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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82년생 김지영’ 공유 “제가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어요”
남자 vs 여자 ‘젠더이슈’ 중심 작품…”난 이 얘기 가족으로 느껴”
“심심하고 평범해도 얘깃거리 만들어 내는 영화에 호기심 생겨”
2019-10-28 00:00:00 2019-10-28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배우 공유는 고민을 하고 부담을 가진 적이 없느냐는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주변의 우려와 세상의 시선은 분명히 곱지 않다. 좋던 싫던 이 작품은 동명의 원작부터 젠더 갈등을 만들어 냈다. 여성의 포기와 희생적인 삶. 그리고 그 배경에 자리한 1980년대 이전부터 자리했던 우리 인식에 뿌리 깊게 박힌 남아선호사상과 남성우월주의. 여성의 사회적 차별, 경력 단절에 대한 시선이 비교적 현실감 있게 담긴 ‘82년생 김지영이다. 사실 이건 세상이 만들어 낸 시선의 방향일 뿐이다. 공유는 그저 배우다. 배우로서 자신의 연기를 녹여 낼 작품의 색깔, 주제 의식 그리고 그 시기 배우 본인이 소비하고 싶은 감성의 작품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공유에게 ‘82년생 김지영은 그저 그런 작품이었다. 배우가 하고 싶은 작품을 주변의 시선 때문에 두려워하고 부담스러워한단 시선 자체부터 그는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 졌다. 더욱이 그는 이 작품 출연 제안을 받고 원작부터 읽어봤다고. ‘젠더 이슈의 꼭지점에 선 이 원작의 신드롬에 그는 고개를 갸우뚱했단다. ‘이건 사람 얘기이고, 가족 얘기 아닌가라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공유를 통해 들어 본 ‘82년생 김지영이다.
 
배우 공유. 사진/매니지먼트 숲
 
영화 개봉 며칠을 앞두고 서울 광화문 인근 카페에서 공유와 만났다. 영화에 대한 기대치와 본인이 기대했던 점은 크게 다르지 않았단다. 그는 주변에서 쏟아지는 질문 중 가장 많이 들었던 부담되지 않았냐는 말에 웃음으로 먼저 대신했다. 배우로서 자신이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 줄 수 있는 연기를 펼칠 장이 마련된단 것 외에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아쉬워했다.
 
진짜 진심으로 전 부담을 조금도 안 느꼈어요. 이 영화 출연 결정 이후 주변이나 기자 분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기도 한데. 왜 그걸 느껴야 하는지 아직도 좀 의아해요. 그냥 이 영화 시나리오 재미 있었어요. 우선 젠더 이슈에 대해 알고 있었고, 이 영화 원작이 그 중심인 것도 알았죠. 그런데 전 접근을 젠더 아닌 가족으로 정했어요. 보셔서 아시겠지만 가족 얘기잖아요(웃음)”
 
‘82년생 김지영시나리오를 읽고, 원작을 다시 읽었다. 그의 머리 속에 떠오른 단어는 가족이었다. 울컥한 마음과 함께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엄마였다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나 어떻게 키웠어라고 물어봤단다. 영화와 원작에서 여성인 김지영그리고 김지영의 엄마인 오미숙에 대한 공감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물론 두 여성이자 엄마인 이들의 얘기로만 영화와 원작은 흐르진 않는다.
 
배우 공유. 사진/매니지먼트 숲
 
엄마에게 묻고 싶었죠. 제가 아직 자녀를 낳아 키워보지 않은 미혼이기에 그 마음이 잘 와 닿지는 않았어요. 그렇다고 전혀 공감이 안 된단 얘기가 아니에요. 너무 뭉클했죠. 뭐랄까. 새삼스럽지만 어머니 아버지에 대한 마음이 달라졌어요. 제가 참 그래도 모나지 않고 이렇게 뭔가를 하고 있을 수 있단 게 절 잘 키워주시고 가르쳐 주신 부모님 때문이구나 싶은 걸 알게 됐죠. 그리고 다른 세대를 살아오신 부모님이 겪은 상황도 어렴풋이 느낄 수 있게 됐죠.”
 
이런 감정은 그에게 위로란 단어로 다가왔다. 공유 스스로 어떤 상처를 입고 있었고, 주변에 밝히지 못하는 상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상처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법이다. 삶 속에 있는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본인 스스로도 몰랐던 상처가 있었을 것이고 또 있을 수도 있다. 개개인이 알게 모르게 갖고 있던 아주 작은 상처였지만 그것을 보듬어 주는 느낌과 위로를 받은 것이다.
 
