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혜경 “비 온 뒤의 ‘Rainbow’, 모두가 누리길”
신곡 ‘Rainbow’ 발매하고 본격 활동 돌입
입력 : 2020-04-07 00:00:00 수정 : 2020-04-07 00:00:00
 
[뉴스토마토 유지훈 기자] 지금의 박혜경이 있게 만들었던 것도, 그를 눈물 짓게 만들었던 것도 음악이다. 그럼에도 그는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forty five rainbow 내가 알아서 해 잘 지내니까 내 걱정은 말아라” “I'm forty five rainbow 아직은 살아있어 언젠가는 날아 오를 거야”. 우여곡절 끝에 발매한 신곡 ‘Rainbow’의 브리지는 역경을 딛고 일어난 스스로를 향한 뜨거운 독려다. 한 편으로는 그가 돌아오길 손꼽아 기다려왔던 사람들에게는 애틋한 찬가이기도 하다.
 
음악밖에 모르던 박혜경의 삶에 어느 날 계산 가득한 서류들이 날아왔고 그는 좌절했다. 가끔씩 그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었다. JTBC 예능 슈가맨에서는 추억의 가수로, MBC ‘복면가왕에서는 여전히 날카로운 감성을 지닌 보컬리스트서 등장했다. 하지만 또 두문불출했다. 비 오는 날엔 ‘Rain’, 발렌타인데이에는 고백’, 싱그러운 봄날에는 ‘Lemon Tree’가 라디오에 신청돼 그의 목소리를 만나볼 수 있었을 뿐이었다.
 
2020년의 박혜경은 ‘Rainbow’를 발매와 함께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했다. 공백 동안 인간 박혜경의 서사는 더욱 짙어졌다. 목소리를 찾기 위해 두 차례의 수술이 있었고, 묵묵히 곁을 지키며 박가수라고 불러주는 남자친구의 지지로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가수라서 노래한다. 지긋지긋할 때도, 무서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그의 말에는 지금까지의 고민과 앞으로의 결의가 공존했다.
 
박혜경. 사진/베네핏소셜
 
앨범 발매하기 까지 어떻게 지냈나. SNS에 앨범을 내며 겪었던 고충들에 대해 토로하기도 했다.
정말 바빴죠. 고돼서 입술이 트고, 알레르기가 일어날 정도로 힘들었어요. 다른 건 아니고 제가 따로 회사가 있는 게 아니라, 1인 제작자다 보니 기운이 부족해요(웃음). 의상, 액세서리, 화장, 일러스트, 마케팅, 음악까지 다 제가 직접 하려니까 체력적으로 버거웠어요. 이제는 매니지먼트 해줄 분도 생기고, 홍보, 마케팅 담당자 분들과 긴밀하게 연락해요. 지금 이 멤버가 제겐 어벤져스에요.”
 
신곡 ‘Rainbow’를 내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나.
“‘Rainbow’ 2년 전에 완성했던 노래에요. 중간에 반쪽이라는 노래를 냈어요. 차트에서 나름 상위권에 올라가서 분위기도 좋았고요. 참 힘들었던, 암울했던 시기였는데 우여곡절 끝에 냈었고, ‘Rainbow’도 마찬가지였어요.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펑펑 울었어요. 내고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또 노래를 발매한다는 게 무섭기도 했어요. 그렇게 고민만 하고 있을 때, 남자친구가 이 노래 꼭 발매했으면 좋겠어라고 해줬어요. 가수 박혜경이 돌아온다는 것을 알리기에 가장 좋을 거라고요.”
 
활동을 시작한 만큼 특별한 목표도 생겼을 것 같다
결심과 목표가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겠죠. 그냥 가수니까 활동하는 거에요. 이틀 전에 양희은 선배가 그러는 거에요. ‘이건 너의 운명이야. 넌 어디서 무얼 하든 가수 박혜경이야라고요. 저는 그냥 제 운명을 받아들이고 노래를 할 뿐이에요. 거창한 목표는 없어요. 생겨도 비워내려고 꾸준히 노력해요. 혼자 이번 노래를 내면서 종신 오빠를 다시 보게 됐어요. 팬들은 영원히 노래해주세요하는데(웃음), 다들 아시다시피 노래를 만들어 발매하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에요. 종신 오빠 참 대단해요.”
 
