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평택 조합아파트의 요지경
입력 : 2019-09-05 15:39:58 수정 : 2019-09-05 18:29:52
평택 지제역세권 택지개발 사업이 요지경 같다. 허위·과장광고, '알박기' 의혹 등이 섞여 소송을 통해서만 해결 가능할 것 같지만 사정이 그렇지 못하다. 입주 날짜에 쫓겨 시간이 절박한 조합원들은 이번 사건이 원만하고 빠르게 해결되기만을 바란다. 그럼에도 황당하고 속상한 마음에 문제를 파헤쳐 보자고 나선 조합원들도 있다. 이들은 이번 주말 평택역 광장 앞에서 촛불시위를 하겠다고 한다. 한 지역 내 주택조합아파트에서 벌어진 사건이지만 조합원들은 이 문제가 권력형 비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택조합아파트에서 빈번한 허위·과장광고가 발단이다. 조합원들은 처음 견본주택에서 계약할 때 시행사 측에서 토지가 100% 매입됐으며 추가분담금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계약했다고 한다. 일부는 아예 이 아파트가 주택조합아파트라는 설명도 못들었다고 했다. 일반분양인줄만 알고 있다가 나중에 사업이 지연되면서 사실을 알았다는 얘기다. 이 문제는 법정에서 결론을 낼 수밖에 없다. 그게 바로 제도의 맹점이다. 조합원들이 소송을 진행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아파트는 이미 지어졌고 입주 날짜도 잡혀 있다.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빚을 내서 낸 돈이면 이자비용이, 그렇지 않아도 기회비용 손실이 크다.
 
사업 진행 결과 발생한 추가분담금이 인당 2700만원이다. 그 속엔 계약서에 없었던 체비지 매입 비용이 크다. 여기에 일부 조합원들은 사업 적자, 이자 발생액 등 용역계약서도 부풀려졌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조합원들은 총회를 열어 적발감사를 받기로 투표해 의결했는데 그 결과에 대해서도 충돌이 일어났다. 조합장을 비롯해 반대하는 조합원들이 있다. 좀 더 비용이 적은 회계감사를 하자는 쪽이다.
 
애초 조합원들 사이에 조합장에 대한 불신이 짙은 상황이다. 앞서 조합원들은 조합장에게 회계 지출 내역 등 정보 공유를 요청했지만 이행되지 않자 검찰에 고발했다. 사건 처분결과, 조합장은 주택법 위반으로 200만원 벌금형을 받았다. 조합원들은 이로 인해 자격이 상실됐음에도 조합장 역할을 하는 것에 불만을 보인다. 그러면서도 총회 결과를 수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더 이상한 것은 알박기다. 시공사나 관할 지자체 얘기를 들어보면, 추가분담금이 발생하게 된 체비지는 원래 없었던 토지다. 아파트를 짓고 입주하려니 뒤늦게 발견됐다는 얘기다.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인지, 시행사인 송담하우징이 숨겼는지 알 길 없는 조합원들만 답답하다. 이 토지 소유주는 월드도시개발이다. 상법 등의 제재를 받는 법인이 알박기를 한다는 자체가 모럴해저드다. 물론 회사측은 알박기 의도가 없었다고 하겠지만 시점이 공교롭다. 이 아파트는 201611월에 사업계획 승인을 받았다. 원 소유주인 케이비부동산은 환지신청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평택시는 이러한 이유로 승인을 해줬다는 설명이다. 그런 이후 월드도시개발이 20177월에 이 땅을 산다. 조합측에 따르면 이 부지는 건물이 지어지는 곳이 아닌 도로라고 한다. 월드도시개발이 대체 무슨 이유로 개발도 어려운 도로를 샀을지 의문이다. 더욱이 거액의 투자를 하면서 사업계획 승인받은 부지인 것을 몰랐다고 보기도 어렵다. 비싼 값에 되팔 목적이 아니었다면 투자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이 회사 대주주가 평택이 지역구인 국회의원의 친인척인 점을 들어 조합원들은 알박기가 가능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평택시가 사업승인을 했고 착공이 이뤄져 공사가 진행된 이후에 땅의 존재가 밝혀졌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은 이미 비용 부담이 커져 발을 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어쩔 수 없이 추가분담금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내몰렸다. 평택시 측은 사업승인 당시 환지 신청 리스트에 이 토지가 빠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 서류를 제출한 시행사에 책임이 있어 보인다. 허위 서류로 사업승인을 받아 부당이득을 취하는 방식은 사기죄도 성립된다. 이에 대해 평택시가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도 의혹 투성이다.
 
정보 비대칭 때문에 피해를 보는 소비자가 많다. 그 중에서도 위탁 업무가 많고 사업 규모가 큰 부동산은 소비자 피해도 크고 그로 인한 부당이득과 부패의 덩치도 크다. 당국이 문제가 반복되게 내버려 둔다면 봐주기라는 국민적 불신도 지울 수 없다.
 
이재영 산업2부장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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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영

뉴스토마토 산업1부 재계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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