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획기적 자살 예방책은 없어…지속적 관리가 최선"
국가 시스템 지원 '중요', 불나면 119 신고하듯 도움받을 경로 알려줘야
입력 : 2019-08-13 06:00:00 수정 : 2019-08-13 06:00:00
[뉴스토마토 정초원 기자] 2017년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4.3명에 달한다. 과거에 비해 줄어드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위라는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왜 유독 우리나라는 십수년째 최상위권의 자살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신은정 중앙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은 결국 꾸준하고 일관된 제도적 지원을 이 문제를 해결할 핵심으로 꼽았다. 우리 사회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자살공화국'의 불명예를 어떻게 하면 벗을 수 있을지 신 부센터장에게 물었다.
 
신은정 중앙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 사진/뉴스토마토
 
센터가 2012년 출범했는데.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자살 시도자가 다시 같은 시도를 하지 않고 잘 살아가는 것이 자살률에 굉장히 큰 영향을 끼친다. 자살을 한 번 시도했던 사람이 재시도를 통해 사망할 확률이 일반인보다 25배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국 응급실을 기반으로 진행하는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실무자를 교육하며, 자살 관리에 구체적으로 개입한다. 사업은 전국에 위치한 큰 병원 응급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자살 시도자가 파악되면 병원 소속 사례관리자가 본인 동의를 얻어 일주일에 4회 가량 상담하는 식으로 관리한다. 또 자살예방 권고기준을 만들어 언론과 사회를 환기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여전히 자살이 사회적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이런 인식의 변화를 위해 공익광고를 송출하는 일도 업무 중 하나다. 
 
우리나라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위다. 유독 높은 이유가 있나.
 
일단 노인층의 영향이 크다. 반대로 자살률이 점차 감소 추세인 것도 노인 자살률이 감소해서다. 경제가 빠른 시기에 급성장하면서 지역 공동체가 무너지고, 어르신들의 노후를 보장해주는 복지제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측면이 크다. 특히 노인 자살에서 중요한 변수가 만성질환이다. 몸이 아프다 보면 우울증상도 많이 호소한다. 노년층 입장에서 정신과 치료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것도 치료 시기를 놓치고 결국에는 자살에 이르게 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국가가 자살에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고, 그 효과는 얼마나 된다고 보나.
 
국가 차원에서 관리해줘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 대표적으로 노인 자살률이 감소한 배경 중 하나가 농약이다. 어르신들이 농약으로 많이 시도하는데 특정 제초제에 대한 등록을 취소하면서 자살률이 감소한 사례가 있다. 국가가 어쨌든 자살 수단에 대해 개입을 한 것이다. 자살 시도자를 한 사람씩 만나서 해결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수단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가가 지원해줘야 할 부분이다. 정신질환이 있다면 관련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국가가 해야 한다. 최근에는 경제적인 이유로 목숨을 끊을 결심을 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한 번 실패하면 인생의 낙오자가 된 듯한 느낌이 들면서 '내 삶이 끝났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프레임을 갖지 않도록 국가가 지원책을 적극적으로 알려줄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개인회생제도가 존재함에도 당사자들이 잘 알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게 단적인 예다. 
 
최근 자살예방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자살에 대한 고민만 올려도 처벌을 받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사실 법의 가장 큰 취지는 자살을 암시하는 사람을 구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인터넷상에 동반자살을 모집하거나 죽음을 예고하는 분들이 있다. 그런 분들이 발견되면 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저희 센터가 경찰에 신고하는 방식으로 구호했다. 경찰에 넘겨도 사업자가 개인정보 제공을 협조하지 않으면 알 길이 없었다. 보건복지부의 취지는 구호였는데 최근에는 처벌 쪽으로 시선이 쏠려 버렸다. 처벌도 아무나 받는 게 아니다. 자살을 목적으로 관련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자살을 방조·조력한 것으로 판단될 경우에 처벌한다. 지금도 소셜네트워크(SNS) 등에는 굉장히 구체적인 자살 방법을 알리거나 관련 이미지를 노출하는 케이스가 있다. 이런 부분은 확실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우울하고 힘들다는 글을 인터넷상에 올린다고 해서 처벌하지는 않는다. 
 
신은정 중앙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이 강연하는 모습. 사진/중앙자살예방센터
 
유가족에 대한 애도치료도 중요할 것 같은데.
 
가족을 잃는다는 것은 어떤 형태든 슬픈 일이지만, 특히 자살로 가족을 잃어버리면 죄책감이 동반된다. '내가 왜 못알아챘을까, 혹시 내가 잘못했나' 하는 죄책감이 크게 든다는 얘기다. 이를 주변에 이야기 하기도 힘들다. 자살 유가족에 대한 편견도 많다. 사회적으로 자살자의 배우자, 혹은 자녀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싶어한다. 다른 사망사고는 3일장을 치르며 애도의 기회를 충분히 가지는 반면, 자살은 그 과정조차도 너무 힘겹다.
 
물론 건강하게 해결하는 분들도 많지만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유가족들도 있다. 자살이 전염병이라고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유가족이 자살시도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힘든 것을 말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른 유가족 사망보다 주변으로부터 위로받을 가능성이 적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살자에 대한 편견을 낮추는 것이고, 유가족이 도움받을 수 있는 경로를 전달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중앙심리부검센터에서 유족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핀란드와 일본이 자살률을 많이 낮춘 사례로 언급되는데. 
 
핀란드는 1년간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6년에 걸쳐 심리부검을 진행해 자살원인을 규명했다. 핀란드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그 나라를 직접 방문해보면 새로운 내용은 없다. 방문 전에 미리 공부했던 내용이 전부다. 그런데 이 부분이 오히려 배울 점이라고 생가한다. 매번 새로운 제도, 획기적인 것을 생각하기보다는 이미 규명된 예방책을 제도적으로 지속해야 자살이 감소된다는 것을 핀란드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같은 제도를 몇십년 동안 지속해 자살률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나라도 다른나라에서 하는 사업은 다 하고 있다. 문제는 여전히 개인의 헌신에만 의존한 시스템이라는 점이다. 결국은 인력과 예산이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응급실 사업만 해도 숙련기간이라고 할 수 있는 2년이 지나면 담당 인력이 퇴사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이 사업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계약직으로만 인력을 뽑는다. 제도를 만들었다면 그 이후에는 실효성 있게 돌아가도록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앞으로 '자살공화국' 불명예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일단 국가는 시스템을 만들어주고, 자살 시도자에 대한 위기가정 지원 제도 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개인 차원에서는 전세계적으로 공통된 '자살신호'가 주변에서 나타나고 있진 않은지 알아차리는 게 중요하다. 특히 자살 시도자가 직접 도움을 청하러 찾아오는 게 쉽지 않다. 불나면 119에 신고하듯, 국가로부터 도움받을 수 있는 경로를 지속적으로 알려줄 필요가 있다. 그래도 처음 이 사업을 시작했을 때와는 달리 사회적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예전에는 자살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많이 없었는데, 요즘은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재난 지표 중 하나로 자살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갈수록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정초원 기자 chowon61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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