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대통령이 아니라 '소통'령이 필요하다
입력 : 2019-10-11 06:00:00 수정 : 2019-10-11 06:00:00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조국 블랙홀'이 모든 이슈를 잡아먹고 있다. 지난 몇 달 간 한국 사회는 조국 장관과 관련된 이슈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현재 진행형이다. 언제 지독한 몸살이 나을지 가늠조차 힘들다. 공휴일과 주말이면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엄청난 인파가 모인다. 한 쪽에서는 '조국 파면'을 외치고 한 쪽에서는 '조국 수호'를 외친다. 서로 다른 광장에서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조국 장관이 지명된 이후부터 한국 사회는 둘로 나누어졌다. 대통령의 인사에 국민들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지만 모든 국정이 한 사람을 기준으로 나누어지는 경우는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다. 지금껏 인사청문회를 통해 검증 무대에 올랐던 수많은 후보자들은 여론의 평가를 받아왔다. 때로는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 체 낙마했고 때로는 수많은 의혹에도 불구하고 기사회생한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한 사람의 인사를 두고 광장으로 수많은 인파가 몇 주째 연속으로 나가는 일은 없었다.
 
조국 장관 사태는 정치권의 협치 공간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여야는 국정감사를 비롯해 장소와 형식을 따지지 않고 극한 대립을 하고 있다. 갈등 국면에서 최고 조정자 또는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할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회의에서 양 쪽 집회를 품평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결국 소통의 문제다. 역대 대통령들이 가장 풀기 어려운 숙제는 국민들과의 소통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1년차에 광우병 집회에 세워진 콘테이너 장벽으로 '명박산성'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썼다. 불통의 상징이 되어 버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선거의 여왕'이라는 찬사를 들었지만 정작 국정 운영에 있어서 '레이저광선'이라는 불통의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촛불민심을 등에 없고 대통령 자리에 오른 문 대통령은 '소통' 능력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촛불은 국민의 목소리였고 그 목소리를 잘 경청하는 지도자로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평가는 사뭇 달라졌다. 한국리서치가 경향신문의 의뢰를 받아 지난 9월 29일~10월 1일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21.9%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국민 소통을 잘 한다고 생각하는지 또는 잘 못한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48%, '잘 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49.6%였다. 최근 정국처럼 응답 결과는 반반으로 나누어졌다. 그런데 지지정당이 없다는 무당층과 자영업층은 문 대통령의 소통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60%를 넘었다. 사실상 불통으로 본 결과다.
 
임기 초반 문재인 대통령은 '소통'의 상징처럼 환영받았다. 대통령이 전용 차량에서 내려 청와대 인근 주민들과 악수를 나누는 장면은 익숙하지 않았지만 감동적 소통이었다. 이전 대통령과는 차원이 다른 소통을 보인 경우다. 대통령의 소통을 크게 3가지로 나누면 개인 소통, 정책 소통, 야당 소통으로 나눌 수 있다. 문 대통령의 개인적인 소통 능력은 대통령의 이름을 딴 커피블렌딩이 나올 정도로 환영받았다. 임기 초부터 보인 문 대통령의 개인 소통은 높은 점수를 주게 된다. 권위를 내려놓고 국민들과 사진을 찍는 대통령은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한 일이다. 그렇지만 국정 수행을 하는데 있어 개인보다 더 중요한 소통은 정책 소통과 야당 소통이다. 현 정부의 경제 철학이기도 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여태껏 다수 국민들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대통령 지지율 고공행진의 일등 공신이었던 대북 정책은 북미 관계로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아직 임기가 반 이상 남아 있는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매우 중요한 정책 이슈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정책에 대해 충분히 공유하고 있는 국민은 많지 않아 보인다. 소통 중에서도 야당 소통은 다른 무엇보다 더 중요하다. 정치 개혁을 비롯해 많은 공약과제는 국회의 법안 심사가 뒤따른다. 야당과 소통하지 않고는 한 발짝을 나가기 힘들다. 야당이 좋고 싫은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을 위해서 야당과 소통에 나서야 한다.
 
대통령은 공화제 국가에서 국가원수다. 한 국가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에 대해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역할을 하고 책임을 다한다. 얼마나 큰 부담이었으면 트루먼 전 대통령은 루스벨트 대통령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대통령 자리에 오르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달, 별, 그리고 모든 행성이 내게로 떨어지는 기분이다.' 그래서 대통령 자리는 정치인이면 누구나 꿈꾸는 목표지만 아무나 오르지 못하는 이유다. 특히 소통은 현대 대통령의 기본이다. 민심이 둘로 쪼개진 지금 상황에서 우리는 대통령이 아니라 소통에 탁월한 '소통'령이 훨씬 더 필요하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insightk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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