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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자동차 위기 3년 지속시 부품업계 고사할 것”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교수 인터뷰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 교훈 삼아 국내 차업계 노사 양보 타협 필요성 지적
"국내 친환경차 육성 위해 전기차·수소전기차 '투트랙' 전략 필요"
2019-09-27 06:00:00 2019-09-27 06:00:00
[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국내 자동차 업계의 위기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세계 자동차 생산대수에서 한국은 2015년 5위였지만 2016년 6위, 2017년 7위로 하락했다. 특히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한국지엠의 ‘스몰3’는 노사 갈등, 구조조정 이슈 등으로 ‘바람 잘 날 없는’ 상황이다.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친환경차 등 거대하고 급변하는 미래 자동차 트렌드의 파고에 국내 업체들이 휩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2일 <뉴스토마토>가 만난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방송출연 및 강연, 칼럼 등 활발한 대외 활동으로 대중 인지도가 매우 높은 자동차 분야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이 교수는 “지난해 BMW 사태 등으로 인터뷰만 2800회를 넘게 했다”며 “자동차 업계의 어려움이 지난해보다 더욱 가중됐으며, 부품업계에는 생존의 문제로 직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교수가 지난 22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올해 자동차 업계 위기상황 등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김재홍 기자
 
“위기상황 3년 지속 시, 국내 부품업계 축 무너질 것”
 
지난해부터 자동차 업계는 다사다난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2월 군산공장 폐쇄 방침을 발표했고 법정관리 돌입 직전까지 위기에 몰렸다. 최근 노조는 카허 카젬 사장의 퇴진 및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에서 도입하는 차종에 대해 불매운동에 나서겠다고 할만큼 노사 간 갈등은 심각한 수준이다.
 
르노삼성 노사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교섭 타결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 끝에 지난 6월 극적 합의했다. 하지만 다시 생산량 감축, 희망퇴직, 구조조정 사안이 대두되면서 불투명한 상황을 맞았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한국지엠 노조에서 자사 수입 브랜드에 대한 불매운동 얘기까지 꺼냈는데, 자폭모드라고 볼 수 있다”면서 “당연히 노조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GM이 2009년을 기점으로 해외 철수 등 조직 슬림화에 나서면서 미래차 분야 투자를 늘리고 있다”면서 “노사 간 대립이 장화된다면 GM의 향후 구조조정 1순위로 한국 공장이 지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르노삼성은 LPG 모델이라는 틈새 시장을 개척하면서 하반기 실적 개선을 이뤘다. 하지만 부산공장 물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닛산 ‘로그’의 위탁생산은 올해로 종료된다. 한일 경제갈등과 닛산의 한국 철수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르노삼성이 내년에도 로그 위탁생산 물량을 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당초 부산공장에 배정될 예정이었던 ‘XM3’ 유럽 수출용 확보도 불투명하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가 지난달 29일 레몬법 관련 토론회에서 기조 발표를 하는 모습. 사진/김재홍 기자
 
그는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은 과거 위기에 몰렸지만 노조가 고통을 분담하는 획기적인 조건들을 내세워 르노그룹 148개 공장 중 생산성 1위 공장으로 거듭났다”면서 “바야돌리드 사례를 참고해 위기극복을 위해서는 노사 간 양보와 타협이 절실한데, 현재 르노삼성을 비롯해 국내 업계는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어 문제해결이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지엠이나 르노삼성 노조는 임금 교섭에서 현대차, 기아차 수준의 대우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현대차와 기아차는 매년 수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고 내수에서도 압도적인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지엠와 르노삼성 노조의 요구는 무리”라고 지적했다.  
 
