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핵심으로 한 검찰개혁 법안을 오는 12월3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키로 했다. 여야는 남은 한달여 동안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문 의장은 29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오른 검찰개혁 법안 4건을 12월3일 본회의에 안건으로 올린다고 밝혔다. 문 의장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는 앞서 28일 검찰개혁 법안 등을 논의했고, 29일 법안을 부의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야당이 '법제사법위원회 패싱'을 지적하자 절충안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지난 4월30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찰개혁 4개 법안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활동이 종료된 후 9월2일 법사위로 이관됐고, 이때부터 법사위에서 법안 자구·체계 등을 심사한 것으로 해서 법사위 심사기간 90일을 가산하면 12월3일에 본회의에 부의하는 게 적합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한 대변인은 "애초 법안을 '오늘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된 점을 고려하면 한 달 이상의 논의기간을 더 보장한 것이 됐기 때문에 남은 기간 여야가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문 의장이 부의 날짜를 12월3일로 정했으나 여야 합의 상황에 따라 이를 더 앞당길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이 28일 국회의장실에서 회동을 가졌다. 사진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문 의장,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사진/뉴시스
문 의장의 결정에 대해 전날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겠다"던 더불어민주당의 속내는 복잡하다. 일단 민주당이 자력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법안 부의 일정이 늦춰질수록 다른 정당과의 협력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하고 있다. 또 내달 27일엔 선거법 개정안을 부의할 수 있고, 12월2일은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이기 때문에 '선 검찰개혁법 처리, 후 선거법 처리' 기조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민주당에선 아예 검찰개혁 법안의 본회의 통과 문제부터 다뤄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달여간 추가 협상에서 자유한국당의 입장이 전향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어서다. 민주당이 검찰개혁 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려면 전체 의석수 297석 중 149석이 필요하다. 여당 의석수가 128석, 한국당 의석수이 110석이므로 남아 있는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무소속 등 59석 가운데 21석을 확보해야만 한다. 민주당은 여당에 우호적인 의석을 10여석 안팎으로 분석하는데, 여기서 최소 11석을 더 얻어야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진작부터 원내 지도부를 중심으로 군소정당과 공조를 지속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당 일각에서 의원정수 확대론을 제기된 것처럼 먼저 '당근'부터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당도 유감을 표했으나 민주당과는 결이 다소 달랐다. 한국당은 12월3일 검찰개혁 법안을 부의하는 것조차 법사위 심사기간 90일을 온전히 보장하지 않은 '위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민주당이 군소정당의 힘을 빌어 검찰개혁과 선거제 개편, 예산안까지 '원샷 처리'하려고 하면 마땅한 대응책을 찾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여론전 외에 입법을 반대할 전략과 명분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국당은 장외투쟁 등을 통해 검찰개혁과 선거제 개편안을 총력 저지하고 정부가 제출한 예산을 삭감하는 데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캐스팅보트를 쥔 바른당은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부의 예정인 검찰개혁 법안 중 공수처 법안엔 자당 권은희 의원의 대안도 포함됐다. 바른당은 남은 기간 협상으로 최대한 이득을 취할 예정이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전날 문 의장에게 정쟁이 가속화하지 않게 정치력을 발휘해 달라고 했고, 이번 결정은 다행스럽고 합리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남은 기간 여야 합의를 통해 법안이 처리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문 의장의 의도는 법안을 처리할 때마다 생길 정쟁을 차단하고 검찰개혁 법안과 선거제 개편안, 예산안을 원샷 처리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면서 "아마 지금 '장사를 가장 잘해서' 웃고 있는 건 의원정수 확대를 꺼낸 정의당 심상정 대표일 것이고, 바른당도 상황이 썩 나쁘지 않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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