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토마토칼럼)냉·온탕 오가는 파생상품 규제 안된다
2020-05-14 06:00:00 2020-05-14 08:40:25
이종용 증권데스크
금융당국이 파생금융상품 규제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코로나19로 멈춰선 실물 경제를 살리기 위해 다양한 기업 규제 완화 방안이 나오는 상황에서 자본시장은 또 규제 강화냐는 불만이 나오기도 한다.
 
금융위원회는 조만간 '고위험 상장지수상품(ETP) 투자 건전화 방안'을 내놓는다. 금융투자업계나에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상장지수증권(ETN)과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 기본예탁금을 설정하는 방안이다.
 
기본예탁금은 금융상품 거래를 위해 유지해야 하는 최소한의 계좌 금액으로, 일종의 진입장벽 역할을 한다. 최근 유가 급락으로 저가 매수를 노린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원유ETN 기초자산(유가)의 실제가치와 시장가격(주가) 차이인 괴리율이 치솟았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가 두 차례나 경고했지만 상품의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뛰어드는 개인 투자자가 많아 관리가 필요하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금융당국의 규제완화에 따라 성장한 ETP 시장이 최근 유가 파생상품과 관련된 투자자 손실이 이어지면서 진입장벽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6년 금융위원회는 과열 우려가 제기된 주가연계증권(ELS) 위험 관리를 강화하면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ETN·ETF(ETP) 상품 등을 쉽게 출시할 수 있도록 유도한 바 있다. 특히 파생상품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ETF를 기초로 한 선물 등 다양한 상품 투자들을 활성화시키며 진입장벽을 낮춘 것이다.
 
금융상품 고도화에 따라 상품 규제도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투기 광풍이 불었던 비트코인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투기성 세력에 대한 본능적인 반감도 어느정도 이해한다. 그렇지만 시장 상황 따라 규제 방향도 출렁이는 식은 곤란하다. 이런 식으로 규제를 늘려가다가는 남아나는 투자상품이 없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강력한 규제가 도입되면 ETP 시장자체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난 2010년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에서 스캘퍼(초단타매매거래자) 불공정거래 사건이 발생하자 금융당국은 호가 범위 제한, 최소예탁금 1500만원, 사전교육제도 도입 등 규제조치를 시행했다. 당시 대책으로 시장 전체가 고사 상태에 빠졌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원유 ETN 쏠림에 대해 "제도적인 방안을 만들더라도 다른 곳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어 단기적인 솔루션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진단한 바 있다. 그는 "금융사가 중수익 상품을 만들어서 중화를 시켜줘야 하는데 금융투자사들 같은 곳에서 그런 걸 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업이 규제 산업이라는 특성상 제도가 기반이 돼야 중수익이든 고수익이든 제대로 된 상품을 만들 수 있다.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규제는 시장 자체를 고사시킬 수 있다는 점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상기하기를 바란다.
 
이종용 증권데스크 yong@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