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종환 "'타지옥'서 가장 피하고 싶은 사람? 임시완의 윤종우"
박종환 "원작의 상반된 태도를 보여주기 위해 1인2역 키위 캐릭터 연구해"
"가족들이 안도하는 것이 보여서 기뻐…앞으로 더 다양한 모습으로 저를 알려드리고 싶다"
입력 : 2019-10-07 06:53:05 수정 : 2019-10-07 06:53:05
[뉴스토마토 김희경 기자] "'타인은 지옥이다'를 통해서 많은 분들께 저라는 사람을 각인시킨 거 같아서 좋아요. 특히 가족이 안도하는 느낌이 들어요. '비로소 일을 하는 거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저 또한 연기를 하면서 많은 성장을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박종환의 첫인상을 보고 다소 놀라웠던 것은, 브라운관에서 보던 변득종, 변득수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는 것이다. 조금은 낯을 가리며 인사를 하는 얼굴은 상냥했고, 목소리는 나긋나긋했다. "드라마와 인상이 정말 다르다"고 말을 건네자 "그런가요?"라며 어색하게 웃는 모습은 저절로 정감이 갔다.
 
박종환은 지난 2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OCN '타인은 지옥이다' 종영 기념 인터뷰를 가졌다. 짧은 머리는 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조용조용하면서도 낯은 목소리는 박종환이라는 배우를 새롭게 느끼게끔 만들어줬다.
 
박종환은 극중 변득종, 변득수 역을 맡았다. 일명 '키위'라는 원작의 캐릭터를 2명의 인물로 나눠 1인2역을 연기했다. 박종환은 1명을 2명으로 나눴던 만큼, 극적인 반전은 물론 원작의 재미를 모두 살리기 위해 연기적으로 많은 고민과 연구를 해야 했다.
 
박종환. 사진/플럼액터스
 
"원작에서는 한 명의 캐릭터가 상반된 모습을 보여줬던 반면에, 제가 연기하는 득종과 득수는 그 양면의 모습을 나눈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둘의 극대화된 모습을 보여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먼저 키위의 기괴한 행동을 먼저 따라했고, 두 캐릭터가 겹치지 않게끔 확연히 구분 지을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특히 변득종의 경우, 웹툰에서 나오는 웃는 대사를 어떻게 하면 구어체로 자연스럽게 연출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도 그럴 것이, 원작에서 키위의 웃음 표현은 "ㅋㅋㅋ", "ㅎㅎㅎ" 등으로 간결하게 나타났다. 박종환에게 변 형제를 연기했을 때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였다. 다행스럽게도 그의 연기는 시청자들에게 큰 호평을 얻었고, "싱크로율이 가장 높은 캐릭터"라는 반응을 얻어냈다. 하지만 이 과정이 결코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박종환. 사진/플럼액터스
 
"대본에 써 있는 소리를 최대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많이 노력했습니다. 특히 '이 캐릭터는 왜 이렇게 행동할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봤는데, 변득종 같은 경우는 이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나름의 생존본능인 것 같아요. 저희 조카한테서 아이디어를 얻었는데, 자기가 실수를 했거나 멋쩍은 상황이 오면 웃더라고요. 유아기적 습성인 거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예쁘고 귀엽더라고요. 저 또한 변득종을 연기할 때 그런 순수한 모습이 전달될 수 있도록, 그와 동시에 이 환경에서 살아남겠다는 간절함이 느껴지길 바랬습니다."
 
감독 이창희의 경우, 키위 형제의 캐릭터 해석을 박종환에게 자유롭게 맡기게 했다. "원작 캐릭터를 보고, 생각나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자유롭게 연기해보라"고 제안했다고. 박종환은 "원작을 보고 비어 있는 캐릭터성을 팬들과 함께 채워가는 느낌으로 연기를 했다"며 웃었다. 그래서 였을까, 이번 작품은 전과 달리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함께 드라마를 만들어간다는 느낌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한다. 그 덕분이었을까, 변 형제는 본인이 보기에도 섬뜩한 순간이 자주 보였다고 한다.
 
