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싼 침대는 쉽게 사면서 베개는 왜 10만원도 아까운 거죠?"
장준기 이브자리 수면환경연구소장
입력 : 2019-11-01 06:00:00 수정 : 2019-11-01 06:00:00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2019년 침대·침구 업계의 트렌드는 '잠'이다. 브랜드별로 캐치프레이즈는 조금씩 다르지만 '잠을 잘 자면 하루가 달라진다'는 메시지는 일맥상통한다. 이 같은 트렌드에서 두각을 보이는 곳이 이브자리다. 이브자리는 지난 2003년 업계 최초로 수면환경연구소를 설립했다. 수면환경 연구라는 개념조차 생소할 시절부터 편안한 잠자리에 대한 고민을 해 왔다. 이를 통해 전통적인 침구 업체로만 대중에 각인된 이미지를 수면 전문 브랜드로 탈바꿈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 수면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캠페인 등으로 인식 개선의 발판도 마련하려 한다. 올해로 8년째 수면환경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장준기 이브자리 수면환경연구소장은 "일반인들 사이에서 잠을 제대로 자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장준기 이브자리 수면환경연구소장. 사진/이브자리
 
설립 당시부터도 보기 드문 조직이었던 이브자리 수면환경연구소는 여전히 흔치 않은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곳으로 꼽힌다. 연구 성과가 매출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컸지만 수면의 가치를 일찍이 알아본 고춘홍 이브자리 회장의 의지가 크게 반영됐다. 장 소장은 초창기 여러 시행착오 끝에 차차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한 수면환경연구소의 전문성을 끌어올렸다. 장 소장은 "기존에 영업 업무를 주로 했던 영향에 목표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며 "대형 프로젝트를 연구원들이 나눠서 수행했던 기존의 프로세스를 개인별로 연구 아이템을 전담하는 방식으로 변화시켰다"고 소개했다. 베개, 매트리스·톱퍼, 구스 속통, 패브릭 등으로 전문 분야를 나누고 4명의 연구원들이 하나씩 맡는 식이다. 섬유공학, 고분자공학 등을 전공한 연구원들의 역량이 극대화됐고 신세계·이마트 등 유통업체들이 먼저 찾아와 공동 브랜드를 만들자고 제안할 정도로 수면환경연구소의 위상은 강화됐다. 
 
그럼에도 장 소장은 "아직은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대중의 수면에 대한 인식은 옛날과 크게 다를 바 없어 수면 산업으로의 발전은커녕 관련 제품의 매출조차 여전히 미미하다는 것이다. 이브자리의 개인 맞춤형 수면 전문 브랜드 '슬립앤슬립'에서만 보더라도 수면 관련 기능성 제품의 매출은 30~40%에 그친다. 수면의 중요성을 고려한다면 매출의 절반 이상은 관련 제품에서 나와야 한다는 게 장 소장의 생각이다. 
 
장 소장은 한국 사람들의 수면의 질이 낮은 원인으로 복잡한 저녁 생활을 꼽았다. 퇴근하면 집에 가는 것이 당연해야 하는데, 사회적으로도 일을 많이 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고 개인들도 남들과 어울리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생각이 강해 저녁 생활을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아침 시간을 쪼개 자기 개발을 하려는 시도까지 더해지면 양질의 수면은 더욱 멀어진다. 그는 "어두워지면 잠을 자고 자연광에 깨는 생활이 몸에는 가장 좋다"면서도 "나 스스로도 직장 생활을 오래했다보니 습관을 바꾸기 쉽지 않았다"며 털어놨다. 그는 또 "주말에 잠을 몰아서 잔다고 그간 부족했던 수면이 보상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매일 꾸준히 충분한 잠을 잘 수 있도록 포기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대 사회에서는 흔히 자기 개발과 관계 형성이 경쟁력이라고 보는 경향이 강하지만 역설적으로 관계를 단절하는 것도 경쟁력이란 설명이다.
 
