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진영종 우리아이재단 이사장 "인도주의, 국제 정치 논리 벗어나야"
'우리아이재단' 올해 7월 정부 공익법인 허가…"'아사' 어린이 막고 싶다"
식량 지원, 도서관 건축, 한국어 교육…"민족적 인도주의 실현할 것"
입력 : 2019-09-27 06:00:00 수정 : 2019-09-27 06: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최근 '탈북민 모자 아사(굶어 죽음)' 사건을 계기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한국 내 탈북민과 북한의 심각한 인권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미 공영방송 CNN은 관련 기사에서 "이 탈북민들은 굶주림을 피해 북한을 떠났고 서울에서 곯으며 쉽지 않은 생을 살았다"며 "실제로 지금도 굶주림을 피해 고향을 떠난 수천명의 북한주민들이 성노예 생활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탈북민과 북한의 인권 상황을 국제적으로 환기시켰다.
 
최근 세계적으로도 북한 주민의 건강 보호를 위한 논의가 활발하다. 실제로 세계식량계획(WFP)와 세계보건기구(WTO)에 따르면 북한 주민의 40%에 달하는 1000만명이 식량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대제내성결핵환자는 매년 5000명씩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 내 자체 보건 의료 시스템을 활성화하고 취약계층에 영양지원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 역시 유엔을 중심으로 확산 중이다.
 
하지만 국제 정치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최근 이 같은 교류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인도적 문제는 정치상황과 분리시켜 생각해야 함에도, 연이은 북한의 미사일 실험과 안보리의 대북 제재, 주변국의 첨예한 이해관계 대립 속에 '반북적인 시각'만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에 법인을 세우고 북한, 중국의 조선족, 연해주 고려인 등의 아사를 막기 위해 뛰고 있는 단체가 있다. 진영종 성공회대 교수이자 우리아이재단 이사장은 "어떤 일을 해도 반북적인 시각을 갖고 보는 사람은 있다"면서도 "재단을 통해 투명 경영과 나눔 문화를 정착시켜 더 성숙하고 발전된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그를 만나봤다.
 
진영종 우리아이재단 이사장(성공회대 교수). 사진/뉴스토마토
 
중국 용정에 국수 공장 설립…"'아사' 어린이 막고 싶다"
 
재단의 설립 준비는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한, 중국의 조선족, 연해주의 고려인의 아사를 막겠다는 취지로 중국 용정에 국수 공장을 설립하고 조선족들을 고용해왔다. 옥수수국수, 메밀국수 등을 주로 생산하고, 이를 트럭으로 보내 ‘한반도 인근의 취약계층이 배고픔에서 탈피함’을 목적으로 한다.
 
진 이사장은 “한반도 인근에서 함께 사는 사람으로서, 이들을 굶주림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인권 아닐까 생각했다”며 “작년까지 민간 단체로서 공익적 차원으로 계속 해왔다”고 했다.
 
올해 7월부터는 정부로부터 허가를 인가 받은 단체가 됐다. 재단법인임과 동시에 공익법인이다. 올 초부터 준비한 재단 설립 신청서가 통과됐고, 통일부로부터 법인 설립 허가를 받았다. 기획재정부가 지정한 지정후원금단체로 최근 후원 회원 모집에도 나서고 있다. 후원금으로는 음식 외의 후원 물품 목록을 늘리고 규모도 키울 예정이다. 후원금은 소액부터 고액까지 받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매달 수익 내역을 홈페이지와 회원 소식지를 통해 자세히 공유할 계획입니다. 국수 얼마치를 만들었고 몇톤을 어디에 보냈냐 하는 부분까지 볼 수 있게요. 그렇게 하는 것이 후원 회원에 대한 당연한 예의고 공익 재단으로서 대의 명분도 설 것이라 생각합니다.”
 
진영종 우리아이재단 이사장(성공회대 교수). 사진/뉴스토마토
 
고려인, 조선족 돕는 일…"민족 정체성 보존"
 
“두만강을 중심으로 중국과 러시아, 북한이 나눠지는 그 곳을 ‘삼합’이라 하죠. 강물을 사이에 두고 변화도 차별도 없는 것 같은데…”
 
올해 초 그는 중국 용정에 위치한 공장으로 현장 답사를 나섰다. 공장 인근 삼합이란 곳이 가르는 삶의 차이와 애환을 느꼈다. “그리고 나서 국수 공장을 갔는데 재단 트럭이 지원을 나가고 있더군요. 실제로 국수가 전달되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겠구나 느꼈습니다.”
 
