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나쁜 녀석들: 더 무비’, 혹평이 400만 돌파 초읽기로 이어진 이유
2019-09-23 16:57:12 2019-09-23 16:57:12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가 흥행 대박을 터트렸다. 추석 연휴 기간 동안 무려 260만이 넘는 관객을 쓸어 담았다. 23일 영진위 통합전산망 집계 기준 누적 관객 수 390만을 넘어섰다. 지난 11일 개봉 이후 불과 11일 만이다. 지금까지의 흥행 동력이라면 400만 돌파는 확실하다. 이달 안으로 500만 돌파도 도전해 볼만하다.
 
당초 추석 연휴 개봉작 3’ 가운데 나쁜 녀석들: 더 무비언더독’(흥행 확률이 적은 영화)으로 분류됐었다. 신드롬에 가까운 동명 원작 드라마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드라마와 영화는 완벽하게 다른 포맷이다. 원작 드라마는 드라마 포맷에 최적화된 기획물이었다. 반면 러닝타임이 한정된 영화에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 콘텐츠였다. 언론과 평단 역시 이를 지적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린 뒤 이 같은 지적은 예상을 완벽하게 빗나갔다. 현재 극장가 흥행은 나쁜 녀석들: 더 무비의 독주다.
 
 
 
캐릭터 아닌 배우 활용의 좋은 예
 
영화에선 흔히든 메소드 연기라고 한다. 배우가 자신의 이름을 지우고 캐릭터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낸 연기를 가리킨다.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들 대부분이 메소드 연기를 홍보 문구로 사용한다. 반면 나쁜 녀석들: 더 무비는 그 반대다. 캐릭터가 아닌 배우가 드러난다. 대놓고 이 방식을 관객들에게 어필하진 않는다. 하지만 스토리 자체에 적절히 녹여내면서 관객들에게 보는 재미와 대리 만족을 완벽하게 충족시켜 준다.
 
영화 버전에는 원작 드라마에서도 출연한 주인공 가운데 오구탁’(김상중) ‘박웅철’(마동석)이 등장한다. 오구탁을 연기한 김상중은 드라마 버전 그리고 영화 버전 모두 출연 결정에 자신이 13년째 진행하고 있는 그것이 알고 싶다영향을 거론한 바 있다. 미해결 강력 사건에 대한 대리만족을 나쁜 녀석들을 통해 스스로 풀어왔단 것이다. 그의 욕구 해소는 드라마와 영화 버전 모두에서 드러난다. “미친개 다시 풉시다란 대사 한 마디가 관객들에게 해결의 통쾌함을 전하는 대리만족의 소통 창구가 되는 셈이다.
 
마동석은 김상중의 존재감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유머를 만들어 낸다. 극중 그것이 알고 싶네?”란 대사 한 마디는 감독과 마동석의 센스가 만들어 낸 배우 활용의 킬링 포인트. 마동석의 이 같은 대사 센스는 이미 정평이 나 있다. 물론 이런 말장난 퍼포먼스만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름 자체가 장르로 불리는 마동석의 만화적 액션 시퀀스는 카타르시스 측면에서 한국영화 최고의 독보적 존재감을 자랑한다. 주먹 한 방에 종잇장처럼 날아다니는 응징 당하는 악당의 모습은 폭력성의 시각화라기 보단 엔터테인먼트한 느낌이 강조되는 역설적인 비주얼로 그려진다. 이는 마동석만이 가질 수 있는 특유의 액션 소화력이다.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불필요한 서사 배제간결한 구성
 
최근 충무로 장르 영화에는 이중 삼중의 반전 구조 혹은 장르와 장르를 결합한 이른바 복합 장르가 당연시 되고 있다. 스토리 자체의 영리함을 넘어서 관객과 두뇌 싸움을 펼치는 화려한 스타일의 영화가 투자와 배급 시장에서 환영 받아왔다. 완성도 측면에서도 상당히 돋보이게 마련이다.
 
반면 나쁜 녀석들: 더 무비는 의외로 간결하다. 의도적으로 간결함을 선택한 듯 보인다. 드라마 포맷에선 매회 다른 에피소드를 중첩시키면서 전체 시리즈를 끌고 나갔다. 이런 방식은 16~24부작으로 완결되는 드라마 포맷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인 구성이다. 이 구성에 최적화된 나쁜 녀석들: 더 무비 2시간 분량의 영화로 구성되기 위해선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영화 버전은 드라마 버전에 비해 분명히 구성에 대한 헐거움이 강하게 느껴진다. 최소 드라마 3회분 이상을 한 편의 영화로 담아내야 했기에 덜어내고 비워낸 흔적이 강하다. 이 부분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개봉 이후 관객들에겐 이 부분이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된 셈이다.
 
일본 조폭의 국내 진출 그리고 중국을 겨냥한 대륙 진출이란 다소 황당한 설정이 등장하지만 장르 영화로서의 간결함은 관객들에게 오히려 선택과 집중 측면에서 순기능을 했다. 완벽한 오락 영화로서 기능적인 작용을 한 셈이다. 오구탁 박웅철 고유성 곽노순, 주인공 네 사람의 서사는 과감히 생략됐다. 이들 네 사람의 기능적인 요소만 완벽하게 살리고 출발해 끝을 맺었다. 이중삼중의 반전 구조와 복합 장르가 선호 받던 충무로 장르 영화 시장이 나쁜 녀석들: 더 무비의 성공을 반드시 주목해 봐야 할 지점이다. 반드시 완성도가 뛰어나고 메시지가 확실하며 사건의 앞뒤 개연성이 톱니바퀴 물리듯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구조가 아니어도 좋다.
 
나쁜 녀석들: 더 무비는 재미를 택했고, 그 재미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완벽하게 파악하고 출발했다. 9월 말 비수기 극장가 독보적인 존재감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