그러면서 장 소장은 잠 잘 때의 외부 환경만 조금 개선해 줘도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단언했다. 매트리스가 정상적으로 체압을 잘 분산하는지, 베개의 높이는 알맞은지, 조도는 적당한지, 이불 속의 온·습도는 적절한지 등만 살펴봤는데도 수면에 문제가 있던 사람이 개선 효과를 본 사례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자신에게 맞는 베개를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좋은 베개는 우선 경추 높이가 맞아야 하고 잠을 잘 때 땀이 차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소재를 사용해야 한다. 또 자면서의 움직임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도록 형태의 변화도 자유로워야 한다. 장 소장은 "우리 회사 제품 중에서도 아직 이 조건들을 완전히 충족한 것들은 많지 않다"며 "기본도 지키지 않은 베개들이 시중에 너무 많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또 "이런 요건들을 제대로 갖춘 베개들은 가격이 20만원까지도 간다"며 "(이런 제품들은) 대리점부터도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브자리 매장 전경. 사진/이브자리
 
장 소장의 이 같은 고민들은 결국 '교육'으로 모아졌다. 수면환경연구소가 직접 지원했던 삼성동 코엑스 매장에서는 직원들의 컨설팅 결과 고가의 베개를 구입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것. 이 매장에서는 전문 교육을 이수한 '슬립 코디네이터'가 경추측정기 등의 도구를 사용해 개인의 체형을 분석해 최적의 상품을 제안한다. 고객에게 받은 설문지 내용도 제품 추천의 참고 자료가 된다. 장 소장은 "코엑스 매장이 이브자리 전체 대리점 중 객단가가 가장 높다"며 "대부분 2만~3만원대 저렴한 베개를 구입하려 왔다가 판매자의 설명을 듣고는 20만원짜리 베개를 사간다"고 소개했다. 그만큼 소비자에게 많이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는 "침대 매트리스는 200만원을 상회하는 것도 쉽게 사면서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베개에는 왜 10만원도 쓰지 않으려 하냐"고 되물으며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때문에 수면환경연구소가 진행하고 있거나 향후 추진하려는 프로젝트는 모두 '교육을 통한 수면에 대한 의식 제고'로 향한다. 대표적인 것이 올 초부터 부천 오정노인복지관에서 실시 중인 수면환경조성 교육이다. 장 소장의 소개에 따르면 70~80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시간 정도 강의를 하는데, 흡수력이 기대 이상이라고 한다. 다소 어려울 수도 있는 이야기를 체계적으로 설명을 하니 일상에서 수면이 얼마나 중요하고 건강한 요인인지를 깊이 체감한다는 것. 강의 후에는 "내 잠자리를 점검해봐야 겠다", "어떤 매트리스를 깔고 어떤 이불을 덮어야 할 지 생각해봐야 겠다"는 긍정적 피드백도 적지 않다고 한다. 더 나아가 "손주들에게도 잠의 중요성을 알려야 겠다"는 사람들도 다수 있다고 한다. 아침을 잘 챙겨먹고 점심에는 햇볕을 쬐면서 많이 뛰어놀고 저녁에는 일찍 잠을 자는 유기적인 하루 일과를 만들어야 아이들의 삶의 질도 나아진다는 얘기에 크게 공감한 영향이다. 
 
이와 함께 수면환경연구소는 오정복지관과 함께 가정 방문 컨설팅도 진행하고 있다. 연구소 연구원들이 복지관 직원들과 일일이 잠이 안좋다는 노인들 집에 방문해 침구 배치는 어떤 식으로 바꿔야 하고, 잠 자는 자세는 어떤 것이 좋으며 어떤 용품들을 사용하면 좋은 지 등 환경 정비 작업을 해준다. 장 소장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인 만큼 전문적인 컨설턴트 양성과 교육과정 마련 등이 과제"라며 "회사 차원의 활동을 넘어 한국수면산업협회, 지자체 등과 연계한 공공재적 성격을 강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브자리 매장 전경. 사진/이브자리
 
현재 수면환경연구소가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것은 '수면 개선 프로젝트'다. 무작위로 서로 다른 환경에 있지만 수면이 안좋다고 생각하는 사람 3명을 선발해 일상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2~3주간 실험 대상자의 하루 일과를 세밀하게 파악하고 2~3개월에 걸쳐 분석을 하면 일상 생활에서 수면과 관련된 산업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고, 그 중에서 이브자리가 관여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란게 장 소장의 기대다. 
 
이를 발판으로 장 소장은 연구소의 공공성을 키우는 동시에 수면 산업의 저변을 확대하려 한다. 그는 "현재로서는 이브자리만큼 수면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할 만한 곳은 없다"며 "전체 한국 사회로 봐서는 우리보다 뛰어난 연구소가 더 많이 생기고 투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민간 협회와 지자체, 언론 등과 함께 사회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며 "일부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관련 법안도 발의되는 등 향후 전망은 밝다"고 포부를 전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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