"연기를 할 때는 제 스스로를 인식하지 않았어요. 다른 때보다 많이 저를 내려놓고 집중한 거 같아요. 또 촬영할 때 제 모습을 많이 모니터링하는 편이 아니라, 창작자에게 역임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방영되는 걸 보니까 '나한테 저런 모습도 있구나' 싶은 모습들이 있더라고요. 기괴한 모습도 있고, 공격성이 드러나는 연기를 보면서 '나는 살면서 저렇게 극단적으로 나를 밀어붙이는 상황에 가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웃음)"
 
박종환. 사진/플럼액터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종환은 '타인은 지옥이다'에 등장하는 캐릭터 중 현실에서 가장 피하고 싶은 캐릭터는 임시완이 연기했던 윤종우 역이라고 말했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변주가 심한 것이 이유였다.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의 경우, 한 공간에서 오랫동안 보고 익숙해진 관계이기 때문에 그 사람들 사이끼리 친숙한 마음이 많이 들 것 같아요. 반면 윤종우의 경우에는 이 고시원에서는 외부인으로 분류되고, 상황에 일관성을 갖지 않고 점점 극단적인 공격성을 보여주잖아요. 현실에서 실제로 윤종우 같은 사람을 본다면 이 사람에 대한 안정감을 느끼지 못할 거 같아요. 물론 고시원 사람들이 하는 행동은 잘못이지만요. (웃음)"
 
박종환이 연기적으로 또 한가지 고민했던 것은 변 형제의 현실성 여부였다. '타인은 지옥이다' 대본의 경우, 일찍이 집필이 완료됐기 때문에 드라마 전개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었던 상황. 하지만 키위 형제를 연기하는 내내 박종환은 첫 회부터 8회에서 변득수가 사망할 때까지 이 두 캐릭터를 어떻게 구별해야 하는지 연구해야 했다.
 
"'타인은 지옥이다'에 참여하면서 또 한가지 숙제였던 게, 변득종과 변득수라는 캐릭터가 실제로 존재하는 쌍둥이였는지, 아니면 누군가의 상상으로 만들어냈거나 다른 한 명을 분신처럼 파생시켜서 사람의 존재가 아닌 건지 스스로 고민이 들더라고요. 결국 상상의 여지를 전부 열어놓고 연기를 했고, 다행스럽게도 보시는 시청자들이 좋게 생각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박종환. 사진/플럼액터스
 
원작자 김용키는 드라마 캐릭터 중 가장 만족스러운 캐릭터를 변 형제로 꼽았다. 특히 키위가 두 캐릭터로 분리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실제 눈으로 보니 너무나도 섬뜩하고 소름이 돋았다"는 후문. 이에 대해 박종환은 다시 한 번 "너무나도 감사드린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웹툰의 경우 인물 간의 갈등이나 충돌이 이미지와 이미지로 이뤄지는데, 드라마의 경우는 영상이다 보니 더 입체감이 들고, 캐릭터도 2명으로 쪼개졌기 때문에 증폭감이 더욱 배가된 게 아닐까 싶어요. 작가님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박종환의 이런 노고 덕분이었을까. '키위' 형제의 열연은 많은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이와 함께 그가 과거에 출연했던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들이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고, "그 사람이 이 사람이었어?"라는 반응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박종환 또한 대중들의 이런 반응을 잘 알고 있었다.
 
"사람들이 저를 보고 '저 사람이 이 사람이야?'라고 하는 말을 들으면,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해요. 한 이미지에 갇혀 있지 않고 다양한 모습을 시도해볼 수 있다는 건 좋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대중들에게 제가 어떤 사람인지 인식할 수 있는 게 더딜 수 있다는 불리함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의 고민은 '타인은 지옥이다'를 통해 완전히 해소됐다. 강렬한 비주얼, 1인2역, 그로테스크한 연기력까지 호평을 받으며 대중들에게 완벽하게 눈도장을 찍은 것이다. 박종환은 이제부터 비로소 자신의 연기 생활에 큰 전환점이 된 것 같다고 웃었다.
 
