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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줄었지만…정유업계, 앞날은 여전히 '캄캄'
정유 4사 2분기 적자합계 7300억…1분기 대비 80%↓
마진 약세·저유가 지속시 하반기 악화 우려
2020-08-11 13:11:20 2020-08-11 13:11:20
[뉴스토마토 최승원 기자] 올 1분기 사상 최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국내 정유사들이 2분기 손실 폭을 80%가량 크게 줄였지만. 정제마진이 지난해 10월 이후 현재까지 손익분기점을 밑을 맴돌면서 하반기 실적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국제유가도 상승세가 더뎌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기준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0.3달러로, 4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원유 수요 침체가 본격화한 3월부터 일부 기간을 제외하고 정제마진은 모두 마이너스에 머물렀다. 플러스 전환한 경우도 대부분 배럴당 0.1달러 수준으로, 업계에서 손익분기점으로 보는 배럴당 4~5달러를 크게 하회하는 수준이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기준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0.3달러로, 4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사진은 2일 서울 한 주유소 휘발유 가격 표시판 모습. 사진/뉴시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싱가포르 석유제품 재고가 하락하고 휘발유 마진은 상승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항공 수요가 떨어지면서 등유 마진이 떨어졌다"며 "주요 교통 수단에 쓰이는 경유 공급도 넘친 데다 중국의 공급과잉도 이어지면서 정제마진 반등 시점을 더욱 예측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석유제품 수요 하락은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 업계는 통상 3분기를 연중 휘발유 수요가 가장 높은 '드라이빙 시즌'으로 분류하는데, 코로나19 재확산 여파와 호우 등으로 이동이 제한돼 이전 수준의 휘발유 수요 회복은 힘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이동이 제한되고 국내 여행이 활성화하면 휘발유 수요가 늘어날 순 있겠지만, 코로나19와 장마·폭우 등의 영향으로 상승 폭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국내 공급에 영향을 끼치는 중국은 최근 대홍수 여파로 석유 제품 공급과잉을 겪고 있다. 홍수로 중국 내수 수요가 위축되면서 중국 내 석유제품 재고가 늘어났는데 이 재고가 아시아 수출물량으로 풀릴 것이란 우려가 커져 국내 마진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2분기 정유사들의 하반기 실적 전망은 어둡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정유사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인 정제마진 약세가 개선되지 않고 있고, 그나마 실적 상승을 견인한 유가도 상승세를 멈췄다"며 "거시경제 악화 탓에 정제마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 어려워 3분기 실적은 2분기보다 악화할 여지가 더 높다"고 내다봤다.
 
한편 올 2분기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 4사는 합산 7300억원가량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1분기 4사의 합산 적자인 4조4000억원가량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업계는 2분기 크게 회복한 국제유가가 정유사들의 재고 평가 이익으로 이어져 손실 폭을 줄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실제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4월 초 배럴당 20달러 수준에서 6월 말엔 40달러를 웃도는 수준까지 회복했다. 
 
최승원 기자 cswon8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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