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부검 막아 달라"…'현대중 추락사' 하청노동자 유족 국민청원
"CCTV·사망진단서 사인 명확…60세 남성 흔한 건강 노화·질병 확대해석해 사측 책임 덜어내려는 셈"
입력 : 2020-02-26 15:47:02 수정 : 2020-02-26 15:47:02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지난 22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고소작업 중 15미터 아래로 추락한 김모(62)씨의 유족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아버지에 대한 검찰의 부검 시도를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김씨의 자녀 A씨는 26일 ‘저희 아버지의 강제부검을 막아주세요’ 제하 청원 글에서 “동료직원들의 말씀은 사건 직후 현장을 확인했을 때 발판이 단단히 고정돼 있지 않았고 비스듬히 놓여 있었다”며 사고 정황을 전했다. 또 “폐쇄회로티비(CCTV) 확인으로는 발의 헛디딤 혹은 어지럼증 같은 비틀거림도 전혀 없었고 구조물 발판쪽으로 걸어가시던 중 그대로 앞으로 쏠려 순식간에 추락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저희 가족을 분노케 한 것은 검찰의 조사 행보다. 아버지를 잃은 지 고작 이틀째 되던 날 온 몸이 산산조각 난 아버지에게 온 부검 영장”이라며 “가족의 동의 없는 검찰의 강제 부검은 망자를 욕보이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오늘도 저희 아버지 시신을 강제 이송하려했고 유가족과 노조협회에서 힘을 모아 아버지를 지켰다”면서 “계속해서 검찰에서 강제 이송을 시도할 것이고 경찰까지 동원되면 저희 아버지는 두 번의 죽임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명확한 추락사로 산산조각이 난 아버지를 다른 지병이 있을 가능성 혹은 정확한 사고원인 규명이라는 이유로 유가족 동의 없는 강제 부검이 적법한 절차라고 말하는 것이 검찰”이라며 “강제 부검 후 60세 남성의 흔한 건강 노화 혹은 흔한 질병을 확대해석할 것이고 사측이 자신들의 책임을 덜어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사 기득권으로 유가족의 동의 없는 강제 부검을 막아 달라”고 했다.     
 
현대중공업 노조원들이 지난 25일 오전 울산대학교병원에서 22일 작업중 추락으로 사망한 고 김모(62)씨의 시신 부검영장을 집행하러 들어가는 경찰과 대치하는 모습. 사진/현대중공업 노조 제공
 
김씨에 대한 부검 시도는 지난 24일부터 이날까지 세 차례 있었지만 유족의 완강한 반대로 저지됐다. 앞서 울산지검은 사고 발생 다음날인 23일 저녁 7시 반쯤 부검영장을 청구했다. 울산지법에 따르면 검찰의 영장 청구 사유는 “외견상 사고사로 보이지만 사고사임을 명백히 하기 위해서”다. 통상 부검영장이 기각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만큼 영장은 두 시간 만에 발부됐고, 다음 날 오전부터 영장 집행을 시도한 것이다. 
 
담당검사는 유족들에게  부검사유에 대해 “사용자 측에서 고인이 기존에 어지럼증이 있고 다리를 다쳤거나 불편해 추락한 것이지 회사 잘못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어 원래 건강한 사람이었다는 증거를 준비해놔야 한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울산대병원이 22일 발급한 진단서상 사망 종류는 ‘추락에 의한 외인사’로, 직접사인은 ‘뇌손상’이고 그 원인으로 ‘산업 및 건설지역 추락’이 적시됐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도 초반엔 ‘사인이 명백하니 부검이 필요 없다’는 의견을 냈지만 검찰이 수정을 권유했다고 한다. 
 
현대중공업 사내협력사를 운영한 적 있는 B씨는 부검 의미에 대해 “음주나 지병 같은 걸 보려고 하는 것 같다”며 “그럴 리 없겠지만 설령 그런 게 나온다고 쳐도 현장에서 직영 소속 안전 관리가 돌아다니면서 보고 점심 먹고 오면 음주측정도 하는데 그런 걸 소홀히 했다면 회사 과실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부검 시도 논란에 대해 “부검은 경찰과 검찰이 진행하는 것이고, 회사는 고용부와 경찰의 사고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김씨는 지난 22일 오후 2시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내 2야드 동편 풍력발전소 부근 액화천연가스(LNG)선 탱크 내 작업용 발판 구조물(트러스작업장)에서 작업 중 약 15m 높이에서 추락해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한 시간 만에 숨졌다. 이후 김씨가 초반 알려졌던 사내협력사 진오기업 LNG공사부 소속이 아니라 2차 협력사인 오성기업 물량팀 소속인 게 알려지면서 '다단계 하도급'에 의한 '위험의 외주화' 논란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지난 22일 오후 하청노동자 김모씨가 작업 중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지점. 사진/현대중공업 노조 제공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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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서윤

산업1부. 중공업·조선·해운·철강·방산업계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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