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고수는 지금)'바람의숲' 김철광ⓛ 인버스 투자 적중…“가치투자도 성장성·타이밍 반영해야”
가치투자 대가도 약세장 예상될 때 숏 등 헤지…저가매수 위해 현금비중 중요
무작정 '물타기' 말고 기간 나눠 천천히 분할매수해야
입력 : 2020-03-26 01:00:00 수정 : 2020-03-26 15:02:06
[편집자주] 안팎으로 어수선한 시기다. 전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과 그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끝없이 추락할 것 같던 증시는 일단 폭락세를 멈췄다. 최근 며칠만 보면 ‘V자’ 반등을 그리며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갈 것 같은 기세다. 그래서 더더욱 투자 판단을 하기가 어렵다. 보유주식은 큰 손실이 났는데 팔아야 할지 버텨야 할지 모르겠고, 들고 있는 현금은 언제 써야 할지 가늠이 안 된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것은 비슷한 위기를 숱하게 겪고도 살아남은 투자 선배들의 조언이다. 이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 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조언을 들어보기로 했다. 직접 만나서 듣기 어려운 경우엔 그들의 매매 흔적을 찾아볼 예정이다. 
 
첫 번째 순서는 ‘바람의 숲’이란 필명으로 잘 알려진 직장인 투자자 김철광 씨다. 오랜 기간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 ‘보수적인 투자자는 마음이 편하다’(보투마)와 지난해 시작한 유튜브, SNS 등에 주식종목과 기업, 밸류체인 등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던 그가 갑자기 지난해 말 그리고 올해 초 인버스 투자를 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는데 우연히도 적중하고 말았다. 왜 그런 결정을 하게 된 것인지, 지금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만나서 들어보았다.
 
'바람의숲' 김철광 씨는 이번 하락장에서 현금비중을 높이고 인버스 투자로 헤지해 큰 손실을 피했다. 이제 천천히 분할매수할 종목과 시기를 가늠하고 있는 중이다. 사진/김창경 기자
 
 
인버스에 투자한다고 밝힌 게 얼마 안됐다. ‘롱’에만 투자했던 것으로 아는데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궁금하다. 
지난해 말에 인스타그램에 신용잔고가 역대 최대 수준이라는 글을 올렸다. 버핏지수도 고점이었다.(버핏지수란 국내총생산(GDP) 대비 주식시장 전체 시가총액을 말한다. 기업 실적과 주가가 수렴한다는 판단에 근거해 증시가 저평가인지 과열됐는지를 가늠하는 지표로 쓰인다) 12월29일에 글을 썼는데, 1월 들어 신용잔고가 살짝 빠졌다가 다시 최고치를 찍더라. 이때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수했다.
 
주식도 많이 정리했다. 우리 증시에서는 신용잔고가 이 정도로 꽉 차면 외국인이든 기관이든 한 번씩 밀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걸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  
 
다른 보유 주식들도 있었을 텐데. 
주식쟁이가 주식을 다 던졌겠나? 40~50종목 들고 있었는데 이때 정리하면서 13개로 확 줄였다. 현금비중을 75%까지 늘렸다. 나머지 25% 비중으로 들고 있던 이 13종목이 지금 거의 반토막이 난 상태다. 40~50%씩 손실 중이다. 인버스 ETF에서는 40% 수익이 발생했다. 인버스로 큰 돈 벌겠다고 의미 있는 비중으로 산 것은 아니고, 만약의 경우 계좌 손실을 줄이는 일종의 헤지 개념이었기 때문에 전체 손익에 큰 영향을 준 것은 아니다. 
 
가치투자자로 알려진 사람이 인버스를 샀으니 말이 많았을 것 같다. 
켄 피셔의 저서 ‘3개의 질문으로 주식시장을 이기다’를 보면 약세장이 예상될 때의 투자에 대해 논한 부분이 있다. 주식을 30% 비중으로 들고 가고, 그만큼(30%)을 선물로 숏(short)을 치고, 30%는 채권에 배분하고, 2%는 풋옵션을 산다고 했다(선물 숏 포지션과 풋옵션 매수는 하락 시 수익 발생).
 