생각을 해보면 그런 것 같아요. 가족 속에서 혹은 사회 속에서 개개인은 다 각자의 역할이 있잖아요. 그 역할에 우린 자신도 모르게 매몰되는 순간을 겪고. 그게 겹겹이 쌓이면서 우린 상처를 받는 것 아닐까요. 나 역시도 그랬던 것 같아요. 남자? 여자? 그저 인간으로서 관계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받는 상처가 있죠. 대중들의 사랑으로 생활하는 저도 그 안에서 상처를 받고 부모 자식 간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편하기 때문에 주고 받는 상처가 있고. 그런 의미에서 전 위로를 받았어요.”
 
배우 공유. 사진/매니지먼트 숲
 
언론 시사회 이후에도 나온 반응이고, 또 사실 공유 본인도 그런 느낌은 있었다고. 이 영화에서 공유 본인이 맡은 배역 정대현이란 남자의 판타지가 너무도 현실성이 없단 지적이 나왔다. 공유는 웃음을 터트리면서도 판타지 캐릭터란 주위의 지적에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렇게 받아 들였다면 본인의 연기 부족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공유 본인은 ‘82년생 김지영속에서 공유 본인이 캐릭터 해석을 잘못하지도 실패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다시 말했다.
 
그렇게 보셨다면 제가 아직 연기가 부족한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보신 거겠죠(웃음). 제 생각은 그래요. ‘공유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전제를 하고 영화를 보신 거 아닐까요. 전 정말 평범한 사람이에요. 단지 제가 연기를 하는 직업을 가진 공지철(공유 본명)이기에 그런 거죠. 역할 때문에 생길 수 밖에 없는 판타지는 있어요. 그런데 그건 역할이잖아요. 저의 보편적 사고와 상식 선에서 정대현은 지극히 평범한 남자이고 가장이에요.”
 
공유가 연기한 정대현이란 인물의 판타지는 어쩌면 정유미가 연기한 김지영의 현실성에 대한 반사이익일 수도 있을 듯싶다. 공유 역시 그럴 수도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우선 이번 영화에는 정유미가 먼저 캐스팅이 됐다. 이후 공유에게도 시나리오가 왔고, 공유는 김지영역할에 정유미가 캐스팅된 것을 알고 주저 없이 출연을 결정했단다. 이후 김지영을 정유미로 떠올리고 다시 시나리오를 읽으며 스토리를 몸으로 빨아 들였다.
 
배우 공유. 사진/매니지먼트 숲
 
분명히 유미씨가 먼저 캐스팅된 게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된 것에 도움이 되긴 했죠. 유미씨가 캐스팅이 됐단 얘기를 듣고 그 모습을 떠올리며 시나리오를 다시 읽었어요. 웃음이 나더라고요(웃음). 그래도 소속사도 같고 워낙 친하고 도가니’ ‘부산행때도 작품을 같이 해봤고. 너무 잘 어울리는 거에요. 뭐랄까. 그냥 정유미답다란 생각이 딱 들었어요. 하지만 사실 요즘 시기에 저한테 어울리는 게 뭘까. 어떤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 이 시나리오가 들어왔어요. 그래서 고마웠죠.”
 
그 고민이 궁금해졌다. 어쩌면 공유, 그리고 남자인 공유가 바라보는 ‘82년생 김지영의 모습과 느낌이 지금의 젠더 이슈와 논란에 대한 어렴풋한 답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는 부담스럽다는 손사래를 쳤지만 이내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고 곰곰이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결국 남자 공지철이 아닌 배우 공유로서의 시선이었다. 사실 그게 정답에 가장 가까울 것 같았다.
 
배우 공유. 사진/매니지먼트 숲
 
이 얘기, 어떻게 보면 진짜 심심하고 평범하잖아요. 제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떤 뭐가 뚜렷해지고 있단 건 느껴져요. 단순하게 캐릭터, 혹은 이야기가 아니라. 영화 자체가 주는 것에 대한 관심이 제게 가장 큰 의미가 되는 것 같아요. 이게 무슨 말이냐면, 다소 심심하고 대중적인 시각에서 엔터테인먼트가 좀 적게 담겨 있어도 그 작품이 어떤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저에게 어필이 되는 것 같아요. 전 뭐랄까. 영화 속의 제 모습, 그 작품 안에 녹아 들어 있는 인물이 된 저를 보는 게 좋아요. 내가 투영되는 느낌. 그게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크게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좀 어려운데(웃음). 그냥 그랬어요. ‘82년생 김지영이 제겐. 아마 많은 분들이 그걸 느끼시지 않을까 싶어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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