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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클로젯’ 김남길, 때론 차갑고 때론 뜨거운 이 남자
“‘공포영화’ 절대 못 봐요, 그런데 경험해 보지 못한 장르 호기심”
“1000만 영화 바라진 않지만 다양한 영화 선택 받는 환경 필요”
2020-02-12 00:00:00 2020-02-12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김남길은 차갑다. 그리고 냉정하다. 때론 뜨겁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쉽게 접근하기 힘들다. 하지만 모두가 넌센스다. 김남길은 웃기다. 김남길은 재미있다. 김남길은 개구진 면도 있다. 그리고 김남길은 술을 못 마신다. 결과적으로 김남길은 알고 보면 누구보다 참 괜찮고 친근하고 편한 남자다. 이건 알만한 사람만 알고 있는 김남길에 대한 진짜 모습이다. 그의 출연작들을 보면 끝에서 끝까지다. 중간이 없다. 차갑고 외롭고 고독한 남자의 모습, 그리고 누구보다 유쾌하고 덜렁거리는 한 없이 가벼운 유머가 넘치는. 그래서 이 남자는 종잡을 수 없다. 오롯이 작품에서만 그랬다. 영화에서도 드라마에서도. 항상 그래왔다. 그런 점은 걸출한 흥행작과 히트작 그리고 처절한 실패작 두 가지로만 그의 필모그래피를 정리할 키워드도 만들어 냈다. 김남길은 웃는다. 마음이 가고 눈이 가고 머리가 따라가는 스토리에 연기가 반응할 수 밖에 없다고. 그래서 때로는 달콤한 결과와 쓰디쓴 결과를 모두 맛보고 있었다. 영화 클로젯은 국내에선 흔하지 않은 호러스릴러 장르다. 여기에 하정우와 함께 작업했다. 지난 5일 개봉 이후 출발이 좋다. 이번에는 달콤한 마지막을 맛볼 것 같다. 김남길의 이번 선택은 주효한 것 같다.
 
배우 김남길. 사진/CJ엔터테인먼트
 
개봉을 며칠 앞두고 만난 김남길은 언제나처럼 유쾌했다. 그는 자신의 첫 인상과 이미지가 영화 속의 인물로만 굳어져 있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영화의 제작자이자 주인공이기도 한 하정우조차 김남길과 처음 만난 뒤 예상 밖이었다고 말을 했을 정도다. 김남길은 한 두 번이 아니라는 듯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함께 하고 싶었던 하정우와의 작업이니 고민할 이유는 필요 없었다고.
 
시나리오가 신선했어요. 그리고 제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장르라서 호기심이 있었죠. 더욱이 윤종빈 감독과 하정우 형이 제작한단 사실에 관심이 높아졌어요. 연출을 맡으신 김광빈 감독이 신인이란 점에 우려는 없었어요. 학교 직속 선배이기도 한 윤 감독과 정우 형 앞에서도 조심스럽지만 할 말은 분명히 하는 김 감독의 모습에 명쾌하다고 생각했죠. 그 느낌대로 영화도 나올 것이라 확신이 섰어요.”
 
영화는 의외로 촬영을 끝낸지 시간이 좀 됐다. 또 아이러니하게도 김남길이 드라마 열혈사제촬영을 앞두고 있었을 때 제안이 들어왔다고. ‘클로젯에선 퇴마사역이었지만 열혈사제에선 신부님이다. 전혀 다르지만 일맥상통하는 지점도 있어 보였다. 김남길은 시기적으로 계산을 해봤다. 드라마 촬영과 함께 이 영화 작업이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단다.
 
배우 김남길. 사진/CJ엔터테인먼트
 
타이밍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윤 감독님과 정우형이 시나리오 한 번 보라고 전해 주셨죠. 엄청난 흥행 기운이 느껴진 작품은 솔직히 아니에요(웃음). 근데 장르 영화로서 마니아들에겐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요소들이 꽤 많아 보였죠. 혹시 모르죠. 이 영화가 크게 흥행하면 중소 규모 영화 제작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지 않을까. 뭐 그런 대의 명분도 좀 있었고. 하하하. 사실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 부탁을 잘 거절을 못해요(웃음).”
 
클로젯은 호러와 스릴러가 결합된 복합 장르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공포가 강하다. 초현실적인 느낌의 장면이 많다. 귀신도 등장한다. 이런 장르에서 예상할 수 있는 깜짝 공포도 분명히 있다. 김남길은 웃으면서도 얼굴을 찡그렸다. 사실 김남길은 공포영화 공포증소유자다. 그것도 극심할 정도란다. 놀이동산 귀신의 집도 고개를 심하게 흔들 정도다. 그게 이 영화를 선택하는 한 가지 걸림돌이었다고 웃는다.
 
