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차기태의 경제편편)아직 갈 길이 멀다
2020-05-20 06:00:00 2020-05-20 09:42:18
2020년 4월30일은 한국 역사에서 또 하나의 기념비적인 날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자가 국내에서는 1명도 발생하지 않은 날이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한국을 그토록 괴롭히던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을 한국이 정복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서울 이태원에서 시작한 뜻하지 않은 감염확산 사태 때문에 긴장감이 다시 일기도 했다. 몇달 동안 온 국민이 참고 견뎌온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되는 듯했다. 그렇지만 이마저 방역당국의 강력한 대응으로 거의 진압됐다. 확실히 한국은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탁월한 역량을 보이고 남다른 성과를 달성했다.
 
연초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세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이른바 선진국이라고 알려져 온 미국과 유럽의 여러나라가 곤욕을 치러야 했다. 전세계 확진자가 이미 450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30만명을 웃돈다. 미국에서는 세상 떠난 사람이 8만명이 넘고, 영국도 3만명을 넘어섰다.
 
그렇지만 한국은 이런 나라들과 근본적으로 달랐다. 숨어있는 환자와 잠재적 환자를 부지런히 찾아내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 검사와 치료, 추적과 격리를 적극적으로 수행한 결과 바이러스의 설자리를 좁혀나갔다.
 
소위 선진국들은 대부분 '봉쇄'라는 극단적 조치를 동원해 국민의 기본권 가운데 하나인 이동의 자유마저 박탈했다. 그렇지만 한국은 그런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대신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합리적이고 중도적인 대책을 진행해 왔다. 당국은 설득하고 시민은 호응했다.
 
그리고 투명하게 모든 것이 국민에게 알려졌다. 날마다 2차례씩 방역당국에서 브리핑을 통해 코로나19 감염자 현황을 알려줬다. 하루 확진자가 수백명을 헤아릴 때도 변함없었다. 미련하다 싶을 정도로 한결같은 투명성이 지속했다.
 
이런 모든 과정 덕분에 한국은 어느새 세계적인 방역선진국으로 일컬어지고 '황금률'이 됐다. 해외에서 앞다퉈 한국을 칭송한다. 한국의 방식을 배우고 한국산 방역물품을 사려고 "저요, 저요" 한다.
 
이런 결과는 결국 한국 민주주의의 성취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오늘날 모든 것을 국민 입장에서 바라보고 진행해야 한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 어떤 꼼수도 들어설 여지가 없었다. 한마디로 민주적인 방역의 성과였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국의 경제상황도 이런 평가를 어느 정도 뒷받침한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고 수출규모가 세계 6~7위를 다툰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국가 신용등급은 거의 흔들리지 않았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면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서는 양호하다. 지금 경제상황이 몹시 힘들기는 하지만, 결코 비관적이거나 절망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착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지난달 29일 경기도 이천의 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서 대형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한꺼번에 38명의 무고한 국민이 희생당했다.
 
지난 2008년 일어났던 사고와 무척이나 닮았다. 12년이 흐르는 사이 안전관리를 비롯해 건설현장 운영방식은 전혀 선진화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정부는 뒤늦게 건축물 마감재와 단열재의 화재 안전 기준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지난 2일 전해졌다.
 
국내 정상급 건설회사인 대우건설 공사현장에서는 지난해 7명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세계 최대의 조선회사인 현대중공업에서는 산재 사망자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현대오일뱅크에서는 악취나는 사고가 여전히 일어난다. 이밖에 대기업의 많은 사업현장에서 안전관리 부실로 인한 안전사고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모두가 선진화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그러자 경기도에서는 일정한 규모 이상의 공사 현장에 '안전지킴이'를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업으로서는 불편한 규제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간의 결과가 별로 좋지 않았기에 이런 거북스러운 방안이 제시됐음을 알아야 한다. 결국 스스로의 태만이 그런 규제를, 간섭을 불러들이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방역과정에서 보여준 성취만을 보면 한국이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경제와 사회 많은 분야는 아직 의심스럽다. 이번 방역과정의 성취를 귀감 삼아 기업과 사회의 제도와 정신이 더욱 개선돼야 한다. 아직 갈 길은 멀고 할 일은 많다.
 
차기태 언론인 (folium@nate.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