공장에서 일하는 조선족들 역시 한반도 민족을 잇는 뿌듯함으로 일하고 있었다. 진 이사장은 “국적이 중국인 그 동포들에게서 인도주의적 차원의 의미있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이 보였다”며 “남북 교류의 통로 역할을 그 분들이 하고 계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 조선족, 연해주 고려인에게 후원 규모를 확장할 계획이다. 한 민족 정체성을 보존한다는 사명 아래 이들을 지원 대상으로 선정했다. “공장 답사를 갔을 때 많은 조선족 분들이 험난한 길을 살아오신 분들이구나 느꼈죠. 또 연해주에는 강제 이주해갔던 3세대, 4세대 우리 동포들이 있습니다. 고려인 공동체로 묶여 생활하는데, 근래 숫자가 줄어 민족 문화 정체성을 지키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는 이들을 돕는 것이 각국의 다양한 토착 문화 발달에도 기여하는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한 환경에선 다문화적인 것들이 존중돼야 합니다.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우리 동포들의 공동체 문화를 지키면 카자흐스탄이나 중국의 다문화적 공존에도 기여하게 되는 것이죠.”
 
성공회대 교수인 진영종 우리아이재단 이사장은 종종 인권을 주제로 강연에도 나선다. 사진/진영종 교수
 
도서관 건축, 한국어 교육까지…"인도주의 실현"
 
우리아이재단의 미션 중 하나는 '인도주의 실현 및 평화 정착'이다. 진 이사장은 현재 지원하는 국수 외에도 향후 지원 목록을 영유아용 영양보조식, 도서관 건립, 한글어 교육 지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영유아 같은 경우 결정적인 시기 영양 공급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후유증이 나오거든요. 모유가 나와야 하는 산모에게 줄 보조식도 중요합니다. 산모 건강은 영아 건강과도 직결되기 때문이에요.”
 
도서관 건립, 한글 교육은 중국과 카자흐스탄 중심으로 계획 중이다. 최근 그곳에서는 조선어 학교가 경영상 폐교하는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한글을 배울 수 있는 교재 역시 부족한 실정이다.
 
진 이사장은 향후 교육청,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등 공공기관과 연계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그는 “실제로 중국 연변 자치주 등에 한국 교사들이 워크숍을 오는 등 교류가 활발한 것으로 들었다”며 “어린이 대상의 한국어 교육을 교육청의 도움으로 하는 방안을 생각 중”이라고 했다. 또 “도서관 건립의 경우, 코이카 같은 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진행할 수 있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며 “다만 아직까지 두 사업의 경우 초기라 구체적으로 정해진 단계까지는 아니다”고 했다.
 
진영종 우리아이재단 이사장(성공회대 교수). 사진/뉴스토마토
 
“인도주의, 국제 정치 논리 벗어나야”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세계적으로는 대북제재 노선이 유지되고 있다. 북한 역시 정부의 쌀지원을 거부하는 등 인도주의적 교류 문제가 정치 변동상황에 민감하게 영향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진 이사장은 “대북제재에 인도주의적 지원은 분명 해당사항이 없다”며 “대북제재는 분명히 정치, 군사적인 문제로 인도주의적 지원과 별개로 봐야한다”고 주장한다.
 
또 “식량 지원은 세계 역사적으로도 정치와 군사적 영향에서 떨어진 인도주의의 대표적 사안으로 꼽혀왔다”며 세계 2차 대전 때 생겨난 국제 식량기구인 ‘옥스팜’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어떤 일을 해도 반북적인 시각을 갖고 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정치적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는 것이죠. 그런 것을 논외로 저는 인도주의적 실현이 결국 보편적 인류의 가치임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진 이사장은 성공회대에서 영문학을 가르치는 교수이기도 하다. 그는 “사회인인 교수로서는 교육, 연구 외에 사회 기여가 꼭 필요하다”며 “그런 차원에서 재단을 맡게 됐다”고 했다. 또 “사회기여가 있어야 조금 더 공공적인 입장에서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한다” 고 덧붙였다.
 
장기적으로는 한국에서도 서구와 같은 나눔 문화가 당연시되는 사회를 진 이사장은 구상 중이다.
 
“한국 사회에서도 이제는 나눔 문화가 조성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특정 조직이나 개인을 위한 나눔이 아닌 전체 사회를 위한 나눔이요. 지원금이 투명한 방식으로 공개된다면 성숙하고 발전된 사회가 될 것이라 봅니다. 저희 재단은 그런 역할을 할 거고요.”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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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방랑하는 공간. 문화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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