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상생기금 지원' 제안에 은행권 난색
2020-08-25 17:19:04 2020-08-25 17:19:04
[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헤지 상품 '키코(KIKO)'로 대규모 손실을 입은 중소기업들이 상생 기금을 만들어 피해 구제를 해달라는 제안을 했지만, 피해 보상 당사자인 은행들은 난색이다. 은행별로 키코 판매 금액이 달라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은데다 기금 조성 역시 배임 문제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입장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키코 공동대책위원회는 전날 금융감독원을 찾아 피해 기업에 대한 상생 기금 조성안 관련 의견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은행권 한 관계자는 "하나의 안으로 제시된 것으로 본다"면서 "상생 기금이라고 하더라도 피해기업에 대한 지원을 목적으로 꾸려진다면 여전히 법률적인 내용(배임죄)이 문제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기금을 조성하더라도 기금이 특정인에게 가느냐 공익적 목적이나 하는 차이가 있다"면서 "주주가 은행에 왜 필요 없는 사업에 대해 돈을 출연하느냐고 지적하게 되면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신한·우리·산업·하나·대구·씨티은행 등 6개 은행에 피해 기업 4곳에 대해 손실액의 15~41%를 배상을, 나머지 147개 기업에 대해선 자율조정을 권고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을 제외한 5개 은행은 금감원의 권고를 거부했다. 각 은행 이사회가 대법원 판결까지 끝난 사안에 대해 배상할 경우 배임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기금 조성이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입장이다. 은행별 내부 의사결정을 거쳐야 하는 데다 기금의 운용 주체, 규모 설정에 대해서 살펴야 할 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147개 기업에 대한 자율조정 논의마저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기금 조성이 은행과 피해 기업 간의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될지는 의문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일각에선 금감원 분조위가 권고한 라임 무역금융 펀드 배상안 수용 기한(오는 27일)을 앞두고 은행의 결정을 재차 압박하는 것은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불수용이라고 사실상 마무리된 내용인데 당국에서 분위기를 다시금 몰아가는 건 아닌가 싶다"라면서 "더구나 은행들의 무역펀드 배상안 수용 결정 시한이 임박했다"고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분조위는 최근 라임 무역금융 펀드 분쟁조정 신청 4건에 대해서 판매사에 100% 배상 결정을 내렸다. 여기에는 키코 관련 은행 일부가 판매사로 포함돼 있다. 은행 이사회는 이번 배상안 권고에도 배임죄 가능성을 이유로 내부 논의가 더 필요하다며 지난달 금감원에 답변 기한 연장을 요청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오는 결정 시점에는 재연장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정치권에서도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 발의로 금감원에 힘을 싣는 상황이다.
 
조봉구(왼쪽 두번째) 키코(KIKO) 공동대책위원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면담을 마친 후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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