워렌 버핏이란 대명사로 대변되는 가치투자를 두고 투자자들은 저마다의 시각을 대입해 “버핏의 투자는”, “가치투자란 이런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런데 각자의 시각으로 해석하다 보니 투자 판단이 전혀 딴판이고, 극단으로 갈리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은 가치투자가 주가가 가치보다 싸졌을 때 그러니까 어느 선을 뚫고 내려왔을 때 계속 사는 거라며 ‘물타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버핏은 주식 400조원과 현금 160조원을 함께 들고 있었다. 현금비중이 3분의 1쯤이다. 켄 피셔도 약세장이란 확신이 있을 때는 현금만 100% 들고 있었던 적도 있다고 한다. 책에 나온 것처럼 풋옵션도 사고. 
 
김철광 씨가 인버스를 매수한 시기. 계속 늘어나던 신용잔고가 12월 이후 횡보하다가 1월 들어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가 인버스를 매수한 뒤에도 계속 오르다가 한꺼번에 무너지고 말았다. 사진/미래에셋대우 HTS 캡쳐
 
투자자들이 ‘물타기’를 하는 이유도 언제 오를지 알 수가 없으니까 하는 걸 텐데,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을지.
장인어른과 대작을 할 때가 있다. 술을 따라주실 때마다 원샷을 하니까, 10대 때는 원샷을 하고 20대는 두 번에 나눠 마시고 30대는 세 번 40대는 네 번에 나눠 마시라고 말씀하시더라. 그래서 잔을 들어 입만 네 번 떼면서 홀짝홀짝 다 마셔버렸다. 그걸 보고 웃으시더라.
 
오늘 사고 내일 사고 모레 나눠 샀다고 해서 분산투자가 아니다. 2000에 사고 1950에 사고 1900에 사고 1850에 사고, 1~2주 안에 서너 번 나눠 현금을 다 질렀다? 이거 분산투자한 것 아니다. 매달 나눠 산다든가 200포인트씩 구간을 잡든가 해야 한다. 또 2008년 금융위기 경험 못한 새내기들이 신용을 쓴다. 위험하다. 
 
보수적인 가치투자에 ‘성장’과 ‘타이밍’(투자시점)을 반영하고 있다. 이번 폭락장에 주가는 다 같이 떨어졌는데 매수할 종목을 고른다면, 안전마진 확실한데 주가는 더 떨어진 저평가주와 평소에는 비싸서 못 사다가 이번 하락으로 살 수 있을 만한 가격대로 내려온 성장주 중에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후자다. 가치투자도 진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좁은 의미의 가치투자에서 변하는 세상과 시장에 맞게 진화한 가치투자를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사실 작년 하반기에 PIC 회원들은 숏을 치기 시작했다.(PIC는 또 다른 인터넷 주식카페 ‘가치투자연구소’ 초창기에 만들어진 소규모 오프라인 투자모임이다. 회원 다수가 주식투자로 성공했다) 주식은 팔고, 미국 증시에서 3배 레버리지 인버스 상품인 ‘SQQQ’ 같은 종목 사고. 그리고 또 강남 아파트도 사더라. 세이렌의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한 투자라고 설명하더라. 
 
‘오딧세이’를 보면 항해하는 배들이 세이렌의 노래에 현혹돼 배가 바위에 부딪혀 침몰해 모두 죽는데, 오딧세이는 선원들의 귀를 밀랍으로 막고 자신의 몸은 돛대에 묶게 해 이 곳을 무사히 통과했다. 강남 부동산을 부인 명의로 사면서 자신이 나중에 뭐라고 협박을 하든 절대로 1년 안엔 집을 못 팔도록 신신당부를 했다는 것이다. 자기는 주식쟁이라서 주가가 하락하는 걸 보면 눈이 팔려 사고 싶어서 안달 날 텐데 이걸 견뎌내기 위한 방법이었다나?
 
회원 몇 명이 실제로 이렇게 했고, 지금 이들의 남은 주식잔고도 나처럼 40%씩 손실이 난 상태인데 웃고 다닌다. 나중에 아파트를 현금화해 주식 살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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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경

<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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