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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암호화폐, 기다리던 제도편입 눈앞…공은 다시 업계로
2019-11-27 06:00:00 2019-11-27 06:00:00
드디어 제도권 진입이 눈앞이다. 2017년 상반기부터 불어닥친 열풍이 급격히 사그라들고 다시 피어나기를 거듭하며 2년여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법망은 좀처럼 드리워지지 않았다. 규제의 대상으로조차 인정받지 못한 셈이다. 때로는 '제2의 바다이야기'라는 오명을 쓰는가 하면, 급등 열풍에 벼락부자가 생겨나기도 하고, 급락에 목숨을 끊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법무부발로 거래소 폐지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기도 했다. 최근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그러나 눈에 보이지는 않는 자산. 바로 암호화폐(가상자산) 이야기다.
 
그러던 와중에 국내 암호화폐 업계가 중대한 변곡점을 맞게 됐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을 처리하면서다. 이번 개정안에는 암호화폐 거래소(가상자산 사업자)가 준수해야 할 자금세탁방지 의무, 금융 회사가 거래소와 거래할 때 준수해야 할 의무 등이 담겼다. 드디어 암호화폐 업계에 법의 테두리가 씌워지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사실 이같은 변화는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기도 하다. 지난 6월 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암호화폐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회원국들에 이를 준수할 것을 권고한 바 있기 때문이다. 새로 등장한 가상자산을 두고 비록 우리나라가 선도적으로 가이드라인 제시에 나서진 못했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글로벌 기준에 뒤처지지 않게 암호화폐를 차근차근 인정하는 절차는 밟고 있는 셈이다.
 
그간 업계는 블록체인 기술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암호화폐의 화폐 기능을 강조하는 한편, 규제 테두리 안에 일단 들어오게라도 해달라고 계속해서 주창해왔다. 이번 법 개정안에서는 드디어 암호화폐를 가상자산으로, 암호화폐 거래소를 가상자산 취급업소로 판단하면서 업계로선 오랜 염원이 풀린 셈이다. 개정안에 따른 시행령도 곧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여 업계의 목소리 또한 적극 반영될 가능성도 열렸다. 
 
이제는 업계가 대답을 내놓을 차례다. 사실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던 암호화폐가 법망에 들어오게 된 데는 블록체인 기술의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는 덕이 크다. 암호화폐의 근간이 되는 블록체인은 분산형 데이터 저장기술로서 유통이력 관리, 온라인투표, 금융거래, 저작권 보호 등 여러 산업분야에 적용될 4차산업혁명 핵심 총아로 꼽히고 있다.
 
또한 무엇보다 이번 개정안의 중요한 산파 역할을 한 것은 온갖 부침에도 사그라들지 않았던, 암호화폐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라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묻지마 투자'식 광적인 열기는 물론 문제지만, 투자자들 중에는 분명 블록체인을 중심으로 한 각 산업계의 다양한 움직임과 연관지어 암호화폐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에 나선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들의 기대를 저버리면 안된다. 적어도 암호화폐 발행업체나 거래소발의 비위가 포착되는 일만큼은 업계가 스스로 나서 막아야 한다. 다행히 업계 일각에서 법망에 들어오기 전 자정노력을 선제적으로 펼치기 시작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번 개정안이 암호화폐 시장으로 하여금 자본주의의 욕망이 들끓는 용광로의 모습에서 탈피해 블록체인 산업의 태동과 발맞춰 성장하는 건강한 생태계의 한축으로 자리잡아 나가는 결정적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김나볏 중기IT부장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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