쌍용차도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렉스턴 스포츠’, 신형 ‘코란도’ 등으로 내수에서는 신차 효과를 누렸지만 수출 부진이 지속되면서 10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이 교수는 “쌍용차가 지난 2015년 ‘티볼리’를 출시해 소형 SUV 트렌드를 이끌었지만 이후 현대차 ‘코나’의 등장 이후 점유율이 하락했고 올 하반기 현대차 ‘베뉴’, 기아차 ‘셀토스’ 등 경쟁 모델이 출시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쌍용차 노사가 얼마전 경영정상화 방안에 합의했고 올해까지 10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했다는 점에서 한국지엠이나 르노삼성에 비해 ‘노조리스크’는 낮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쌍용차가 현재 라인업이 다양하지 못하고, 특히 친환경차 생산을 못하고 있어 앞으로 환경규제가 강화된다면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완성차 업계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부품업계 위기가 훨씬 심각하다면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현대차가 올해 실적을 다소 회복했지만 과거 연간 이익률 8~9% 수준에서 지난해 3%대까지 하락했다. 이는 1차 벤더는 1% 미만, 2·3차 벤더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의미한다”며 “이같은 상황이 3년 정도 지속된다면 국내 부품업계의 축이 무너지게 되며, 이후 회복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냉정하게 분석했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했다. 사진/김재홍 기자
 
 
“향후 전기차, 수소전기차 ‘투트랙’으로 재편돼야”
 
한편,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기존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 흐름이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 세계적인 모터쇼에서도 과거 친환경차는 미래 콘셉트카 모습을 보여주는 수준이었다면 현재는 실제 출시로 이어질 정도로 변화의 모습이 뚜렷하다. 글로벌 업체들도 친환경차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면서 회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 교수는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는 친환경차로 이동하는 과도기가 될 것으로 보이며, 결국 전기차, 수소전기차로 재편될 것”이라며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모두 장단점이 분명한만큼 국내 친환경차 육성을 위해서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정권에 따라 중점을 두는 친환경차가 달랐는데, 이명박 정부에서는 하이브리드, 박근혜 정부에서는 전기차, 현 정부는 수소전기차에 비중을 두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1998년부터 수소전기차를 연구해 세계 최초로 투싼 수소전기차 양산에 성공했으며, 향후 주도권 확보 가능성이 있지만 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현재 전기차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데 1회 충전 시 주행거리와 충전시간의 제약이 있다. 현재 전기차 주행거리는 350~400km 수준까지 올라왔지만 수소차처럼 600km까지 상승하려면 배터리만 800kg, 충전시간은 14시간 정도 필요하다”면서 “결국 소형차, 단거리 용도로는 전기차, 버스, 트럭 등 대형차에는 수소전기차로 재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8월 말 한국소비자협회 BMW 집단소송단 기자회견에서 이호근 교수의 모습. 사진/뉴시스
 
“대체 불가능한 존재 목표, 긴 호흡으로 꾸준히 준비”
 
이 교수는 다양한 대외 활동을 하고 있으며, 그 결과 자동차 전문가로서 대중적인 인지도는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와 함께 ‘탑 클래스’로 평가받는다. 그는 “10여년 전 우물 안 개구리처럼 한정된 바운더리 내에서 열심히 하는 것 보다 대외적으로 인정을 받는 등 대체가 불가능한 존재가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면서 “당시 10년 내에 자동차 업계 종사자 중 절반은 내 얼굴과 이름을 알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한 번은 지방 일정을 위해 KTX에 탑승했는데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나를 알아보고 사진을 찍자고 한 적도 있었다. 그 때 ‘내 목표가 어느 정도 이뤄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지난해 BMW 차량 화재 사태 등 이슈가 많았는데, 그 해에 1년간 인터뷰 건수가 2800건에 달해서 지역 방송기자보다 더 많이 방송에 출연했다는 농담도 들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자동차 분야 전문가로 활동을 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자동차 서스펜션, 진동, 소음제어 분야를 전공했지만 향후 배출가스 등 환경 분야가 트렌드가 될 것으로 보고 긴 호흡으로 준비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라고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주제를 정해 스터디를 하면서 전공 외 방면에서도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매일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 어플을 활용해 자동차 관련 기사를 검색하고, 중요하거나 모르는 내용은 스터디를 하고 자료요청을 하기도 한다”면서 “인터뷰 요청이 많지만 대부분의 질문에 즉각 대답할 수 있는 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투자를 했기 때문이며, 요즘에는 자동차 업계 위기, 미래형 자동차 방향, 전기차 및 수소전기차 관련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이 교수는 “과거 지도교수께서 ‘10원짜리 꿈을 꾸면 주머니에 10원이 남는다’는 말씀을 자주 했는데,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라도 꾸준히 노력하면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면서 “자동차 분야에서 유명한 교수가 되겠다는 꿈은 이뤘기 때문에 대학 총장 등 더 큰 목표를 설정해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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