휴식기 동안 무엇을 하며 지냈나. 성대결절 때문에 수술을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연애도 하고, 등산도 하고, 음악에 대한 고민도 하고. 스스로 성숙해질 수 있는 시기였어요. 예전에는 참 생각할 시간도 없었어요. 고난을 겪고 일어나니까 해탈하게 되는 거에요. 목은 결절 정도가 아니라 더 위험했어요. 저는 프로니까 항상 100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는데, 날씨처럼 변덕이 심한 거예요. 결국 큰 병원에 가서 수술을 두 번이나 했어요. 성대 3분의 2 정도를 뒤엎고, 다듬었어요. 20년 넘게 노래했던 사람이라, 지금은 내 목이 아니라 내 몸이 노래하는 거구나싶어요.”
 
가수의 꿈을 접고 있었을 때, 다른 일을 했다고 들었다.
플로리스트가 되기 위해 공부했어요. 누구나 같아요. 시력이 필요한 일을 하던 사람이 시력을 잃었을 때, 시력이 필요 없는 다른 일을 찾아야 해요. 목소리를 잃어 절망적이었지만 살아가야 했어요.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자 싶어서 플로리스트가 됐었어요. 이번 신곡 자켓에 있는 꽃이 제 작품이에요.”
 
박혜경. 사진/베네핏소셜
 
수술 후 목 컨디션은 어떤 가. 이제는 다시 100점의 목소리가 됐나.
이제 자신 있어요. 목소리가 달라졌기 보다는, 좀 더 깊이가 있어졌어요. 예전에는 칼날 같은 상큼함이 묻었는데, 이제는 뭔가 연륜 같은 게 음색에 담긴 거 같아요. 당시에는 무대에 서게 되면 모든 게 무섭기만 했어요. ‘실수하면 어떻게 하지하는 불안감이요. 수술하고 나서는 그런 게 없어졌어요.”
 
요즘의 10대에게 가수 박혜경은 거리감 있는 사람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했던 노력 같은 게 있나.
처음에는 어린 리스너들을 염두에 두고 작업해보기도 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그럴 필요가 없다고 느꼈어요. 그냥 저는 제 음악을 하고, 그 노래가 팬들에게 전해지면 감사할 뿐이에요. 또 양희은 선배가 말했던 게, 모든 노래에는 운이라는 게 있대요. 발매하자마자 뜨거운 인기를 얻은 후 사라지기도 하고, 천천히 입소문을 타고 평생 사랑 받는 노래도 있어요. 저는 진정성을 담아 작업 하고 영원히 사랑 받는 노래를 만들고 싶어요.”
 
유튜브에 푹 빠진 것 같다. 브이로그를 올리고 팬들과 소통도 활발하다.
유튜브를 시작했고 조회수가 생각보다 많이 나왔어요. 그러던 어느 날 이분 가수 박혜경이에요?’라고 댓글이 있는 거에요. 제가 가수인 줄도 모르고 봤던 사람도 있던 거죠. 열정만으로 혼자 하던걸 조금씩 체계화하고 있어요. 재미있는 건 음악 관련 콘텐츠를 하니까 조회수가 확 느는 거에요. 반응도 노래를 듣고 울었다’ ‘감동 받았다는 내용이 많고요. 덕분에 직접 팬들을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됐어요.
 
유튜브를 통해서 박혜경의 음악을 미리 만나볼 수 있는 가.
그냥 유튜브만 하는 게 아니라 제 음원을 여기서 꾸준히 공개할 생각이에요. 짧게라도 제가 느꼈던 것들을 음악으로 표현해서 팬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싶어요. 음원차트 순위가 목적이 아니라, 그냥 음악 본질로 돌아가보려고 해요.”
 
