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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정보법 개정 뜻 모았지만…공공기관 정보 빠진 '반쪽짜리' 우려
'비식별 개인정보 규제 완화'에 여야 모두 긍정적
"각종 세금·건강보험 등 비금융정보 활용근거 마련해야"
금융위, 과세당국과 협의 난망…"법처리 먼저 해달라"
2019-11-05 20:00:00 2019-11-05 20: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사회초년생이나 주부처럼 금융거래 정보가 부족한 금융소외계층의 신용등급을 개선하기 위한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보류된 이유는 공공기관의 비금융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무위 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신용정보법 개정안 취지에 공감했지만, 납세정보·사회보험료 등 비금융정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개정안의 본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위원회는 정보공개 범위와 관련해 과세당국 등 타 부처와 추후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라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처리되더라도 '반쪽짜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국회 정무위 법안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대표발의한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 개정안(신용정보법 개정안)'에 대해 정무위 의원들은 법안의 취지에 공감하면서,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비식별화된 개인신용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신용정보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문 대통령이 최근 "데이터 3법이 연내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적극 협력하겠다"고 후방지원하면서 정치권 정쟁에 휘말리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있었지만, 이날 참석한 자유한국당 의원 대부분 찬성하는 의견을 내놓았다.
 
문제는 규제 완화의 폭이 적다는 점에 있었다. 신용정보 개정안의 핵심은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비식별화된 개인신용정보(가명정보)를 상업적 목적의 통계작성이나 산업적 연구를 목적으로 정보 주체의 동의없이 제공 또는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개정안으로는 납세정보·사회보험료 등 비금융정보를 활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공공정보를 활용하지 못하면 반쪽짜리가 될 수 있다"며 "의료 정보라든지 납세정보가 민감한 것은 알지만, 그런 만큼 안전장치를 넣고 (활용할 수 있는) 법 근거는 만들어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세금과 사회보험료 등 이런 부분의 정보를 안 가지고 가면, 자동차 몇 번 탔냐 하는 정도의 정보로 데이터를 가공할 것이냐"고 지적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국세청이나 행안부가 주로 납세 관련 정보를 제공해줘야 되고, 복지부 경우에도 4대 보험 납부 실적을 제공해줘야 한다"며 "정부 내부의 협의가 충분히 완료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 통과와 별도로 금융위가 추진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우선 처리해달라고 의견을 냈다.
 
여야 의원들이 신용정보법 개정안 처리에 큰 이견이 없는 만큼 이달 중 열리는 법안소위에선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융위 의견대로 공공기관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빼놓고 법 처리를 한다면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반쪽짜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세청, 행안부 등 과세당국은 납세자 동의를 받지 않고 납세정보를 민간기업에 넘기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회사와 핀테크 회사들 역시 신용정보법 개정안 등 데이터 3법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개인사업자 신용정보와 비금융 대안 정보를 이용해 자체적인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 중인 한 금융사는 신용정보법에 묶여 제대로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활용할 수 있는 비금융정보는 사실상 통신요금 납부내역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용정보법 개정의 취지는 금융소외계층의 신용도를 개선할 수 있도록 핀테크 등 민간기업에 데이터 활용폭을 넓혀주자는 것인데, 법 근거가 확실히 마련돼야 적극적으로 데이터 활용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유동수 정무위 법안심사1소위원장이 지난달 24일 여의도 국회에서 신용정보법 개정안 등을 안건으로 열린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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