아휴, 전 공포 자체를 너무 싫어해요. 아니 그냥 못 봐요. 도대체 왜 공포 영화를 보는지 모르겠어요(웃음). 어릴 때 TV에서 해준 오멘을 본 게 마지막인 것 같아요. 그때 본 기억이 아직까지 남아서 절 괴롭힐 정도니. 하하하. 도대체 왜 공포 영화에선 주인공은 가지 말라는 곳은 꼭 가는지 모르겠어요. 음산한 분위기에 이상한 음악이 깔리고. 그러면 그 다음은 뻔하잖아요. 하하하. 우리 영화에서도 그러니 어휴(손사래)”
 
배우 김남길. 사진/CJ엔터테인먼트
 
그럼에도 김남길은 클로젯의 무서움을 오롯이 담당한다. 역할 자체가 퇴마사다. 그리고 김남길의 성격에 딱 맞는 모습이다. 장난스럽고 능청스럽다. 하지만 무겁고 진지하기도 하다. 영화 전체의 스토리 변화의 색깔과 흐름에 함께 한다. 그의 연기 흐름도 마찬가지다. 김남길이 연기한 퇴마사 경훈을 따라가면 클로젯의 색깔과 맛은 분명해 진다. 그는 이 영화의 실질적인 중심이다.
 
과찬이세요(웃음). 사실 시나리오에선 오컬트적인 요소가 강해서 어둡고 다크하게 갈 수도 있었죠. 그런데 그렇게만 가면 오히려 관객들의 몰입을 방해할 것 같았어요. 감독님도 동의를 하셨죠. 그래서 좀 라이트한 느낌을 투여했어요. 애써 웃기려고 한 의도보단 편안하게 풀어보잔 생각이 강했어요. 퇴마사라고 전부 무게 잡고 인상 쓰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현실적인 모습의 오컬트라고 보면 맞지 않을까요.”
 
호러와 스릴러 그리고 공포, 여기에 오컬트적인 요소까지. 그 지점은 단순하게 오컬트 마니아가 본다면 오히려 가볍게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김남길은 퇴마사배역을 위해 이 장르 마니아들이 느낄 수 있는 재미를 주고자 했다. 홀로 세밀한 준비와 연구를 거듭했다. 자료 준비와 조사도 꽤 공을 들였다. 영화 속 주문과 손 동작 수인도 나름 신경을 쓴 부분이다.
 
배우 김남길. 사진/CJ엔터테인먼트
 
진짜 주문은 너무 어렵더라고요. 퇴마 내용과 맞는 주문을 실제로 인터넷을 뒤지며 찾아냈죠. 한 달 정도 연습을 한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주문이 알고 보니 유럽에선 금기된 힌두교 주문이었어요. 순간 등골이 오싹했죠(웃음). 그래서 한국의 고전 주문을 다시 찾아서 이용했어요. 너무 주문이 길어서 여러 주문을 짜집기해서 외운거에요. 손으로 하는 수인 동작은. 이건 비밀이었는데. 애니메이션 나루토를 참고했어요. 하하하.”
 
그는 의외로 이 영화에서 가장 곤욕스러웠던 촬영으로 벽장을 두고 홀로 퇴마 의식을 하는 장면을 꼽았다. 귀신들과 액션을 하고 싸우는 장면도 있다. 하지만 그건 몸으로 때우면 그만이었다며 웃는다. 대신 벽장을 두고 홀로 퇴마를 하는 장면은 경험해 보지 못한 신세계였다고. 연기는 주고 받는 것이란 명제에서 출발하면 그 장면은 주기만 할 뿐 본인이 받아야 할 연기가 오지 않아 정말 어려웠단다.
 
정우형이 벽장 너머 다른 세계로 들어가고 혼자 남아서 북을 치면서 퇴마 의식을 하는 데 이건 대상도 없고 혼자 연기를 하려니 죽을 맛이더라고요. 사실 되게 편할 줄 알았는데 되게 민망하기도 하고. 나중에는 집중이 깨질 것 같아서 스태프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최소 인원만 남긴 채 다들 세트 밖으로 나가 달라고 했죠. 벽장 너머 다른 세상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상상만 하자. 그 상상에 맞춰서 북을 치자. 북도 처음엔 정박으로 치다가 나중엔 무아지경에 빠져서 빠르게 치기도 하고. 근데 전 제가 그렇게 박치인 줄 처음 알았어요. 하하하.”
 
배우 김남길. 사진/CJ엔터테인먼트
 
공포 영화는 현장에서 귀신이나 초자연적인 경험을 하면 대박이 난다는 속설도 있다. 김남길은 그 속설에 무서움을 무릅쓰고 촬영 때마다 주변을 조심스럽게 둘러봤지만 코미디만 난무했다며 웃는다. 그만큼 현장이 즐겁고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호흡이 좋았단 얘기다. 지난 해 연말 S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그 기운을 이 영화의 흥행으로 끌어 보려고 한다는 김남길이다.
 
귀신 보면 대박난다고 해서 그렇게 귀신을 보려고 해도 귀신 머리카락도 못봤어요. 하하하. 너무 현장이 코미디였으니 귀신도 웃겨서 안 왔나 봐요(웃음). 대상 기운으로 이번 영화도 좀 흥행을 시켜보곤 싶죠. 최근 출연작이 연이어 성적이 좋지 않아서 마음이 조급한 건 있어요. 1000만 영화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다양한 영화들이 관객들에게 다양하게 선택을 받는 환경이 좀 이뤄졌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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