신곡 ‘Rainbow’의 브릿지 “forty five rainbow 내가 알아서 해 잘 지내니까 내 걱정은 말아라이 부분이 참 인상적이다.
제가 세상에 하는 이야기에요. 어쩌면 어리석은 가사라고 생각되기도 해요. 해탈했다면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아직도 희망을 기대하는 내용이잖아요. 그래도 우리 모두의 삶에 비가 내리고, 그 이후에 무지개가 뜰 때가 있어요. 저는 이 무지개를 누릴 권리가 모두에게 있다고 생각해요.”
 
심태현 작곡가, 서지우 작사가와 함께 만들었다. 작업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었나.
이 두 사람과 꾸준히 교류했어요. 저도 예전에는 곡을 쓰고 작사를 했지만, 그걸 몇 년간 하지 않으니 무뎌졌어요. 그래서 마음에 드는 노래가 나오지 않았고요. 어느 날 새벽에 두 사람이 이 노래를 제게 보내줬어요. 듣고 펑펑 울었고요. 전화해서 노래 좋다. 작업하자고 했어요. 그런데 2년이나 지나서 발매됐죠(웃음). 에피소드라기보다는, 두 사람에게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컴백 후 과거 박혜경의 히트곡을 다시 듣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저도 제 노래 좋아해서 자주 들어요(웃음). 그때는 38키로까지 빠질 정도로 참 바빴어요. 당시 영상을 보면 피골이 상접해요. 그 상태에서도 노래하는 과거의 제게 반했어요. 운이 좋아서 데뷔하고 난 후부터는 정말 바쁘게 지냈어요. 당시에는 제 노래들을 참 신선하게 받아들여주신 것 같아요. 유학 다녀온 분은 한국에도 이런 노래가 있어?’라고 하기도 했고요. 그때 그렇게 사랑 받았는데, 저는 거기에 더 큰 사랑을 갈망했어요. 계속 앞만 보고 살아서 내 노래가 사랑 받고 있구나라는 생각조차도 못했던 것 같아요.”
 
박혜경. 사진/베네핏소셜
 
롱디와 함께 했던 프로젝트 싱글 ‘Nerd Girl’을 들어보고 깜짝 놀랐다. 이 노래와 같은, 새로운 음악적 시도도 기대해볼 수 있나.
기회가 된다면 얼마든지요. 저는 좋은 사람들과 새로운 음악을 하는 게 정말 좋아요. 결과가 어떻든 해보고 싶어요. 제 목소리가 EDM이랑도 잘 어울린대요. 쉬는 동안 외국 DJ들한테 노래 해달라고 연락도 많이 받았어요.”
 
그 새로운 시도를 어떤 아티스트와 함께 하고 싶은 가.
좋아하는 뮤지션 정말 많아요. 헤이즈, 우효, 악동뮤지션 등등이요. 요즘 푹 빠진 건 리차드파커스에요. 그 친구의 매력을 제가 못 따라가겠구나 싶었어요. ‘자러간다를 리메이크하려고 했는데 원곡자만 못하더라고요. 조만간 제가 방금 말했던 아티스트들을 꼭 만나볼 생각이에요.”
 
보기 힘들었던 방송 활동도 계획하고 있나.
“‘사람이 좋다에 나갔었고, ‘한밤에도 나갔었어요. 잡지 인터뷰도 이미 연락이 왔고 여기저기 많은 분들이 섭외요청을 해주시고 있어요. 다른걸 몰라도 라디오는 무엇이든 하고 싶어요. 저는 라디오에 대한 향수가 커요.”
 
방송 외에 계획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활동이라는 게 제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긴 한데(웃음), 우선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공연부터 꾸준히 하려고 해요. 작사, 작곡은 유튜브를 통해서 자주 보여드릴 생각이에요. 너무 완벽하게 하려니까 잘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생활 속에서 느끼는 것들, 예전에 제가 인디 신에서 했던 잔잔한 감성의 노래들을 들려드릴 생각이에요.”
 
유지훈 기자 free_fro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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