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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연기 영화 OTT 도미노↑…극장 시장 존폐 불러 일으킬까
‘사냥의 시간’, 극장 개봉 대신 ‘넷플릭스’ 선택…국내 영화계 시선
2020-03-23 16:49:22 2020-03-23 17:00:52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영화 ‘사냥의 시간’의 계약 분쟁 상황이 국내 다른 영화로도 번질 조짐이다. ‘사냥의 시간’은 당초 2월 26일 개봉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과 WHO의 팬데믹 선언 이후 사실상 개봉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고육지책으로 국내 영화로선 최초로 극장과 IPTV 대신 넷플릭스 공개를 택했다. 이 영화의 투자 배급사인 리틀빅픽쳐스가 더 이상 손해를 감수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다른 개봉 연기작품으로도 확산될 조짐에 불씨를 당겼다.
 
23일 오후 한 영화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만남에서 “’사냥의 시간’이 극장 개봉 없이 넷플릭스를 택했다는 보도를 접했다”면서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코로나19’로 개봉을 연기한 국내외 영화들 모두가 사실상 수익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수입 영화들은 물론 국내 영화들 모두 홍보 마케팅 비용 집행이 더 이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종식 선언이 언제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계속된 개봉 연기는 제작사나 투자 배급사의 손실만 증가시킨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뉴스토마토와의 전화통화에서 “’사냥의 시간’이 해외 선판매 계약 문제로 법적 다툼이 벌어질 수도 있단 보도를 접했다”면서도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리틀빅픽쳐스의 선택을 이해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 역시 준비 중인 작품에 대해 “OTT 공개 여부를 고려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조심스레 전했다.
 
이런 상황은 극장 시장에도 분명히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만약 개봉 연기를 한 여러 영화들과 개봉 예정인 영화들이 극장이 아닌 OTT를 선택한다면 위축된 극장 시장은 더욱 힘들어 질 수 밖에 없다.
 
23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 기준에 따르면 지난 21일과 22일 이틀 동안 주말 관객 수는 총 13만 4925명에 불과했다. 평일 관객은 3만명 수준으로 떨어진 지 오래다. 제작비 50억 규모 중급 영화가 이 시기에 개봉한다면 손익분기점 150만을 넘기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다른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전화통화에서 “’코로나19’가 전통적인 영화 시장 변화까지 끌어 온 것 같다”면서 “영화 시장에 존재한 홀드백(극장 개봉 이후 VOD 서비스로 넘어가는 기간)도 무의미해지고 대안으로 OTT가 제시되는 분위기를 만들어 버리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같은 현상이 가속화되면 제작 단계에서부터 OTT 개봉을 전제로 한 영화들이 쏟아지게 된다. 현재 국내 영화에선 넷플릭스 투자 영화였던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유일했다. 다만 ‘옥자’는 넷플릭스와 함께 국내 일부 스크린에서 상영된 바 있다.
 
이런 분위기가 한국영화의 도약이 될지, 극장 시장의 존폐를 부추길지는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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