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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재테크)‘레디백’ 대신 ‘커피주식’ 투자 어때?
코로나19 피해 기업별로 제각각…한국맥널티만 이익 증가
2020-06-18 12:30:00 2020-06-18 14:44:06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외근을 하던 직장인 A씨는 한낮의 폭염을 피할 겸 아이스커피를 마시기 위해 길가 커피숍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널찍한 공간에 테이블도 많은데 빈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평일 낮시간에도 커피숍에 자리가 없을 정도로 장사가 잘 되면 스타벅스 주식 사야 하는 거 아닌가?”
 
주식투자자가 코로나19 사태가 정점을 찍은 후에 스타벅스 등 카페를 방문했다면 이런 생각을 한번쯤 했을 법도 하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재택근무, 인터넷 수업 등으로 출근이나 등교를 하지 않은 이들이 시원한 카페를 찾는 탓에 점포가 꽉 차 보이는 게 사실이다. 
 
특히 최근 진행 중인 스타벅스의 레디백, 할리스의 폴딩카트 등 이벤트 사은품을 받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매장 앞에서 긴 줄을 선 행렬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들 만하다. 
 
하지만 하루 종일 진을 치는 ‘카공족’ 때문에 보이는 것보다 실제 매출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사실 그보다는 스타벅스의 경우 한국보다는 미국과 중국 등의 매출 비중이 크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사정이 더 중요하다. 
 
스타벅스는 전 세계에서 코로나19로 영업을 하지 못한 매장이 많아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사진은 지난달 코로나19 환자가 다녀가 휴점한 여의도 ABL빌딩 스타벅스 매장에 안내문이 붙은 모습. <사진/뉴시스>
 
스타벅스는 코로나19 사태로 미국과 중국에서 대부분의 매장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열었지만 영업을 하지 못한 기간 때문에 타격이 컸다.
 
스타벅스가 발표한 4월 매출은 전년 같은 달보다 63% 급감했고, 5월엔 43% 감소하는 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중국 내 점포의 매출도 4월 32% 감소, 5월 21% 감소로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타격을 받았다는 점에선 다를 게 없다. 
 
회사 측은 오는 4분기(7~9월)는 돼야 점포 매출이 정상적으로 되돌아올 것이라며 2020년 결산실적에서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다면 국내 관련 기업들은 어떨까? 대표적인 기업이 동서다. 맥심과 카누 커피로 유명한 동서식품의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50%는 크래프트푸드홀딩스싱가포르에서 이름을 바꾼 몬델레즈홀딩스싱가포르(M.H.S)가 갖고 있다. 
 
위로부터 스타벅스, 동서, 한국맥널티의 주가차트
미국과 중국 사정이 어떻든 국내에서 커피 판매가 증가하면 동서의 주가도 올라야 할 텐데 3월 이후 주가 흐름을 보면 그런 것 같지 않다. 코로나19로 인한 3월 급락 이후 반등했으나 그 폭이 시장 평균보다 크게 뒤졌다. 1분기 실적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액 –7.01%, 영업이익 –6.18%, 순이익 –2.88%씩 감소했다. 동서의 경우 스타벅스처럼 매장에서 소비되는 원두커피가 아니라 회사 탕비실 등에서 많이 소비되는 분말스틱 제품이기 때문에 재택근무 등이 매출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동서그룹 오너 3세 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김종희 전무가 3월 하순 세 차례에 걸쳐 25만주를 장내매수하며 지분율을 12.34%에서 12.59%로 끌어올린 것이 긍정적이다. 
 
생두에서부터 원두커피 가공제품까지 커피와 관련된 사업을 두루 하고 있는 한국맥널티는 동서와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가 차트의 모양은 닮았는데 반등폭이 훨씬 컸다. 3월19일 2835원을 최저가를 찍은 뒤 17일 6290원까지 상승, 121%나 급등했다. 1분기 실적도 매출액 120억원, 영업이익 7억원, 순이익 26억원 모두 지난해 1분기보다 증가했다. 
 
실적 호전과 주가 상승의 배경에는 한국맥널티의 주 고객사인 애터미가 중국 진출을 발표한 것에 따른 기대감과 홈쇼핑채널 판매가 있다. 
 
애터미는 직접판매 사업을 하는 기업으로 이 분야 글로벌 1위기업이 암웨이이며, 애터미는 11위에 올라 있다. 지난해 한국맥널티의 커피 매출 중 37% 정도가 애터미를 통해서 나왔다. 신한금융투자는 애터미의 중국 진출로 올해 중국향 신규 매출 25억원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홈쇼핑 채널 판매에서는 올해 5월까지 5회 방송해 4억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회사는 연말까지 20회 방송을 계획했다. 
 
오강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맥널티의 올해 실적을 매출액 595억원(+39%), 영업이익 66억원(+212%)으로 예상하며 “실적 성장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시카고상업거래소(CME)>
이렇게 국내외 커피 관련 기업들의 처지가 엇갈린 상황이지만,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호재가 있으니 커피제품의 원료가 되는 국제커피가격이다. 농산물 가격 하락과 함께 커피가격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현지시각으로 17일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커피선물(7월물) 가격은 파운드당 0.9625달러로 마감했다. 지난 연말 1.2970달러로 마감한 뒤 하락하다가 지난 3월25일 다시 1.2995달러까지 올랐던 가격이 33%나 하락한 것이다. 
 
이와 함께 커피음료의 재료로 함께 쓰이는 탈지분유 가격도 함께 하락 중이지만 중국 등의 수요 증가로 커피만큼 낙폭이 크지는 않은 편이다. 
 
커피가격이 하락하면 스타벅스나 동서, 한국맥널티는 모두 원재료값 하락 덕분에 마진이 증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커피 시세와 스타벅스 주가 흐름을 비교해 보면 정확히 반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지금은 매출 감소로 그 효과가 드러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출처: 블룸버그>
 
한국맥널티의 경우 지난해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이중 일부인 약 35만주가 최근 주식으로 전환돼 전체 발행 주식수는 1030만주로 늘었다. 전환가액이 현재가보다 낮은 5130원이므로 언제든지 주식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현재 62만주가량이 남아 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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