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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성' 강조했는데…갤럭시 언팩에 '빅스비' 빠진 이유는
삼성 '빅스비' 전략 수정 불가피…스마트 기기에서 삭제 가능성
더디게 성장하는 AI 음성인식 서비스 시장…지각변동 진행중
2020-08-07 06:01:00 2020-08-07 06:01:00
[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삼성전자가 비대면 경제 확산으로 인해 하반기 전략 신제품들 간 '연결성'을 강조했지만, 인공지능(AI) 서비스 '빅스비'가 언급되지 않아 그 배경이 주목된다. 
 
삼성전자의 AI 음성인식 서비스 '빅스비' 활용 이미지. 사진/삼성전자
 
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사는 전날인 5일 오후11시(한국시각 기준) '갤럭시 언팩'을 열고 △갤럭시 노트20을 비롯한 △갤럭시 워치3 △갤럭시 버즈 라이브 △갤럭시 탭 S7 △갤럭시 Z폴드2 등 신제품 5종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달라진 '뉴노멀' 시대에 이들 기기 간의 긴밀한 연결을 통해 소비자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지난 2017년 갤럭시 언팩에서 '갤럭시 생태계'의 중심으로 삼겠다던 빅스비는 이번 행사에서 뒷방 신세를 면치 못했다. 갤럭시 버즈 라이브의 기능을 소개하며 잠시 언급된 것 외에는 노태문 무선사업부장의 기조연설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AI 음성인식 서비스 시장의 성장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삼성에서도 '빅스비' 전략 수정을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인터넷이용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AI 음성인식 서비스의 이용률은 25.2%로, 여전히 '서비스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최근 로이터 통신 등에서 삼성전자가 구글의 광고 수익 공유 제안으로 인해 빅스비와 갤럭시 앱 스토어를 자사의 모바일 기기에서 삭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배경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2018년 선보인 삼성전자의 AI 음성인식 스피커 '갤럭시 홈'의 출시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이 같은 고민은 삼성전자만의 것은 아니다. 한 때 아마존·구글·애플 등과 자웅을 겨뤘던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미 AI 음성인식 서비스 관련 전략을 선회했다. 내년까지 AI 비서 '코타나'의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용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지원을 종료한다고 밝히고, 지난 2월부터 코타나의 기능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 코타나를 모바일 기기에서의 역할 대신에 생산성 지원도구로서의 활용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AI 음성인식 비서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기존의 인터페이스를 가진 기업들을 중심으로 관련 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구글과 애플의 경우 안드로이드와 iOS라는 자체 모바일 생태계를 가지고 있으며, 모바일 기기와 웹에서 통용되는 캘린더, 메모, 사진, 지도 등의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보유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서 빅스비를 포기하더라도 다른 분야에서 동력을 마련할 여력은 충분히 남아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른 경쟁 기업들과 달리, 스마트폰을 넘어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생활가전과 스마트워치, 무선이어폰 등 웨어러블 기기까지 삼성전자가 영위하는 사업이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있다는 측면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 AI 음성인식 시장에는 글로벌 IT 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들었지만 현 시점에는 소프트웨어 생태계 강자들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의 경우 하드웨어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향후 방향성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위치를 잡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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