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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안길로 향하는 'VR'…AR에 눈돌린 IT 거인들
삼성, '기어 VR' 이어 '데이드림' 지원 앱도 종료
페북·애플 등 IT업계 차세대 먹거리로 'AR글라스' 개발 착수
2020-04-20 06:10:17 2020-04-20 06:10:17
[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삼성전자와 구글 등 IT 거대 기업들이 앞다퉈 내놨던 '가상현실(VR) 기기' 관련 사업이 사실상 정리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차세대 먹거리로 증강현실(AR)이 주목받고 있다.
 
애플의 AR글라스 예상 이미지. 사진/아이드롭뉴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갤럭시 S8부터 지원했던 구글의 VR 플랫폼 '데이드림' 애플리케이션(앱)의 운영을 종료한다. 페이스북의 VR 전문 자회사 오큘러스와 협업을 통해 선보인 '기어 VR' 앱관련 지원도 이달부터 종료된 데 이어, VR 관련 사업에 사실상 손을 떼는 분위기다. 
 
기어 VR은 삼성전자가 2014년 출시한 스마트폰 기반의 VR 헤드셋이다. 갤럭시 시리즈 중에는 노트4부터 지원이 시작됐고, 2017년까지 매년 신형 스마트폰 출시에 맞춰 신제품을 내놨다.  2017년에는 타조에게 기어 VR을 통해 하늘을 나는 경험을 주는 '타조의 꿈' 캠페인으로 칸 라이언즈 국제광고제에서 7개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같은해 시카고에서 열리는 영국 록밴드 '콜드 플레이'의 콘서트를 기어 VR로 생중계하거나 영국의 터프 머더와 협력해 VR 익스트림 달리기 대회를 여는 등 관련 마케팅에도 열을 올렸다. 
 
당시 VR 기기는 4차산업혁명 기술 발전과 함께 차세대 먹거리로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이후 관련 콘텐츠 부족과 하드웨어적인 한계로 최근 2~3년간 정체기를 맞았다. 이에 삼성전자는 2018년 이후 신제품을 내놓지 않고, 기어 VR용 어댑터 제공과 앱 업데이트 등을 통해 갤럭시 S10까지 명맥을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오큘러스와 결별하고 앱 지원도 종료되면서 철수 수순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존 카맥 오큘러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기어 VR 지원 종료와 관련 "우리는 기어 VR에 많은 것을 투자했고 이는 오큘러스 모든 모바일 기기들의 기반이 됐지만, 유지할 만한 동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근 IT 업계의 관심은 VR에서 AR로 옮겨간 분위기다. 구글은 지난해 AR글라스인 '구글 글라스 엔터프라이즈 에디션2'를 출시하고 제조, 물류 분야 등을 타깃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OS를 기반으로 한 이 제품은 날렵한 안경 디자인으로 한쪽 눈앞에 달린 소형 프로젝터로 이미지를 띄우는 방식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지난 2016년 AR 안경인 '홀로렌즈'를 출시한 데 이어, 지난해 '홀로렌즈2' 등 꾸준히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가 특허청에 제출한 AR글라스 관련 특허 내용. 사진/페이턴틀리모바일
페이스북과 애플, 삼성전자 등도 AR 관련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페이스북은 '오리온'이란 암호명으로 AR 글라스 개발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선글라스 브랜드 레이밴과 디자인 협력을 통해 2023년께 제품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도 대만의 광학부품공급 업체와 함께 AR글라스를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올해 애플의 AR글라스가 시장에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애플 신제품 예측으로 유명한 맥루머스 등에 따르면 2022년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역시 AR글라스 관련 특허를 꾸준히 등록하면서 관련 기술 개발을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중이다. 최근 미국과 한국 특허청에 공개된 삼성의 AR 글라스 관련 두번째 특허 내용을 보면 사용자의 시야에서 반사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재를 보완하기 위한 설계 방식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의 포화에 따라 기업들은 AR 기기를 차세대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다"며 "현재는 AR기기에 대한 인식이 스마트폰의 보조 장치 정도에 불과하다면, 향후에는 스마트폰의 역할을 대체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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