우리금융 등 지주사들은 지주회장과 은행장 사이 파워게임이라는 내홍을 겪었다. 더구나 이런 인사 체계가 지난해부터 은행권에 불거진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들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은행장의 '실적제일주의'를 이끌었다는 지적이 커졌다. 미래 먹거리와 디지털 전환을 위한 중장기 전략 수립·실행이 필요한 시기에도 맞지 않다는 평가다.
각 금융지주의 인사 체계를 존중해왔던 금융당국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금감원은 지난 5월 농협금융지주에 계열사 최고경영자에게 부여하는 '1년 단기' 인사 방식과 관련해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업권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지주사들에게 은행장 지배구조 제고를 직·간접적으로 전달하는 의미로 보고 있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이 3일 3연임을 확정지으며 사상 두 번째 장수행장에 올라섰다. 사진/SC제일은행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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