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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디지털 대전환기에 정부가 해야 할 일
2020-07-20 06:00:00 2020-07-20 06:00:00
지난주 가장 주목을 끈 이슈 중 하나는 정부가 대대적으로 발표한 한국판 뉴딜 계획이다. 이 중에서 한국판 뉴딜의 중요 축으로 언급된 부분이 바로 디지털 뉴딜이다. 코로나 장기화로 IT산업 구조의 대격변이 이뤄지고 있는 데 대응하고자, 정부는 디지털 뉴딜 분야에 58조2000억원을 투자해 일자리 90만3000개를 만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공공데이터를 공개해 '데이터 댐'을 구축하고, 기업에 '데이터 바우처'를 제공하며, 바이오 빅데이터로 희귀 난치병 극복에 드라이브를 거는 한편, 전 산업에 5G와 AI를 융합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디지털 비대면 산업 육성과 더불어 사회간접자본의 디지털화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그런데 정작 업계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IT업계를 타깃으로 한 수십조 단위 재정 투자계획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새로울 것은 없다는 반응 일색이다. 심지어 아무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다는 자조적 반응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일단 이번 정부정책 발표에 화답하는 의미로 통신사업자들의 경우 2022년까지 5G에 26조원을 투자하며 디지털 뉴딜에 앞장서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는 했다. 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사실 5G 투자는 디지털 뉴딜이 아니더라도 통신사업자들이 원래 계획해오던 것이기 때문이다. 5G 투자에 속도를 좀 더 내겠다는 제스처를 취했다는 정도의 의미가 있다. 게다가 5G 투자 계획의 구체적인 속도와 수치는 사실 각 사의 영업기밀이다. 경쟁사에 대놓고 밝힐 수 없는 숫자를 두고 뒤에서 입을 맞추느라 진땀을 뺐다는 후문도 들려온다.  
 
앞으로 어느 분야가 미래 먹거리가 될지 판단하고, 숫자로 명시되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걸맞는 지원책을 내놓는 것은 정부가 으레 하는 일이다. 문제는 정권을 막론하고 정부의 경제성장책이 나올 때마다 업계에 신선한 자극책이 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점이다. 업계에서 이미 알아서 하고 있던 것들을 갈무리한 내용에 공공기관 수요 중심으로 발주를 늘리겠다는 정도의 모양새가 반복되고 있으니, 업계에서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더군다나 지금은 AI, 빅데이터라는 키워드는 산업계에서 불거져 나온지 이미 꽤 시간이 흐른 상황이다. 국내기업들은 해외 IT 공룡의 공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전략짜기에 여념이 없다. 여기에 비대면이란 키워드까지 급부상하며 산업 구조가 말 그대로 대격변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나오는 디지털 뉴딜 정책이라면 아무래도 업계의 눈높이는 더욱 높을 수밖에 없다. 한국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선 이미 알고 있는 대세적 흐름에 대한 재확인과 공공 발주를 넘어서서 기업이 진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심할 필요가 있다. 각종 산업이 때때로 충돌하고 또 융합하는 이 시기, 결국에 기업에 가장 필요한 것은 불합리한 규제를 속도감 있게 풀어 사업을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기업이 더 잘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최소한으로 개입하고, 대신 기초 과학.연구 투자나 사회안전망 강화 같은 쪽에 무게를 좀 더 싣는 게 정부 역할이 더 빛나는 길 아닐까. 
 
김나볏 중기IT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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