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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일상에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도시로"
권역별 전문도서관·생활문화지원센터 확충
거리·광장·시장·역사 등에서 공연과 전시
2019-09-25 06:00:00 2019-09-25 06:00:00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서울시가 총 31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역의 특성과 수요를 반영한 5개 권역별 시립도서관을 건립한다. 단순히 책을 빌리는 공간이 아니라, 책을 매개로 토론하고 전시·공연을 즐기는 복합문화공간의 역할을 부여해 도서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예상되는 직접 고용 인원도 1292명에 달한다. 이처럼 서울 시민의 문화 향유권과 접근권을 넓히기 위해 분투하는 부서가 바로 '문화본부'다. 도서관을 포함해 박물관, 문화행사, 공연 등 방대한 영역의 업무를 담당한다. 유연식 문화본부장은 서울시에서 문화본부 팀장, 문화기반시설 과장을 거치며 도서관·공연장·국악당을 늘리는 사업을 경험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그는 '문화'를 바쁜 일상 속 작은 여유이자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라 정의했다. 유 본부장을 만나 '문화도시 서울' 전반에 관해 물었다. (편집자 주) 
 
유연식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문화를 통해 서울을 살기 좋고, 다시 오고 싶은 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사진/서울시
 
   
 "우리나라 공공도서관 인프라는 해외 주요 도시들보다 부족합니다. 서울시는 2025년까지 서울 도서관 인프라를 1444곳으로 확대해 시민 누구나 양질의 문화와 정보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유연식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지난 19일 서울 중구 서소문청사 문화본부장실에서 이뤄진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뉴욕시립 공공도서관은 4개 대형 전문도서관과 92개 분관을 가지고 있지만, 서울 시립 도서관은 '서울도서관'이 유일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의 공공도서관당 서비스 인구는 5만6449명으로, 미국의 1.6배 영국의 4배 수준이다. 서울시민 1인당 도서관 소장 장서도 1.43권으로 해외 주요 도시 평균 2.47권에 비해 낮다. 
 
시는 2012년 서울도서관을 개관하면서 공공도서관을 지속해서 확충하고, 도서관 장서를 늘리려는 등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서울에 있는 1178개 도서관 가운데 서울도서관이나 국립중앙도서관같이 도심에 있는 주요 도서관을 제외하면 대다수는 소규모다. 이 때문에 집에서 가까운 도서관에서는 전문 서적을 구하기 어렵거나 강의·교육 프로그램이 부족한 문제 등이 있었다. 또, 공간적·재정적 한계로 기존 구립 공공도서관들은 단순히 책을 읽고 빌리는 공간으로 이용돼 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는 올해 8월 5개 권역별 시립도서관 건립과 구립 작은 도서관 확충 등 세부 계획을 통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지역별 정보문화 격차 해소와 소규모 위주의 도서관 서비스 한계를 극복하고, 대표도서관과 지역도서관 간 기능적·공간적 연계의 거점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유 본부장은 "지역별 균형 발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면서 "이외에 문화시설이 부족한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 내 도서관 수와 규모, 접근 편의성, 공공 문화시설과의 시너지 등 종합적으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생활밀착형 공공도서관 인프라의 실핏줄 역할을 할 구립도서관 66곳과 작은도서관 195곳도 새롭게 확충할 예정이다.
 
유 본부장은 독서율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지만, 도서관은 현대사회에서 지식정보 격차를 해소하는 전략기지의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미디어를 활용하고, 새로운 미디어와 지식, 신기술을 배우는 교육공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도서관을 '도시의 거실'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여가활동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거실처럼 시민들이 모여 앉아 독서, 학습, 취미 활동을 하며 여가생활을 즐기는 공간이 되고 있다. 그는 "5개 권역별 시립도서관이 특화 전문 도서관으로, 도서관이 지역과 상생하고 발전하는 공간이자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이 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유 본부장은 도서관처럼 시민 누구나 집, 직장, 학교 등 일상공간과 가까운 곳에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따라 다양한 문화시설을 조성하고, 시설을 방문하지 않더라도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거리·광장·시장·지하철 역사 등에서도 공연과 전시를 진행 중이다. 올해는 돈의문박물관마을, 서울책보고, 녹사평역 지하예술정원, 서울생활사 박물관이 개관했고 도심 곳곳에서는 서울거리공연, 문화가 흐르는 서울광장 등이 운영되고 있다.
 
환경 조성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문화 향유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개선과 문화 감수성 향상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유 본부장은 "아직도 문화·예술이라고 하면 '시간과 돈이 드는 것', '여유가 있는 사람만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라면서 "바쁘게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문화 향유의 즐거움'을 선사해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즐기는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 되도록 지속해서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시민 누구나 가까운 곳에서 생활문화를 즐길 수 있는 '생활문화지원센터'를 확충하고, 미술·음악 등 유아부터 어르신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예술교육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그는 '문화도시 서울'이 되기 위해선 '사람'에 대한 이해가 있는 정책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사회의 중요한 과제는 개인의 행복과 삶의 질 향상이며, 문화도시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서울 시민의 행복'이라는 의미에서다. 유 본부장은 "서울시는 사람이 주인공인, 문화로 행복한 서울을 만들고자 한다"면서 "시민에게는 문화가 일상인 도시, 예술인에게는 예술하기 좋은 도시, 관광객에게는 문화가 매력적인 도시를 목표로 모두 문화로 행복한 도시가 되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문화본부에서 지난 2016년 발표한 '비전 2030 문화시민도시 서울'이라는 문화정책 중장기 계획의 슬로건인 '시민이 만들어 가는 행복한 문화도시'라는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문화본부는 양극화, 고령화, 다문화 가정 확산 등 사회적 변화와 다양한 욕구를 고려한 문화정책에 대한 수요 반영에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권역별 도서관과 자치구 공공도서관 각 1관을 정보 취약계층 지원센터로 운영하고, 다문화가정이 많은 지역에는 각국의 언어로 된 도서를 비치하는 식이다. 또, 어르신이 많은 지역에는 스마트폰 사용법 교육을 진행하는 등 장애인복지관,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지역자활센터와 같은 유관기관과 협력해 지역 밀착형 서비스를 발굴해나갈 예정이다. 도서관 정책 외에도 문화 소외계층을 위해 '문화누리카드'를 발급해 연 8만원 한도로 공연, 문화체험 등을 무료나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서울 시향의 클래식 공연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찾아가는 서울시향 공연'도 확대할 예정이다. 어르신들을 위해선 공연을 늘리고, 창작활동도 지원한다. 
 
유 본부장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문화도시를 만드는 데 깊은 관심과 열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이 되기 전 유럽을 여행하며 박물관, 미술관, 역사 유적지가 곳곳에 있는 모습을 보고 서울도 해당 시설을 많이 세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서울 역시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지닌 문화유산이 도시 곳곳에 위치하고, 1000만이 넘는 인구로 풍부한 공간적·인적 문화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1770여개의 문화재, 450여개의 '서울미래유산', 380여개 공연장, 40여개 미술관, 120여개 박물관 등이 있다. 유 본부장은 "미래사회의 도시경쟁력은 문화로부터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다른 도시에서 체험할 수 없는 역사와 문화, 문화산업의 창의성, 도시의 이미지를 만드는 문화시설 등을 통해 살기 좋고 다시 오고 싶은 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유연식 서울시 문화본부장이 지난 8월13일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5개 권역별 시립도서관 건립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홍연 기자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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