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일본 백색국가 제외 연기…"상응조치 아니다" 논의 필요성 강조
일본 유화조치·수출규제 맞대응 부담…"일본 WTO 방어논리 강화" 지적도
입력 : 2019-08-08 18:57:19 수정 : 2019-08-08 18:57:19
[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정부가 8일 일본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전략물자수출입 고시 개정안 발표를 미뤘다. 일본이 지난 2일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의결에 이어 7일 관보 게재로 한국을 백색국가 제외한 데 따른 상응조치라는 시각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전 일본이 수출 규제를 강화한 핵심소재 3개 품목 중 포토레지스트 수출을 허가했다는 소식 역시 개정 연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것은 관보 게재 하루 만에 나온 일본의 유화적 조치와 거리가 먼 맞대응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열린 회의에서 한국 백색국가 목록에서 일본을 제외하는 안건을 상정해 논의했지만 의결은 연기했다. 사진/뉴시스
 
이낙연 국무총리는 8일 오전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고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전략물자수출입 고시 개정안을 검토했지만 의결은 미뤘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일본 수출규제 대응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지난 2일 정부는 일본이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가결하자 대응책으로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한국은 전략물자수출입 고시에서 전략물자 지역을 '가' 지역과 '나'지역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정부는 '다' 지역을 신설해 일본을 포함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백색국가에 해당하는 '가' 지역에는 일본을 포함해 미국, 영국, 독일, 호주 등 29개국이 속해 있다. 
 
하지만 정부는 예정돼 있던 이날 고시 개정안 발표를 미뤘다. 대일본 백색국가 제외가 대외 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은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 조치의 맞대응으로 비춰지는 부담 때문으로 풀이된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포함, 국제 여론전에서 일본이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부당한 통상 분쟁을 일으켰다는 주장을 펴야 하는 우리 정부에 유리할 게 없는 조치라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달 4일 수출통제 개별허가로 전환한 품목 수출을 허가한 일본의 유화적 제스처 역시 고시 개정안 연기에 힘을 보탰다. 
 
정부 관계자 역시 대일본 백색국가 제외 방침이 일본 조치에 대한 보복이나 상응조치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고위 관계자는 "일본 백색국가 제외는 이제 논의를 시작 단계로, 일정이나 절차 등 추가 논의가 더 필요하다"며 "수출관리 제도를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결정하는 내용이지 보복조치나 상응조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일본 백색국가 제외 논의는 지속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역시 일본이 한 발 물러난 제스처를 취한 상황에서 정부가 무리하게 맞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분석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장인 송기호 변호사는 "한국이 WTO 제소에서 이기는 상황을 만들면서 우리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일본의 선택지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재 상황에서 맞대응 격으로 나가면 WTO에서 오히려 일본의 방어논리를 강화시킬 수 있는 만큼 이번 정부 조치는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성한경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은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함으로써 인위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카드를 손에 쥔 셈으로, 우리 입장에서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일본의 개별허가는 일단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지 않겠다는 신호인 만큼 우리가 당장 강하게 조치할 필요는 없다"고 언급했다. 
 
일본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에 미국이 영향을 줬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성 교수는 "몇일 전 일본이 중국에 에칭가스 수출을 허용했다"며 "중국이 이득되는 상황이 미국은 반갑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어 "일본이 백색국가 제외로 협상력을 높인 만큼 우리도 상황 변화에 따라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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