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벤처투자 독려에 금투업계 난색
12일 벤처투자법 시행…NCR완화로 모험자본 투자 유도
우량 중소·벤처 등 투자처 마땅찮고 관련 전문인력도 태부족
입력 : 2020-08-12 06:00:00 수정 : 2020-08-12 06: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정부가 벤처 투자의 물꼬를 트기 위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도  벤처투자조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문턱이 낮췄지만 금융투자업계의 움직임은 미온적이다. 당국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가 쉽지 않은데다 관련 인력이 부족해 '블루오션'을 발굴해내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모험자본 공급과 혁신기업 육성을 위해 오는 12일부터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벤처투자법)’을 시행할 예정이다. 벤처투자법은 증권사·자산운용사의 벤처투자조합 설립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단순투자를 넘어 벤처투자와 후기 성장단계 자본시장 간 접점을 확대, 시너지를 제고하고 '제2의 벤처붐'을 일으킨다는 목적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벤처투자 조합 설립에 관심을 보이는 증권사나 운용사는 없는 상태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데다 대형 증권사의 경우 별도의 벤처캐피털(VC)을 보유하고 있어 조합 결성의 필요성이 크지 않은 탓이다. 실제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인 미래에셋벤처투자를 통해 이미 중소벤처기업 투자를 영위하고 있으며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도 한국투자파트너스를 두고 창업투자업무를 하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현재 VC 관련 조합 설립 등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투자할 벤처기업도 많지 않고 전문 인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투자금 직접 운용을 위해) 조합을 설립한다면 오히려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대책은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라이센스가 없는 증권사들도 벤처투자 조합을 설립해 운용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중소형 증권사들이 VC 관련 비즈니스를 키울 수 있겠지만, 수요가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라고 언급했다. 
 
기업금융(IB) 다변화를 위해 벤처캐피탈 사업 진출을 검토 중인 교보증권의 경우 신기사 라이센스 등록과 벤처캐피탈 사업부 신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별다른 진척은 없는 상황이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VC 사업부 인력을 모집하고 있지만 완비가 된 것은 아니다"면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려면) 내년은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이 열어준 발행어음과 NCR규제 완화 효과도 크지 않은 모습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금융투자업규정’을 일부 개정하며 중소·벤처기업 대출에 대한 증권사의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부담도 완화해주기로 했다. NCR 산정 시 일정 규모 내의 중소·벤처기업 대출채권에 대해서는 차감하지 않고 중소·벤처기업이 발행한 증권을 매입하거나 신용 공여한 금액도 발행어음 조달한도(자기자본200%)에서 제외해주는 것이다.
 
현재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는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메리츠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8곳으로 이 가운데 발행어음업을 영위하고 있는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3곳이다. 이들 증권사는 발행어음 조달 자금 중 모험자본에 투입되는 자금 규모나 비율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전체 벤처투자규모를 보면 감소했다. 한국벤처캐피탈 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처투자규모는 1조6495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조9943억원)대비 17.3% 하락했다. 신규투자를 진행한 기업도 789개사로 작년(848개)보다 소폭 줄었다.
 
종투사 한 관계자는 "(규제완화로) 투자여력이 늘어났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실제 투자를 집행할 만한 우량한 중소·벤처기업이 많지 않고, 발행어음 또한 보통 1년 만기의 '단기자금'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투자업계 다른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강화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벤처투자를 강조한다면 또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벤처투자법이 이제 막 시행되기 때문에 바로 조합을 설립한다거나 하기보다는 (벤처투자 촉진 관련 법안과 대책을) 면밀히 검토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출처/한국벤처캐피탈협회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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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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