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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가 예상대로 쾌거를 올렸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이 지난 1일 카타르 국영석유사인 카타르 페트롤리엄(QP)으로부터 LNG선 관련 협약을 맺은 것이다. 사업 규모는 약 23조6000억원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아마도 선박건조 계약으로서는 사상최대가 될 듯하다. 참으로 큰 경사다.
이날 알 카아비 카라트석유공사의 사장 겸 알 카아비 카타르 에너지장관과 한국의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및 조선3사의 사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화상 협약식도 열렸다. 워낙 큰 프로젝트이기에 평소 같았으면 함께 각별한 행사를 열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코로나19 사태로 만나는 것 자체를 자제해야 한다. 그래서 협약식도 화상으로 진행됐다. 형식이야 아무래도 좋다. 협약을 맺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것이니까.
카타르는 세계 최대 LNG 생산국이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LNG 연간 생산량을 현재의 7700만t에서 2027년까지 1억2600만t으로 확대하고자 이번의 대형 LNG선 프로젝트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타르는 1차로 중국에 옵션을 포함해 총 16척 규모의 발주를 마쳤다. 말하자면 '꿀과자'를 던져주고 돌려보낸 셈이다. 그리고 핵심메뉴라 할 수 있는 100여척의 물량을 한국에 몰아준 것이다.
이번 계약의 가격은 1척당 1억8600만달러라고 일부 매체는 보도했다. 단가는 최근 평균보다 조금 낮다는 것이다. 물량이 워낙 많으니 단가는 다소 낮아진 것 같다. 모종의 대량거래를 할 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상식이라 할 수 있겠다.
사실 카타르로서는 지금이 발주하기에 유리한 시점이다. 세계적인 수주 가뭄이 지속하는 데다 올해는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로 국제 유가가 상당히 낮아졌다. 신조선 가격도 당분간 오르기 어려워 보인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고 세계경기가 다시 활기를 띠면 다시 오를 수야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어렵다. 이럴 때 한국 조선소의 건조도크를 예약해 두는 것이 영리한 방법이 아닐 수 없다.
한국으로서도 수주물량이 많고 안정적이니 괜찮은 거래라 할 수 있다. 규모의 경제를 기대하기에 부족하지 않다. 한국 조선업계가 앞으로 하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건조 과정에서 비슷한 유형의 작업이 계속되고 숙련도도 더욱 향상되면서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러시아와 모잠비크에서도 추가 수주를 할 수 있다고 전망된다. 그렇다면 조선 3사의 일감 걱정은 사실상 끝난 것이 아닐까 한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세계 조선업계는 수주 감소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런 어려움은 아직 진행 중이다. 따라서 이번 계약은 단비 가운데 단비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들 조선소가 위치한 울산과 경남 거제도의 지역경제도 모처럼 큰 선물을 받았다.
이번 수주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비화가 전해진다. 카타르와의 정상회담을 비롯한 정부의 외교노력, 카타르가 요청한 코로나19 진단키트와 시약을 보낸 것도 한몫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한국가스공사도 함께 적극적으로 뛴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관련 업계의 참된 '협업'을 통해 이뤄낸 빛나는 개가다.
그렇지만 뭐니뭐니 해도 핵심적인 원동력은 조선 3사의 남다른 기술력이다. 지금까지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착실하게 실력을 쌓아온 임직원의 노고가 그 무엇보다 크다. 그러니 이 순간 스스로의 성취를 두고 마음껏 자축해도 좋겠다.
동시에 이 기회에 기반을 더욱 공고히 다질 필요가 있다. 한국 조선업계의 지난달을 돌이켜볼 때 대형 분식회계와 안전사고, 그리고 협력업체에 대한 갑질 등 어두운 사건이 끊임없이 일어났다. 특히 세계 최대의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에서는 최근 5차례 연속으로 노동자 사망사고가 일어나 지탄을 받았다.
사실 한국 조선업계의 건조경험도 제법 넉넉하게 쌓여 있다. 조선산업 초창기도 아닌데 아직까지 그런 사고가 되풀이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분식회계 문제도 비슷하다. 과거 한때 수주 부진으로 적자가 우려되기에 빚어진 '우발사건'이라고 믿어주고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제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는 것도 불가능하다. 앞으로는 근본적으로 쇄신할 필요가 있겠다. 안전사고나 갑질 문제를 해소하고, 회계장부도 정직하게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국내외의 신뢰를 계속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어떤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고 건실하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차기태 언론인 (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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