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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도시정비 ‘클린수주’, 조합원에 달렸다
2020-05-27 13:18:08 2020-05-27 13:18:08
어김없이 반복됐다. 이름만 대면 알 법한 대형 건설사 두 곳이 불법과 편법을 오가는 수주 경쟁을 펼치고 있다. 건설사들은 늘 ‘클린수주’를 외치지만 진흙탕 경쟁이 일상에 가깝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클린’한 수주전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쯤 되면 양치기소년보다 한 수 위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싸움터는 강남의 한 재건축 사업장이다. 무대만 바뀔 뿐 과열경쟁의 디테일은 비슷하다. A건설사는 홍보용역을 동원한 것으로 회자된다. 이 OS요원이 조합원 집을 찾아가 경쟁사를 비방하는 동영상이 나왔다. A사는 조합원을 데리고 자사의 다른 분양 단지를 돌아봤다는 의혹도 있다. 이 같은 조합원 개별 접촉은 불법이다. 로비 의심도 받을 수 있다.
 
경쟁사인 B사는 정비업계의 스타 조합장과 유착했다는 의혹을 샀다. 스타 조합장이 B사를 이 사업장에 데려왔다는 녹취록이 공개됐다. 그는 A건설사를 깎아내리기도 했다. A사는 B사와 스타 조합장을 고소했다. 
 
이전투구가 벌어지는 판에 두 건설사는 자사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경쟁사를 헐뜯어 여론몰이하는 것이라고 대응하고 있다.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이 과열 경쟁 논란으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일각에서 정비사업 경쟁이 깨끗해지지 않겠냐는 얘기가 돌았으나 허망한 기대였다. 정부 규제와 감시가 심해져도 건설업계는 아랑곳 않는다. 
 
클린수주가 자리 잡으려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제재가 필요하다. 그러나 채찍이 도깨비방망이는 아니다. 규제만으론 부족하다는 의미다. 조합원 역할이 중요하다. 과열경쟁이 여전한 건 건설사와 조합원 사이의 유착, 경쟁사 비방 등이 여전히 시공사 선정에서 유효하다는 뜻이다. 시공사를 선택할 권리가 있는 조합원들이 입찰 조건만으로 클린수주하는 건설사를 가려낸다면 건설사 역시 이를 뒤따라갈 수 있다. 
 
이는 조합원에도 이득이다. 건설사의 유착 유혹은 더 나은 입찰조건을 제시하는 경쟁사를 가려버린다. 건설사가 유착 관계에 있는 조합원 명부를 관리하는 탓에 뒤늦게 돌아서기도 어렵다. 사실상 건설사 손아귀에 놀아나는 셈이다. 경쟁사 비방에 관해서도 명확하게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자사의 계약조건만 설명하라고 나설 필요가 있다. 조합원이 객관적으로 입찰 조건을 비교하려면 일방적인 경쟁사 비방에는 귀를 닫아야 한다.
 
건설업계 역시 반성이 절실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진흙탕 경쟁으로 법 질서를 어지럽히는 건 모순이다. 클린수주가 가능하도록 자정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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