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서울시 모든 여성 어린이·청소년에게 생리대를 무상으로 지급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이르면 내년부터 해당자 누구나 생리대를 무상으로 지원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16일 제290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정의당 권수정 의원(비례)이 발의한 '서울특별시 어린이·청소년 인권 조례 일부개정안'을 최종 통과시켰다. 원래 이 조례 제19조6항의 위생용품 지원 대상에서 '빈곤'이 있었으나, 이를 삭제하고 여성 어린이·청소년으로 해 생리대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서울시 여성 청소년 생리대 보편지급 운동본부 회원들과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의원이 지난 10월 22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별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울시의 청소년 생리대 보편지급 조례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재 서울시는 저소득층 청소년에게 선별적으로 생리대를 지원하고 있지만, 올해 신청자는 1만4500만명으로 대상자 2만438명에 약 70%밖에 되지 않는다. 생리는 모든 여성이 겪지만, 공공연하게 말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생리대를 지원받기 위해 자신의 가난을 스스로 증명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 때문에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에게 수치심과 사회적 낙인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시 전체 여성 청소년 약 32만5000명에게 생리대를 지급하는 데는 연 410억원 가량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은 예산 반영이 안 돼 있지만, 구체적인 시행 여부와 정책 내용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권 의원은 "생리대 대신 생리컵이나 면생리대 등 친환경 제품에 대한 요구도 높아 이를 반영하면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면서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청소년 시기에 국가가 여성의 몸을 건강권과 기본권의 문제로 바라보고, 책임지겠다는 것을 보여줘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민중당 광주시당이 지난 6월 19일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공시설 화장실에 무상 생리대 지급기 설치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의회에서 해당 조례안이 통과되면서 서울시 자치구 생리대 지원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구로구 의회는 지난 10월 서울시 최초로 만 11~18세 여성 전체에 생리용품 구매 비용 등을 지원하는 내용의 '여성 청소년 생리용품 보편지급 조례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했다. 구로구 관계자는 "모든 여성 청소년에게 무상 생리대를 지급하고 싶어도 구 단위 예산으로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운영 전반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지진 않았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시범적으로 한 학년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자치구에서는 기초생활 보장수급자, 차상위계층, 한 부모 가정 등 취약계층 여성 청소년에게만 생리대 구매비가 국비 보조로 지원되고 있다. 이 외에 구 자체적으로 무상생리대를 지급하고 있는 곳은 강남구와 도봉구 정도다. 강남구는 4억여원을 들여 올해 3월부터 현재 초·중·고등학교 49곳에 생리대 자판기를 설치했다. 도봉구는 창동역, 도봉구청사, 방학천 등 총 14곳에 무료생리대지급기를 설치했다. 강남구 관계자는 "처음에 학교 13곳에서 시작했는데, 반응도 좋고 오남용도 없어 계속 추가 신청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2일 경기도 여주시의회에서 전국 최초로 '무상생리대' 지급 조례가 통과된 뒤 경기 이천, 전남 구례, 울산 중구 등에서도 여성 청소년 생리용품 무상 지원 조례가 제정되는 등 해당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다만,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 상황에서 '과잉복지'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추진과정에서도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인근에 생리대 가격인상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물감을 칠해 붙인 생리대 및 생리대 가격 국가통제, 생리 인식 개선 촉구 문구가 설치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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