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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위성정당' 창당 나섰지만…총선 전략 꼬이는 한국당
선거연대·인재영입에 걸림돌…당내선 "창당 공식화 이르다" 지적
2020-01-06 06:00:00 2020-01-06 06:00:00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자유한국당의 '비례정당' 창당이 선거연대와 인재영입 등 전반적인 총선 전략 구상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당은 이달안에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비례자유한국당' 창당을 완료한다는 계획이지만 당내 일각에선 비례정당 창당 공식화가 이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당이 비례자유한국당을 창당할 경우 총선에서 한국당은 지역구, 비례자유한국당은 비례대표만 후보를 낼 가능성이 높다. 이는 지역구 선거에서는 자유한국당에, 정당 지지율 투표에서는 비례자유한국당에 투표하게 함으로써 의석수를 극대화한 후 두 당을 합당하겠다는 의도다. 정치권 일각에선 비례자유한국당이 비례대표 의석 47석 중 30석 안팎까지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한국당의 '비례정당' 창당 계획은 보수진영의 선거연대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당초 새로운보수당과 우리공화당, 기독자유당 등 보수야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이 도입되면서 유의미한 비례대표 의석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수 지지층 유권자들이 지역구는 한국당을 선택하면서도 비례대표는 보수야당의 한 정당에게 표를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한국당이 비례정당 창당에 나서면서 비례대표 의석수 파이를 놓고 경쟁해야 될 상황에 놓였다.
 
이 때문에 보수야당 일각에선 한국당이 '비례정당' 창당을 매개로 보수통합을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새보수당 김익환 대변인은 한국당의 비례정당 창당 계획에 "국민 눈에는 상식을 벗어난 '올드보수'의 꼼수로 보일 것"이라고 비판했고, 우리공화당 조원진 공동대표도 "비례대표 자유한국당, 비례대표 민주당을 만드는 것은 꼼수"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당으로서는 보수통합이 어렵다면 표 분산을 막고 지역구 선거 승리 확률을 높이기 위해 후보 단일화 등 보수야당과의 선거연대 전략을 꾀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을 중심으로 수도권은 새보수당과, 대구·경북 지역은 우리공화당 등과 손 잡는 지역별 연대 전략이다. 하지만 한국당의 비례정당 창당은 이런 연대 전략을 어렵게 하고 있다. 특히 불과 몇천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수도권 선거에서는 보수야당과 후보 단일화 없이는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당 내에서는 비례정당 창당을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 지역의 한 의원은 "우리가 이렇게 빨리 서두를 필요가 있느냐"며 "기다렸다가 상황을 보고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비례정당의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라 인재영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당의 비례정당 득표율 예측이 어려워지면서 인재영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정당에서는 파급력 있는 인재영입을 위해 비례대표 후보로 입당을 유도했지만 비례정당 창당으로는 이를 담보하기 어려워졌다. 또한 비례대표로 출마가 유력한 한국당의 새 인재들은 한국당에 입당과 동시에 탈당해 비례정당에 입당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당은 이 때문에 비례대표 후보군 보다는 지역구 후보군 영입을 우선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당은 오는 10일 공천관리위원회를 발족할 예정이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2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지진 피해 이재민들의 임시 주거시설인 ‘희망보금자리 이주단지’를 방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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