"밖에 다니다 보면 종종 '어, 키위다'라고 알아보시는 분이 계세요. 그런데 드라마 캐릭터성 때문인지 함부로 못 다가오시는데, 그럴 때 제가 해치지 않는다는 의미로 활짝 웃으면서 인사를 드리거든요. 그러다가 또 '아차, 웃으면 더 무서워하실 텐데'라는 생각이 들어요. 키위가 웃으면 더 섬뜩 하잖아요. 하지만 실제 저는 그렇지 않으니까, 너무 무섭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웃음)"
 
박종환. 사진/플럼액터스
 
박종환의 필모그래피를 돌이켜보면 '특별시민', '원라인', '검사외전', '베테랑', '잉투기', '고지전', '함부로 애틋하게', '프로듀사' 등 굵직한 작품들이 다수 등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종환 본인과 가족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바로 '타인은 지옥이다'라고 한다.
 
"제 가족들은 언제나 저의 꿈을 응원해줬어요. 그런데 요즘 제가 '타인은 지옥이다'에 나오고 나서는 '이제서야 일을 하는 거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예전에는 수동적이고, 제자리를 맴돌듯 수동적인 역할이 많았는데 이번 캐릭터는 성격이 뚜렷하고, 목표점이 확실해서 더 각인이 된 거 같아요. 제 연기에 대한 에너지를 확인해주신 거 같아요. 저도 이런 반응을 얻어서 기쁘고요."
 
박종환은 캐릭터뿐만 아니라 드라마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에도 많은 고민을 했다. 결말에 대해 살며시 물어보자 그는 "스태프들과 배우들 모두 열심히 노력한 것만큼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확실히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봤을 때 생각해볼 만한 여지는 있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아무래도 '타인은 지옥이다'가 장르적 특성, 스릴러적 면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말이 평범하진 않습니다. 제목이 '타인은 지옥이다'지만, 실생활에서 이러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 작품을 보고 드라마의 메시지가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인생이라는 게 살다 보면 영화같은 순간이 현실이 되고, 현실이 영화 같아지는 순간이 있잖아요. 분명 공감해주실 수 있는 분이 계실 거라고 믿습니다."
 
박종환. 사진/플럼액터스
 
향후 박종환은 '타인은 지옥이다'를 기반으로 다양한 배역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제 입지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배우로서 더 앞으로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길 바란다"며 웃었다.
 
"앞으로도 저는 더 열심히 일하고 싶습니다. 예전에는 적극적으로 작품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성격이 못됐어요. 그 이유는 창작자가 어떤 작품을 만들고 캐릭터를 만들 때 가장 원하시는 배우가 되는 게 연기하는 입장에서 큰 힘이 되거든요. 지금까지 제가 작품에 임한 이유가 대부분 감독님들이 저를 원해서 였거든요. 그렇다고 마냥 제가 그 순간을 막연하게 기다리는 건 아니고요.(웃음) 영화 제작자분들이 투자자에게 저라는 배우를 소개했을 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됐으면 좋겠는 바람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제가 더 나은 입장의 배우가 됐으면 하고요."
 
마지막으로 박종환은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작품을 '숙제'라고 회상했다. 이렇게 다양하게 고민해보고, 연구해본 작품이 없었다며 고개를 젓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숙제를 끝낸 만큼, 좋은 점수를 받은 거 같다고 그는 후련하게 웃었다.
 
"'타인은 지옥이다'는 개인적으로 배우 생활을 하면서 느껴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도전이었던 거 같습니다. 촬영하는 내내 저를 강하게 어필도 해보고, 적극적으로 어딘가에 푹 빠져서 열연해보는 게 정말 좋았어요. 배우라는 일을 하면서 하나의 숙제를 잘 마친 느낌입니다. 물론 앞으로 해야 될 숙제들, 끝나지 않은 숙제들이 더 많지만요. 앞으로 사람들이 반갑게 느낄 수 있는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가까운 시일 내에 또 뵙겠습니다."
 
김희경 기자 gmlrud15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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