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일환으로 성과보수 체계 개편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성과급 이연 기간을 늘리고 '클로백(Clawback·성과급 환수)' 제도를 법제화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데요. 성과보수 체계를 손질하기 위해서는 그 근거가 되는 감독당국의 제재 체계의 불확실성부터 제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당국, 성과보수 체계도 손질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지주 회장 선임 시 주주총회 특별결의 도입과 함께 임원 성과보수 체계 전반을 손질하는 방안을 막판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특히 현행 최소 3년으로 규정된 성과급 이연 지급 기간을 확대하고, 클로백을 제도화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클로백은 지난 2009년 금융위기 당시 영국과 유럽에서 시작됐으며, 업무로 금융회사에 손실이 발생한 경우 이미 지급된 성과보수를 환수토록 하는 제도입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금융권 보수 체계 확립을 위한 방안으로 클로백 도입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성과보수 환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금융회사 지배구조를 위한 법률(금융사지배구조법)에 환수를 명시하는 방안이 유력합니다. 현재 금융사 지배구조 감독규정(제9조 3항)에 '이연 지급 기간 중 담당 업무와 관련해 금융사에 손실이 발생한 경우 이연 지급 예정인 성과보수를 실현된 손실 규모를 반영해 재산정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률이나 감독규정에 '재산정'보다 명확한 '환수'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는 게 핵심인데요. 금융당국 관계자는 "성과보수를 환수할 근거가 부족하다"며 "지배구조법에서 금융사 임원의 성과보수를 환수할 수 있는 근거가 담을 필요하다는 방향성을 TF 결과물에 담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현직 임원은 성과평가 결과 재조정, 이미 지급된 장기성과급을 단기성과급에서 차감하는 반면 퇴직 임원에게 이미 지급된 성과급을 환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입니다. 금융사고를 낸 퇴직 임원에 대한 성과급 환수 여부가 사실상 제도 실효성을 가르는 셈입니다. 현행 제도는 성과급을 일정 기간에 걸쳐 나눠 지급하도록 하고 있으나, 일부 금융사들이 첫해에 대부분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우회해 왔다는 비판이 나온 바 있습니다. 이연 기간을 늘리는 것을 비롯해 지급 비율까지 함께 규제하는 방안이 당국에서 거론됩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월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지배구조 선진화 TF 첫 회의에서 금감원·금융권·연구원·학계·법조계 등과 금융권 지배구조의 공정성·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개선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퇴직임원 성과급 환수 관건
금융위는 지난 2023년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성과급의 최소 이연 비율을 40%에서 50%로, 이연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리고 비등기임원까지 보수 공시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다만 당시 금융권 자율 개선을 유도하는 가이드라인 성격이었고 제도화로 이어진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금융사지배구조법 시행령에는 최소 3년으로 두고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감독당국의 제재 불확실성을 먼저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최근 수년간 금융당국이 내린 중징계 처분이 법원에서 잇따라 뒤집히면서 감독당국 판단의 신뢰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 핵심 변수로 지목됩니다.
대표적으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와 관련해 금융지주 회장에 내려진 중징계는 대법원 판결로 최종 취소된 적이 있습니다. 불완전판매 관련 관리·감독 부실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에게 중징계를 내리는 것은 과도하다는 취지입니다. 성과급 환수의 주요 요건으로는 귀책 사유로 퇴임과 회사에 손해 초래, 감독기관의 중징계 결정 등이 꼽힙니다.
중징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과급을 환수할 경우 이후 소송에서 징계가 취소되면 기업과 임원 간 추가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 경우 제도 취지와 달리 법적 불확실성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금융사고 원인이 조직적 문제인지, 개별 임원의 의사결정인지에 대한 판단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결과 중심으로 성과급을 환수할 경우 경영진의 과도한 리스크 회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일부 금융지주 내부에서는 “사후 책임이 과도하게 확대되면 공격적인 투자나 신사업 추진이 위축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금융당국이 성과보수 체계를 통해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억제하려는 취지는 분명하지만, 제재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시장에서는 또 다른 규제 리스크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성과급 이연과 환수 강화는 방향성 자체는 타당하지만, 현재는 행정 제재가 법원에서 뒤집히는 구조가 더 큰 문제"라며 "징계의 일관성과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선행되지 않으면 제도는 형식에 그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금융권 지배구조 개선방안 태스크포스(TF)는 성과보수 운영의 합리성 제고를 위해 클로백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다. 사진은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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